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온 조두순, ‘격리’ 안 된다면?

공정식, “위헌 소지 없는 치료적 개입과 함께 갱생보호기관 유치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0.12.04 10:59
편집자주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는 역저 <법의 정신>에서 “법치란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기둥 위에 세워진다”고 주장했다. 법은 국가나 사회, 문화와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법에 의한 통치가 동등한 정의를 실현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법으로 보는 세상’은 정치·사회적 주요 이슈들을 법의 시각에서 다루는 코너다. 주목해야 할 법(법안)의 입법배경, 변화과정 등을 통해 특정 사안의 실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9월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2008년 12월, 전과 17범의 조두순이 경기도 안산시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했다. 피해 아동은 이로 인해 신체적으로 영구 장애를 갖게 됐다. 법원은 가해자의 나이가 많고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심신미약’이었다는 이유로 유기징역형 상한인 15년에서 3년을 감한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이달 13일 조두순이 만기 출소한다. 

조두순은 출소하면 본인이 살았던 안산시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조두순이 사회로 복귀한다는 사실에 국민적 분노와 공포감은 커졌다. 조두순 주거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그의 복귀가 더욱 공포스럽다. 

이달 ‘법으로 보는 세상’은 조두순 출소와 관련, 아동성폭력 범죄자 처벌법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살펴보고 범죄율과 재범을 근본적으로 낮추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본다. 전문가 자문은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에게 구했다.



‘조두순 출소 막아달라’ 청원은 총 몇 번?


조두순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원글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7년 9월 6일이다. 당시 청원에는 약 61만5000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3배나 넘는 폭발적 반응이었다. 그해 12월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과 주취 감경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판결이 확정된 사건에 대해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재심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현행법상 조두순의 출소를 막을 법적 장치가 없다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청원은 계속됐다. 지금까지 조두순에 관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모두 6800여 건이 넘는다. 

지난 9월 윤화섭 안산시장이 ‘조두순 격리법’을 제안하는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법은 출소 이후에도 조두순을 별도 기관에 격리수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하지만 이 청원은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 명의 절반 수준인 11만9137명의 동의를 받고 마무리됐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9월 18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열린 조두순 재범 방지 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성폭력 특별법, 언제 생겼을까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기 위한 성폭력 특별법은 1994년 1월 제정됐다. 정식 명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다. 

1991년 8월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12개 단체는 성폭력특별법 제정추진 특별위원회를 결성했고, 해당 법안은 1993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1994년 4월 1일부터 시행됐다. 특히 1992년 자신을 12년간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살해한 김보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성폭행의 실상이 사회 저변에 드러나는 계기가 돼 성폭력 특별법 제정에 큰 영향을 줬다.

이 법 제7조에 따르면 13세 미만의 사람을 강간한 사람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유사 강간한 사람은 7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며 강제추행한 사람은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 



법은 그동안 얼마나 바뀌어왔나


1997년 개정에서는 13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을 비친고죄로 규정했다. 성폭력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동석을 허용하도록 피해자 보호를 강화했다. 또한 친족에 의한 성폭행의 경우 친족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과 2촌 이내의 인척’으로 확대했다. 

‘친족 성범죄는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나 독립한 후에나 고발이 가능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1년 개정에서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월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법이 개정됐는데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아동청소년성착취물로 개정했다. 

아동을 상대로 음란물을 제작한 것은 정상적 영상물이 될 수 없고, 성인에 의한 아동성착취로 보게 된 것이다. 또한 불법 성착취물의 공급자뿐만 아니라 이를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2010년 3월 16일 오후 경북 청송교도소에서 조두순의 복역 장면이 CCTV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DB


아동성폭력 범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13세 미만 아동 대상의 성폭력 범죄 발생 건수는 2016년 1080건, 2017년 1261건, 2018년 1277건, 2019년에는 무려 1374건에 달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 재범률 또한 2016년 4.4%에서, 2017년 5.3%, 2018년 6.4%, 2019년에는 6.3%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 등장한 (너도나도) ‘조두순 방지법’


조두순 출소 소식에 국민적 불안이 커지자 국회에서는 ‘조두순 방지법’이 쏟아져 나왔다. △전자장치 부착자의 음주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조두순 감시법(전자장치부착법 일부개정법률안·고영인 민주당 의원)’,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 도입 이전 성범죄자에게도 신상정보를 소급 적용하는 ‘조두순 공개법(아동·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김경협 민주당 의원)’,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폭력 범죄자는 출소 후 보호수용시설에 격리해 관리·감독하는 ‘보호수용법안(양금희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아동 성범죄자에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게 하는 ‘조두순 재발방지법(13세 미만 아동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영구적 사회격리 특별법·김영호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는 화학적 거세하는 ‘성충동 약물치료법 개정안(이수진 민주당 의원)’ 등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지난달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자 발찌 부착자를 감시하는 보호관찰소 전자감독 직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사법경찰법 개정안만이 통과됐다. 현행법은 전자발찌 부착자의 관리·감독과 피해자 접근금지, 외출제한, 장치 훼손 등 준수사항 위반행위에 대한 수사가 이원화되어있다. 때문에 위반행위 발생에도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했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보호소 전담 직원이 수사권을 부여받으면서 신속한 대응과 재발 방지가 가능하게 될 거라는 예상이다. 국회 관계자는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계기로 감독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내 한 공중화장실에서 안산단원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불법 카메라 단속과 안심 비상벨 점검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조두순 방지법’ 근본적 해결책인가


공정식 교수는 “(수많은) 조두순 방지법은 성폭력범에 대한 감시감독의 강화와 강제적 사회격리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며 “조두순은 아동성폭력의 대명사로 상징화 됐지만, 사실 그보다 더한 아동성폭행범도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법률은 조두순이 아니라 조두순 부류에 대한 대책이어야 한다”며 “조두순을 사회에서 격리하기 위한 조치들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 교수는 “현재 갱생보호기관들이 사회 내에서 출소자들의 재범방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나, 형사사법기관에 지원되는 막대한 국가예산에 비해 민간에서 운영하는 재범방지기관인 갱생보호기관에 대한 지원은 1/100도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연간 6만 명이 출소하고 있지만, 갱생보호기관에 지원되는 금액은 약 300억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공 교수는 “사회 내에서 부적응하는 출소자에 대한 관리와 개입이 제대로 안 되면, 결국 재범으로 다시 교도소에 갈 것”이라며 “성폭력 범죄자 재범방지 대책은 법무부뿐만 아니라 범정부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하고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구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라별 아동 성범죄자 처벌, 어떻게 다른가


미국에서는 성범죄가 살인에 버금가는 중범죄에 해당된다.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징역 25년형부터 종신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일부 사형이 집행되기도 한다. 또한 아동 성범죄로 두 번 유죄판결을 받으면 무조건 무기징역에 처하는 ‘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사형 제도’가 존재한다. 중국은 14세 이하 아동성폭행범에 대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공개처형을 통해 사형을 집행한다. 캐나다의 경우 아동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욕을 억제시키는 처벌을 내린다. 

싱가포르는 강제 추행죄만 있어도 매를 때리는 형벌인 ‘태형’을 부과한다. 태형 집행에는 등나무로 만든 회초리로 교도관 3명이 교대로 달려 나오며 체중을 실어 내리친다. 또한 태형 집행은 예고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범죄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종신형 제도 도입하자 VS 다른 방법 있을 것


성폭력은 ‘영혼의 살인’이라고 할 정도로 잔인한 범죄로 불린다. 이에 강력한 처벌이 요구되어왔고, 지속적으로 형량도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격리하기 위해 ‘종신형을 선고하자’는 법안이 추진되기도 했다. 

지난 9월 김영호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13세 미만 아동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영구적 사회격리 특별법’ 제정이 촉구된 바 있다. 김 의원은 “아무리 흉악한 아동성폭행범도 사형이나 무기징역 선고로는 국민들이 원하는 ‘영구적인 사회 격리’가 불가능한 만큼 기존 법체계를 바꿔서라도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이에 대해 “국민감정상 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적절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강력한 형벌이 범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크다는 통계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형량은 죄질과 균형을 이뤄야 하므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인 종신형에 적용할 성폭력의 유형에 대한 부분을 충분한 논의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보호수용 대신 중대범죄를 막고 대상자의 사회치료와 재활을 돕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이를 “회복적 사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감호에서 제외되는, 그러나 알코올이나 약물에 중독돼 사회복귀할 경우 재범 우려가 농후하다고 전문의가 진단하면 사회불안으로부터 격리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해당 본인에게도 치료와 사회복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간존엄을 실현하면서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사진=뉴스1



출소 막을 수 없다면, 다음 대책은…


지난달 김창룡 경찰청장은 조두순 출소 후 ‘음주 금지, 출입금지 구역 설정’ 등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공 교수는 “재범방지 대책의 핵심은 범죄유형에 따른 감독적 조치보다 범죄자의 개별적 특성에 맞는 감독적 조치와 치료적 개입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조두순의 특성을 볼 때, 분노 통제가 약하고, 왜곡된 성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지지가 약하고 음주습벽이 있다는 것이 재범에서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따라서 조두순에게 필요한 것은 음주습벽을 고치고 왜곡된 성관념을 올바르게 변화시켜야 하며, 분노통제를 낮추기 위한 치료적 개입이 제공돼야 한다. 이런 개입이 효과를 보면 재범의 위험요인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에서 지원하는 '출소자 재범방지 빅데이터 기반 AI 플랫폼'에서 도출한 결과다. 

조두순은 출소자 대상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범죄자들의 공통적인 재범 위험요인으로 주거불안, 실업문제, 심리왜곡 등이 자주 논의된다. 공 교수는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재범 위험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자료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국민감정”이라며 “잔혹한 범죄를 하고도 고령인 조씨를 취업시키기 위해 국민세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용납 못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왜곡된 심리를 바꾸기 위해 취업보다 지속적인 개입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이고, 주거의 경우에도 사회 내 중간처우 시설인 갱생보호기관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게 더 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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