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이슈 급부상, 부산 되살릴 적임자는?

[2021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미리 보기]정권 심판론 분위기 이어져오다 '가덕도' 국책사업 이슈로 요동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0.12.02 11:18
편집자주공석인 서울시장·부산시장 등을 뽑는 재보궐선거가 내년 4월 7일 실시된다. 이번 재보선은 2022년 대선의 전초전 격으로 승리를 위한 여야의 민심잡기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후보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며 분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지금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군을 중심으로 내년 재보선의 향배를 추적한다.

동남권 신공항 예정지로 거론되고 있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모습./사진=뉴시스
◇야당 “정권교체 하자” VS 여당 “동남권 신공항으로 PK 살리자”

부산은 노무현·문재인 전·현직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인 만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는 서울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차기 대선 가도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알린 뒤 자진해서 사퇴함에 따라 일찍이 보궐선거가 예정된 부산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자천타천으로 많은 주자들이 후보군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야권부터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속속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본격 경선 레이스에 막이 올랐다.

박민식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9일 야권에서 가장 먼저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구글 미트(Google Meet)’를 활용한 언택트 화상회견’을 통해 출마선언을 했다.

박 전 의원은 “2014년 경선에서 석패한 이후 일편단심의 마음으로 다시 부산시장에 도전한다”며 “부산의 ABC, 기본부터 바꿔나가 추락하는 부산경제를 다시 살리겠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18대와 19대 국회에서 부산 북구강서구갑 국회의원과 새누리당 부산시당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진복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부산시 해운대구 소재 월석아트홀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부산을 싹 다 바꾸겠다”며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청년이 찾는 도시로 바꾸겠다”고 밝
혔다.

이 전 의원은 지난 8월 24일 ‘부산정상화 포럼’을 발족해 활발하게 표밭을 일궈오고 있다. 부산 동래구청장과 동래구 3선 의원을 지냈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야당을 대표할만한 인물인가에는 아직까지 물음표다.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사진=박민식 전 의원 제공
이진복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사진=뉴시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사진=뉴시스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 역시 이진복 전 의원의 출마 선언과 같은 날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자신의 저서 <부산독립선언> 출판기념회를 갖고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이번 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성추행으
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신공항 프레임으로 전환해서 우리(야권)가 수세에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부산시장은 여성 문제가 깨끗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르노삼성, S오일 등 대기업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젊은 경제 전문가’라는 이미지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의원의 ‘외지인’ 이미지가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이 전 의원이 부산 영도 출신으로 영도여고를 졸업했지만 그는 두 번의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지역구가 부산이 아닌 경기도였다. 또한, 출마 선언을 한 출판기념회를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하면서 “부산 정서가 부족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다.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도 부산에서의 활동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과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을 지냈다. 특히 박 전 사무총장은 과거 TV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합리적 보수 논객 이미지를 쌓아오면서 전국구급 인지도를 얻게 됐다.

박 전 사무총장은 ‘부산발(發) 정권교체론’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그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시사대담을 가진 자리에서 “(부산시장 선거는)문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느냐를 가늠하는 선거이자, 다음 대통령 선거의 시금석”이라며 “부산과 서울시장이 과거와는 다른 리더십을 보여줄 때 차기 정권 창출을 위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역시 보궐 선거 출마 의향을 보이고 있다. 전직 부산시장 출신에 당내 최다선인 5선의원으로서 부산시정에 누구보다도 훤하고, 어지러운 부산 상황을 빠르게 회복시킬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1년도 채 되지 않고 의원직을 내놓는 데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형준 전 국회사무총장/사진=뉴스1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당헌까지 개정하면서 후보 공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민심 달래기’에 힘쓰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은 부산 시민의 숙원이었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통해 판세 뒤집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공항 확장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백지화한다’는 결론을 내리자마자 민주당은 9일 만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발의에 참여한 인원만 136명에 달한다. 법안은 동남권의 발전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내년 4월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현재 민주당에서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김영춘 국회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의원, 그리고 여성인 박인영 시의원(전 부산시의회 의장) 등이다.

김영춘 사무총장은 문재인 정부 해수부 장관 경력과 ‘부산 정치인’ 이미지가 있다. 그의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박병석 국회의장으로부터 사무총장직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변동상황에 따라 중도 사퇴할 수도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김 사무총장은 이달 중순쯤 자신의 저서 출판과 함께 선거 출마 여부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고 주장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달 1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메가시티는 아주 중요한 날개를 달게 됐다”며 “대형기가 24시간 이착륙할 수 있는 동남권 관문공항이 건설되면 쇠잔해져가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춘 국회사무총장/사진=뉴스1
김해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사진=뉴스1
김해영 전 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내면서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에서 쓴소리를 하는 등 할 말은 하는 ‘소신파’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다소 약한 인지도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아직까지 출마에 대해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이달 8일 예비후보 등록일을 전후해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인영 부산시의원은 금정구 의원을 세 번 지냈고, 부산시의회 사상 첫 여성·최연소 의장이라는 경력을 갖고 있다. 또한 오거돈 전 시장으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중앙 무대 경험이 부족
해 ‘정치력’을 더 갖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권심판론 우세…가덕도 신공항 추진 변수될까?

서울·부산 시장선거는 모두 성추문으로 인해 비롯된 보궐선거인 만큼 현재 여론은 ‘내년 선거에서 정권심판을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이 당선돼야 한다’는 여론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부산은 정부·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이 내년 보궐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며 선거판이 출렁이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조성 사업은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PK(부산·경남) 민심이
크게 요동칠 수 있는 국책사업 이슈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정부의 김해신공항 결정이 뒤집히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하고, 동남권신공항추진단 구성 계획을 밝히는 등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 대표 발의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 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사진=뉴스1
민주당은 부산시의 2030 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해 2030년 4월 이전에 동남권 공항이 개항돼야 하기 때문에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민심잡기용 카드가 아니냐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는 지적에 “공교롭게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리게 된 것”이라며 “선거때문에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토 다극화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이슈에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간 이견이 발생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주호영 원내대표는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덕을 보려고 변경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국책사업을 함부로 절차에 맞지 않게 하는 건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하고, 절차가 점검돼야 한다”고 날 선 비판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부산시장 보궐 선거 때문”이라며 “실컷 이용한 다음에는 이런저런 이유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여당에선 가덕도 신공항을 기정사실화시키고, ‘노무현 공항’이라는 명칭까지 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뉴스1
그는 “180석의 힘으로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밀어붙이자고 한다”며 “왜 가덕도 이야기가 나오겠나. 민주당 전략은 TK(대구·경북)를 고립시키고, PK(부산·경남)를 내 편으로 만들어서 내년 보궐선거에서 이기고, 내후년 대선판까지
흔들어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부산의 발전이 아니라 민주당의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술책이라는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사업의 규모나 기간을 고려했을 때 차기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와 여당 주도로 신공항 조성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은 PK에서 민심을 확보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TK의 콘크리트 지지율과 함께 PK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가덕도 신공항 이슈에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들은 가덕도 신공항을 환경 파괴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수요예측부터 다시 시작해 환경파괴 문제, 비용편익분석까지 종합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며 “MB정부의 ‘묻지마 4대강’과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라며 비판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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