"세상에 빛이 될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해야"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이정헌 교수의 스타트업 투자법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기자 입력 : 2020.10.30 10:58
컴퓨터공학 교수님의 스타트업 투자는 어떤 점이 다를까.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이정헌 교수(현 중소벤처혁신기업협회장)가 '엔젤 투자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어 화제다. 비즈니스디자인연구소 이화주 대표의 남편이기도 한 그는 부부 전문개인투자자로 유명하다. 

이들 부부가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은 20여개가 넘는다. 투자한 기업 중에 지금까지 폐업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피봇팅(Pivoting, 방향전환)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게 이정헌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도 매번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박사과정 시절부터 3번의 창업을 통한 기업매각, 실패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냈다. 코로나19 시대에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어떤 노력들을 해야하는지 이 교수 부부의 경험담을 통해 알아봤다.

▲컴퓨터공학과 이정헌 교수(왼쪽)와 비즈니스디자인연구소 이화주 대표(오른쪽)/사진=더리더
-전문개인투자자가 된 계기는 무엇이고 부부 전문개인투자자로서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이정헌 : 지금은 창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지원 및 투자유치 정보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면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제가 창업했던 1999년만 해도 정보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사업상 접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에게 자문을 얻어야 할지 몰라 혼자서 좌충우돌하며 직접 몸으로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운영자금 압박이 있을 때는 정말 한강다리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자살 충동을 여러번 겪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신제품 개발에 힘써야 할 때 투자자금을 받으러 뛰어다니면서 세상에 대한 불신은 쌓여갔고, 직원들과 불화로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이렇게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별의별 문제들을 상의할 수 있는 멘토 역시 만나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에 돌이커보면 너무나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악몽과 같은 시간일 것입니다. 제가 전문개인투자자로 활동하게 된 것은 스타트업 기업을 성공적으로 엑싯(exit, 투자회수)한 경험을 가지게 된 후부터 입니다. 기업매각 등으로 투자 여력이 생길 시점에, 이전에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사업하겠다고 찾아와서 조언을 해주다가 조언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투자를 하다보니 어느덧 전문개인투자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이화주 : 남편이 창업한 기업운영에 어려움을 같이 겪으면서 같이 겪게된 스타트업 관련 경험들을 제가 활동하고 있는 분야의 스타트업에 자문하게 되면서 남편보다 먼저 엔젤투자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부부 전문개인투자자로서 엑셀러레이팅(Accelerating)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같이 전문개인투자자 활동을 하는 것의 장점은 서로의 관심사가 다르고, 시각의 차를 가지고 있어 서로의 관심기업에 비즈니스모델 서로 검토해주고, 엑싯가능성을 함께 논할 수 있어 투자에 신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각자가 투자한 기업을 서로 도와줄 수 있어서 엑셀러레이팅 활동이 원할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어려운 점은 2명이 각자 투자를 하다보니 자금이 좀 많이 들어간다는 정도라고 볼 수 있겠죠.

-스타트업 딜소싱(Deal Sourcing, 발굴)는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까
이정헌 :
초기에는 주변 인맥을 통한 소개나 제가 활동하는 분야의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받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소개된 기업들은 이미 씨드(seed) 투자가 아닌 시리즈 A이상의 투자가 요구되는 안정화된 기업이 다수여서 제가 직접 투자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다행스럽게 씨드 투자가 필요한 스타트업들을 만나면, 투자유치(IR)제안서들이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거꾸로 교육을 시켜줘야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시간만 허비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스타트업들이 내민 투자유치제안서를 보면 투자자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 아닌, 창업자 관점의 제안서가 대부분이고, 실제 기업의 상태와 차이가 있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실제 적합한 스타트업을 찾더라도 투자하기까지 검증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3년전부터는 다양한 분야의 투자 경험을 가진 전문개인투자자 집단으로 구성된 ‘블루오션투자자포럼’ 활동을 통해 딜소싱하고 있습니다. 이 포럼은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을 사전검증해 줄 뿐만아니라 IR 피칭전에 사무국장이 직접 기업을 방문해 실태 조사한 후 피칭이 이루어져 신뢰할 수 있고, 멤버들이 서로 검증된 스타트업을 소개하여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소요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희대 컴퓨터공학과 이정헌 교수/사진=더리더
-같이 투자활동을 하고 있다는 ‘블루오션투자자포럼’은 어떤 모임입니까
이정헌 :
일반 엔젤투자자가 투자대상을 직접 찾아서 투자하기란 사실상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투자를 결정하기까지 과정 또한 쉽지 않습니다. 요즘은 정부기관에서 주관하는 ‘IR피칭데이’ ‘데모데이’ 등의 투자유치대회를 통해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러한 행사에서 발표하는 기업들은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어야만 발표 자리에 서 있을 정도로 어렵고, 경진대회 수상이라도 하게 되면 이름이 알려져 일반적인 엔젤투자자의 투자는 받아주지도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달의 민족’과 같은 기업 조차도 요즘같은 상황이면 투자유치대회 등에는 경쟁률 때문에 IR 피칭도 못해볼거라는 얘기도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틀에 박힌 딜소싱 체계의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전문개인투자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투자자 모임이 ‘블루오션투자자포럼’(운영간사 이준희 대표)입니다. 개인투자자들처럼 유연하지만 전문가로서의 냉정한 시각과 지식을 공유하며 엑싯가능성이 높은 투자기업을 가려내어 투자를 진행하고, 투자 후에는 엑싯을 위한 엑셀러레이팅 활동을 서로 도와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높은 투자자 포럼입니다. 또한, 제가 협회장으로 있는 중소벤처혁신기업협회를 비롯해 인천창조혁신센터, 전북창조혁신센터 등 정부산하 기관과 서로 협업하여 엑셀러레이팅 활동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호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화주 :
‘블루오션투자자포럼’은 투자 성공경험이 많은 전문개인투자자부터 실적이 뛰어난 기관투자의 심사역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멤버로 활동하는 엔젤투자자 전문포럼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인증하고 있는 160여명의 전문개인투자자 중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여명의 전문개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스타트업의 투자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뿐 만 아니라 투자시작부터 회수까지 일련 과정을 직접 가이드 해줘서 관심있는 기업만 있으면 바로 투자 가능하여 개인 경제활동에 문제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심기업이나 투자유치 준비가 미비한 기업이 소개되면, 협업을 하고 있는 중소벤처혁신기업협회를 통해 기본적인 코칭교육으로 체계화 된 엑셀러레이팅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게 전문개인투자자는 어떤 존재입니까
이정헌 :
다양한 엔젤투자 경험을 가진 전문개인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 자체가 투자처로서 매력적인 기업이거나 또는 투자자 자신이 피투자기업인 스타트업의 성장을 이끌어 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경우는 스타트업이 보유한 기술이나, 아이템, BM, 팀구성 등이 엑싯가능성 높게 판단되어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이고, 두 번째 경우는 전문개인투자자의 경험상 후속투자를 이끌어주거나, 매출발생을 도와주고, 기술개발을 도와줘서 심지어는 엑싯 과정까지 직접 지원해주는 등 엑셀러레이팅 활동이 직접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전문개인투자자에게 투자를 받는 다는 것은 스타트업이 투자를 통해 본인들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거나, 엑셀러레이팅 능력을 가진 파트너를 얻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전문개인투자자로부터 5,000만원 이상을 투자받으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벤처기업인증서를 바로 발행해주는 것이 이러한 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금 측면에서도 정부에서는 전문개인투자자가 투자하는 경우 피투자기업의 성공확률을 보다 높여주기 위하여 한국벤처투자를 통한 ‘매칭펀드’를 통해 투자금의 2배를 매칭자금을 추가로 투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운영자금의 규모가 커지게되므로 더욱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투자라는 것이 기업가치를 산정하여 투자금의 지분율이 결정되는 것이다보니 기업의 가치도 상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문개인투자자 중 기보엔젤파트너스 자격을 갖춘 경우에는 투자금 외의 신용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어 운영자금 측면에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듯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디자인연구소 이화주 대표/사진=더리더
-어떤 기업에 주로 투자를 하시는지요
이화주 :
엑싯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에만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현재 두각을 나타내진 않지만 대표이사나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대의명분)을 가지고, 신나게 일하고 있는 회사를 보고, 옆에서 조금만 사업의 방향성과 자금을 도와주면 성장이 가능할 것 같은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작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에 빛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스타트업이 노력하고 있는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씨드투자를 희망하는 스타트업에게 한 가지 팁을 준다면요
이화주 :
본인의 아이디어(아이템)가 100% 성공할 수 있다고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전문개인투자자나 전문기관투자자 눈에 쉽게 뛰게됩니다. 스타트업 본인의 시각을 최대한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투자자 관점에서 그 분야를 잘 모르는 분들이 있으므로 궁금한 것을 바로 증빙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런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투자유치를 위한 상식적인 기초 공부가 필요합니다. 즉, 투자자를 만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한 자료 준비는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정헌 :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여기저기 투자를 요청하러 다니는 것보다 전문가들을 통해 아이디어의 실현가능성과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게 필요합니다. 창업을 위해 준비한 것을 기반으로 검증된 전문가협회나 포럼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는 열심히 개발하거나 영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유치제안서 작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업의 엑싯을 위해서 로드맵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등 아주 기초적인 것을 항상 준비하고 갖추고 있길 바랍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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