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기, 인천으로…지방이 사라진다

[지방정부 '뭉쳐야 산다'①]지방, 행정통합·광역연합 논의 급물살…득실 저울질 분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1.03.03 10:31
수도권이 포화상태다. 서울의 인구는 2020년 기준 967만 명이다. 경기도에는 1342만 명, 인천에는 294만 명이 살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5182만 명 중 수도권에 2602만 명이 거주한다. 수도권 집중화는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방은 이미 소멸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인구통계에 따르면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비수도권 광역지자체는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았다. 또 전입인구보다 전출인구가 더 많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 수와 지역 내 총생산(GRDP) 증가를 목표로 통합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인구 수 512만 명에 GRDP는 166조원을 예상한다. 광주와 전남은 인구 수 328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 116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인구 790만 명에 276조원으로 예상한다. 대전과 세종이 합칠 경우 인구 182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은 52조원으로 추산된다.

통합 논의는 행정통합과 광역연합으로 나뉜다.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행정통합을, 부산·울산·경남은 광역연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행정통합은 지자체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것이다. 통합된 지자체의 단체장은 한 명이 된다. 행정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부승인과 국회동의, 의회동의, 주민투표가 필요하다. 반면 광역연합은 행정통합과는 달리 주민투표와 국회동의가 필요 없다. 각각 지자체장을 뽑고 광역연합단체장을 추가로 한 명 더 뽑는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 12월 9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돼 광역연합이 수월해졌다. 개정안에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의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지자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았다.

▲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이 열린 지난해 9월 21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대구시청별관 대강당에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공론화 위원들이 ‘대구·경북 특별자치도’의 성공적인 출범을 기원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무조건 득 아니다”…‘득’과 ‘실’ 따지는 대구·경북
1981년 분리된 대구와 경북은 40년 만에 통합 논의가 나왔다. 대구는 1981년 직할시로 승격, 경상북도에서 분리됐다. 다시 통합 논의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지역경제 침체와 인구 감소다. 대구는 통합 이후인 1969년 100만 명, 1985년 200만 명을 돌파했다. 2003년 2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인구가 꾸준히 감소해 2019년 243명을, 2020년에는 241명을 기록했다. 대구의 실질 성장률은 2019년 1.2%로 전국 평균 2.1에 비해 2배가량 낮다.

경상북도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인구 감소에 고령화까지 겹쳐 23개 시·군 중 19개 시·군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경북은 지난 2016년 270만 명을 기록했지만 2018년엔 267만 명을, 2019년과 2020년에는 263만 명을 기록하며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지역 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경북의 지역 내 총생산은 2017년 110조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 108조원으로, 2019년 107조원으로 줄었다. 실질 성장률은 2017년과 2018년 –1.2%에서 지난해 1.8%였다.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인 철강 생산 공장 등이 빠져나가면서 산업 생태계가 붕괴돼 지역 경제 성장률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경북의 핵심 산업인 구미산단의 최근 공장 가동률은 71%다. 수출 실적은 지난 2013년 367달러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232억원에 그쳤다.

대구·경북은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통합을 택했다. 대구·경북이 통합을 이루면 인구 512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은 166조원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면적의 20%를 차지, 거대한 자치권과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통합 공론화위원회의 기본구상안은 현재 1광역시 8개 구·군과 1광역도 23개 시·군을 대구·경북특별자치도 31개 시·군·구로 조정하는 것이다.

대구와 경북은 통합을 앞두고 ‘득’과 ‘실’을 따진다. 특히 대구에서는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경북보다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통합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2020년 재정자립도(세입과목개편 후)가 대구는 45.4%를 기록한 반면 경상북도는 27.1%를 기록했다.

경북도는 총예산규모가 대구보다 2배가량 많다고 반박했다. 경북도가 지난 8일 발표한 대구와 경북의 재정규모 비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당초예산 기준으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총예산규모(순계, 일반+특별)는 각각 9조9163억원, 19조2540억원이었다. 또 주민 1인당 수혜 세출예산액은 대구시가 468만4000원, 경북도는 868만3000원으로 경북이 400만원 정도 더 많아 복지, 안전 등에서 대구보다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다.

지역 내 반발도 만만치 않다. 경북도청은 지난 2016년 대구에서 안동·예천으로 이전했다. 구미와 포항, 북부를 잇는 삼각 발전 축을 맡기 위해 이전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추진되면 도청 중심의 발전 계획이 틀어지고 대구와 남부권 중심의 발전이 가속화돼 불균형 문제가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안동시의회는 지난해 11월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건의안과 결의문을 채택하고 행정안전부와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등에 제출했다. 2월 9일에는 안동시의회 김호석 의장이 의회 청사 앞에서 1인 릴레이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앞으로 대구경북행정통합위원회는 ‘온라인 시도민 열린 토론회’와 ‘대구경북통합 대토론회’ 등 주민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오는 4월 말까지 시도민의 의견과 행정통합기본계획안 보고서를 두 자치단체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후 시·도가 행안부에 행정통합 건의서를 제출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면 8월께 주민투표를 진행한다. 주민투표 결과 찬성이 많으면 국회에 행정통합특별법이 제출, 11월께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7월 1일 특별자치정부가 출범한다.

▲광주와 전남 일부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려진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전남지역 체육단체가 무안공항에서 “광주 민간공항 무안공항 이전”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광주·전남의 ‘광주공항’ 이전…통합 걸림돌

1995년부터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통합이 논의됐으나 무산된 광주전남이 인구감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다시 본격적인 통합 논의에 들어갔다. 광주의 인구는 2014년 147만 명에서 지난해 145만 명을 기록했다. 전남 인구는 2014년 190만 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85만 명으로 약 5만 명 줄었다. 두 지자체가 통합하면 인구 330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은 1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려는 이유는 인구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두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현재 두 지역은 광주공항 이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에 소재한 광주공항의 민간공항과 군공항을 이전하는 방식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 광주시는 민간공항과 군공항 동시 이전을, 전남도는 민간공항을 우선 이전하고 군공항을 나중에 이전하자는 입장이다. 이 문제로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전남 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광주전남 시도 행정통합 추진을 위한 연구용역비 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해 통합 논의가 중단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달 2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전남도와 진정성 있는 협력을 통해 광주·전남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군공항과 광주민간공항 이전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및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충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4자 협의체 구성 제안을 ‘협약 번복’으로 받아들이며 불쾌한 입장을 표했다. 지난해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전남지역 경제단체와 체육단체, 문화단체 등도 잇따라 민간공항 이전을 요구하는 등 집단반발하고 있다. 전남도의회 관계자는 “광주시가 공항 이전 문제를 원점으로 돌려 신뢰가 깨졌다”며 “광주시의 태도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군공항 이전을 위한 4자 협의체 운영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부울경 메가시티, 행정통합보다는 ‘광역연합’부터

부산·울산·경상남도는 우선 광역통합을 이루고 행정통합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통과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에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의 특정 목적을 위해 광역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특별지자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행정통합과 달리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 광역연합이 탄생되면 이를 대표하는 기관장인 ‘광역연합장’은 연합의회에서 선출한다.

부산은 지난해 지역 내 총생산 92조원을, 울산은 74조원을, 경남은 112조원을 기록했다. 부울경 메가시티가 만들어지면 인구 800만 명에 지역 내 총생산은 280조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세 도시를 광역화해 경쟁력을 갖춘 거대도시권을 형성하고 ‘대한민국 제2수도권’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부울경은 광역연합을 내년 1월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4월까지 합동추진단을 구성하고 8월까지 규약을 마련해 내년 1월까지 행안부 승인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동남권 광역특별연합은 공동으로 추진할 때 시·도민 편익이 커지거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사무, 행정구역과 서비스구역이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시·도민 불편과 비효율성을 보완하기 위한 사무를 공동으로 추진하게 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사진=뉴시스
◇대전이 먼저 세종과 통합 제안했지만…내부에서는 “우리가 왜?”

대전과 세종의 통합 논의는 허태정 대전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허 시장은 지난해 7월 대전형 뉴딜정책 발표 브리핑에서 행정수도의 실질적 완성을 위해서는 대전과 세종이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허 시장과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대전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통합에 대해 진전이 없는 상태다. 특히 행정통합에 앞서 지역화폐 공유를 제안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의 답보 상태에 대해 대전시 내부의 여론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 비해 대전과 세종은 인구 수와 경제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크다. 대전의 인구 수는 146만 명인 반면 세종의 인구 수는 35만 명에 그친다. 지역 내 총생산도 대전이 42조원인 반면 세종은 11조원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시 몸집이 3배 정도 큰데 우리가 먼저 통합을 제시한 상황”이라며 “허 시장의 제안으로 통합 논의가 나왔는데, 세종과의 통합이 대전에 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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