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골프, ‘열정’은 필수, 몸풀기는 ‘두 배로’

[임윤희의 골프픽]긴장감·도전의식 동시에…‘오너스GC’ 탐방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1.01.04 10:02
겨울 골프는 열성 골퍼들의 몫이다. 추운 날씨에 4~5시간 야외 스포츠를 즐기는 건 열정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겨울철이면 따뜻한 나라에서 골프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고 국내 골프장은 문을 닫았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내 골프 수요가 늘면서 겨우내 운영을 계속하는 골프장이 많아졌다.
겨울에도 라운딩을 쉴 수 없다면 강추위는 각오해야 한다. 서릿발이 하얗게 내려앉은 겨울 잔디를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필드에서 당황할 수 있다. ‘겨울 골프, 알고 가면 좋을 팁’을 몇 가지 소개한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추위에 몸이 경직된다. 라운딩 전 캐디와 함께하는 형식적인 몸풀기 체조 말고도 스스로 몸푸는 요령을 익혀야 한다. 그래야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손목과 발목, 허리 스트레칭은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스코어에 집착하는 플레이어들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일단 그린의 빠르기 차이가 심하다. 아침엔 꽁꽁 얼어붙은 그린이 오후에 녹으면서 스피드는 계속 달라진다. 그늘진 곳은 녹는 속도가 더뎌 더욱 예측이 어렵다. 평소처럼 정확하게 샷을 날리더라도 얼어붙은 그린은 볼을 받아 주지 않는다. 소싯적 가지고 놀던 탱탱볼로 샷을 한 것처럼 그린 위를 튀어 다니다 그린 밖으로 달아나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스코어에 대한 집착은 금물이다. 

‘한 클럽 짧게 잡기’도 요령이다. 얼어붙은 그린 때문이다. 정확한 샷은 오히려 안 좋은 상황으로 바뀔 수 있다. 바운스를 활용해 그린에 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프로치도 마찬가지다. 볼을 띄웠다간 그린 밖으로 공이 달아나버릴 수 있다. 낮게 굴리는 샷이 훨씬 효과적이다. 

준비해야 할 용품도 신경 써야 한다. 추위에 만반의 대비를 하지 않으면 장시간 계속되는 라운딩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대체로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평소 도심에서 느끼는 추위보다 훨씬 강력하다. 귀를 가리는 모자, 핫팩, 양손장갑은 꼭 준비하자.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면 체온 유지에 좋다. 
▲오너스GC 12월에도 양잔디라 푸르른 페어웨이를 감상할 수 있다./사진=임윤희 기자

이제 몸과 마음의 준비를 마쳤으면 영하의 날씨에 겨울 라운딩을 시작해보자.
1월 골프장 탐방은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오너스 골프클럽을 다녀왔다. 전형적인 산악지형 골프장인 오너스GC는 12월에도 푸릇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양잔디가 깔려 있다. 산악지형답게 언듈레이션(마운드의 고도차)은 기본이고 평평한 페어웨이를 보고 티샷을 하는 게 몇 번 안 되는 난이도 높은 구장이다. 플레이어에게 긴장감과 도전의식을 느끼게 해준다. 

오너스GC는 회원제로 운영되다 2012년 7월 대중제로 전환, 정식 개장했다. 강촌의 수려한 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모습의 코스로 구성됐으며 서울 강남에서 40분, 강일IC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주말골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힐 코스 9홀과 레이크 코스 9홀, 총 18홀 72par


오너스는 힐(Hill) 코스 9홀과 레이크(Lake) 코스 9홀, 총 18홀 72par 구장이다. 화이트티 기준으로 5779m로 전장이 길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코스는 악명이 높다. 골프장 후기에는 “빨리 끝나서 닭갈비나 먹었으면…이라고 생각한 구장”, “싱글도 90타 치는 구장”, ”스키장에서 골프 치는 줄”이라는 후기가 눈에 띈다. 반면 “재미있는 구장”, “가성비가 좋은 구장”, “고저차가 심해 트러블 샷을 연마하기 좋음”, “산악지형에 익숙하면 좋은 스코어 가능” 등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길고 넓은 안정적인 페어웨이보다 산악지형의 골프장을 좋아한다. 경관이 수려해 보는 눈이 즐겁기 때문이다. 좋은 스코어보다 잔디 밟는 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몇 번의 오너스GC 라운딩 후 좋은 스코어는 아니었지만 착한 가격과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뷰를 보고 만족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오너스GC는 산악지형을 그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페어웨이가 구겨져 있고, 도그레그홀이 많다. 또 그린이 산 정상에 있거나 산 아래를 보고 티샷을 하는 등 고도차가 심한 홀이 많다.
▲꽁꽁 얼어붙은 오너스GC의 워터 해저드/사진=임윤희 기자

페어웨이는 캔터키블루그라스, 그린은 벤타그라스로 구성돼 4계절 푸른 잔디 위에서 티샷이 가능하다.
레이크 코스나 힐 코스 모두 난이도가 있지만 레이크 코스 난이도가 조금 더 높다. 특히 코스 후반에는 그린의 경사도가 심해 올려쳐야 하는 홀이 몇 개 있다. 정확한 샷으로 그린에 올리지 못하면 어느 지점까지 굴러 내려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걸어 내려가기 어려울 정도의 경사다. 골프장 후기에 “스키장에서 골프 치는 줄”이라는 글이 왜 있었는지 알 것 같다. 
힐 코스는 페어웨이도 넓고 무난한 홀이 많다. 하지만 페어웨이에 산의 지형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 많다. 이 때문에 매홀 티잉그라운드에선 집중하지 않으면 세컨드샷을 어려운 위치에서 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그린보다 페어웨이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고도차가 심한 오너스GC의 풍경/사진=임윤희 기자

오늘의 스코어 87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스코어는 퍼터에 충분히 적응됐다는 신호.
코로나19로 인해 스크린골프, 실내연습장 모두 9시에 문을 닫아버리거나 운영을 중단하는 바람에 스윙 연습이 부족했다. 그나마 집에서 퍼팅 연습을 많이 했더니 되레 스코어가 줄었다.

이날은 낮에도 영하권 예보가 있는 날이었다. 평소보다 두텁게 갖춰 입고 라운딩에 임했다. 곳곳에 위치한 해저드가 얼음으로 뒤덮였지만 다행히 12시 티오프라서 그런지 그린은 튀지 않았다. 페어웨이도 얼어 있지 않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 샷을 하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그 덕에 한겨울이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대체로 페어웨이에선 한 클럽 길게 잡고 편안한 샷을 추구했다. 전장이 길지 않아서 티샷 이후에 짧은 클럽을 잡을 일이 많아 안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오너스 GC는 양잔디 산악지형 골프장답게 12월에도 푸릇한 잔디를 보여줬다. 레이크 9번째 홀에서는 버디를 기록한 탓인지 갈대가 어우러진 경관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오랜 경험이 느껴지는 캐디 역시 어려운 골프장에서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겨울 춥고 출출한 빈속을 채워줄 붕어빵과 어묵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가 있어 즐거웠다. 붕어빵 굽는 이모님이 너무 친절한 데다 슈크림 붕어빵이 맛있어 별 하나 정도는 더 줄 수 있을 정도다.
다만 티잉그라운드에 모두 멍석이 깔려 있어 아쉬움이 컸다. 꽁꽁 언 티잉그라운드에서 티 꽂기 좋게 깔아놨겠지만 어설프게 깔려 있어 들뜨고 미끄러지는 곳도 많았다. 겨울용 티 꽂이만 준비해두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지난가을에 방문했을 때보다 잔디 관리가 아쉬웠다. 군데군데 잔디를 수리한 곳도 눈에 띄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