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의 한 집은 깨질 유리창 위기, 빈집에 콘텐츠를 채워라

[ 심층리포트 - ①]빈집 정비 관광자원화, 세컨드 홈 등으로 ‘생활 인구’ 늘려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4.04.03 10:09
편집자주“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사소한 것들을 방치하면 더 큰 범죄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사회범죄심리학 이론이다. 깨진 유리창이 늘수록 주변이 황폐해지고 인구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 방치된 빈집도 마찬가지다. 빈집이 관리되지 않으면 건물 붕괴 등 안전 사고는 물론, 범죄의 온상이 돼 주민 안전을 위협한다. 이는 지역의 인구 유출을 과속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인구감소의 결과인 빈집이 인구 유출을 유발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빈집문제 해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빈집 철거를 위해 지방세법을 개정하거나, 매매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세컨드 홈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빈집을 정비해 임대주택이나 호텔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복수주소제를 도입하는 것을 대안 중 하나로 제시한다.
▲방치된 농촌지역 빈집/사진제공=영주시청
저출산과 고령화, 지방소멸의 흐름 속에서 전국 곳곳의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2050년이면 전체 주택 열 채 중 한 곳이 빈집이고, 강원도나 전남도 등 일부 지역에선 네 집 중 한 집에 사람이 살지 않을 것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2022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3만2000호에 달한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빈집은 인구소멸지역에 집중돼 있다. 도시지역의 빈집은 4만2000호인 반면, 농어촌지역은 8만9000호로 두 배가 넘는다. 전국에서는 전남에서 빈집이 가장 많았다. 지난 2022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군별 빈집 현황’에 따르면 전남(1만8568가구)이 빈집 가구 수 1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전북(1만7918가구), 경남(1만564가구), 강원(6403가구), 경북(6367가구) 등이 이었다.

빈집은 계속 늘어나 2050년이면 열 채 중 한 곳이 빈집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국토정보공사가 통계청의 인구 자료 등을 토대로 2017년 발표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이면 전국의 빈집은 302만 가구에 달한다고 나왔다. 전체 주택(2998만 채)의 10%를 차지하는 수치다.

정부는 급속하게 증가하는 빈집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지자체와 함께 ‘빈집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지자체의 빈집관리 전담조직 지정 등을 명시한 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부터는 매매가 안 되는 빈집의 철거를 유도하기 위해 개정된 지방세법이 시행되고 있다. 빈집을 철거하면 그 자리에 남은 토지에 대한 재산세를 내야 한다. 재산세가 주택세보다 비싸 빈집을 처분하지 않고 놔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부터 빈집 철거로 생긴 토지에 대한 주택세액 적용 기간을 종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빈집 철거 후 생긴 토지세액 부과 기준인 주택세액의 연 증가율도 30%에서 5%로 인하했다.

또 농어촌 빈집의 매매를 유도하기 위해 인구감소지역 주택 구매 시 세금을 줄여주는 ‘세컨드 홈’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가 인구감소 지역의 주택 1채를 더 매매할 경우 가격·규모와 상관없이 기존 주택에 대한 재산세율을 0.05%p 인하하고, 종합부동산세·양도세 등에서 ‘1가구 1주택’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주민 자력으로 정비가 어려운 곳은 ‘주거재생혁신지구’로 지정해 공공이 나설 예정이다. 빈집 정비 필요성이 높은 지자체를 대상으로 부동산원이나 국토연구원 등의 정비계획 수립 컨설팅을 제공한다. 빈집밀집구역은 도시재생사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된다. 빈집 수 10호 이상, 빈집 면적 20% 이상, 노후·불량건축물 수가 3분의 2 이상 지역 등이 가점 조건이다. 최대 250억원까지 국비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9일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에 위치한 농어촌 빈집 활용 숙박시설 ‘북촌포구집’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운영현황을 청취하고 향후 지원사항에 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사진제공=행정안전부
◇충주 관아골·제주 북촌포구집 등, 빈집 정비해 인구 늘기도

이탈리아에서는 빈집 대책으로 ‘1유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버려진 집을 자기 돈으로 리모델링만 하면 1유로에 살 수 있는 프로젝트다. 계약 때 담보로 5000유로(약 720만원)를 내야 하지만 3년 안에 리모델링을 마치면 보증금은 되돌려받는다. 1유로 빈집은 경쟁률 100대1을 보였다고 알려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달 이탈리아 중부 마엔차 지역을 방문해 빈집 대표 정책인 ‘1유로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빈집을 활용해 관광, 문화자원 등으로 재탄생시켜 생활인구를 늘린 사례가 있다. 충북 충주시의 관아골은 빈집을 청년이 고쳐 쓸 수 있도록 지원, 개성 있는 골목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관아골의 경우 2016년 60%(70여 채 중 42채)에 달했던 공가율이 작년 기준 12%(9채)까지 줄어든 성과를 냈다. 충북 보은군에서는 농촌 빈집을 리모델링해 도시 이주민에게 제공하는 사업 ‘희망둥지’를 진행하고 있다. 보증금 없이 2년 동안 월세를 15만~20만원만 내면 되고 원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또 제주에서는 북촌포구집이 대표적인 빈집 정비 사례다. 스타트업 ‘다자요’가 무상으로 임대받아 숙소 등으로 새롭게 리모델링한 뒤 운영하다가 다시 집 소유자에게 되돌려주는 사업을 하고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빈집을 지역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5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 대상으로 철거를 원하는 빈집을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4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대상지는 인구감소지역 정비 수요와 빈집 3등급 등 우선 정비 구역 등이다. 정부는 이런 수요를 감안해 추가 예산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소멸지역의 빈집을 정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생활인구를 늘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인구는 지역에 체류하는 사람을 인구 수에 집계하는 개념으로 지난해 정부가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도입됐다. 주민등록법상 주민으로 등록한 사람, 통근·업무·정기적 교류 등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해 체류하는 사람, 출입국관리법상 외국인등록을 하거나 재외동포법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 등이 모두 생활인구에 포함된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세컨드 홈’ 같은 정책은 지역의 빈집을 해결하는 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세컨드 홈 정책이 활성화되면 지역의 생활인구가 늘어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다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복수주소 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이에 따른 주민세·재산세 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