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문도 열기 전 ‘꽃샘추위’ 분다

[심층리포트-주춧돌 놓은 늘봄학교]‘인력 수급’ 등 각종 난제

머니투데이 더리더 신재은 기자 입력 : 2024.03.04 09:38
편집자주공교육의 보육 역할을 확대하는 ‘늘봄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 정책이 올해부터 시행된다. 저출생과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개혁 작업의 일환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2학기 전국 확대를 앞둔 늘봄학교는 교원 반발을 줄이기 위한 인력·공간 확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보통합 역시 교사의 자격 기준과 처우 등 통합모델을 서둘러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행을 코앞에 둔 두 정책을 자세히 짚어봤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경기도 하남 신우초등학교에서 ‘따뜻한 돌봄과 교육이 있는 늘봄학교’ 주제로 열린 아홉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한민국 평균 합계출산율 0.78명. 인구학 권위자 콜먼 교수는 “이대로라면 2750년에 대한민국이 소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출생 문제는 이제 해묵은 문제가 아닌 코앞에 닥친 문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의 해결책으로 ‘늘봄학교’를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돌봄과 교육만큼은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돌봄공백’을 국가가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이야기다. 믿을 수 있는 학교에서 돌봄을 맡는다는 기대감과 현장의 상황을 알지 못하는 성급한 정책이라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돌봄을 학교의 영역에서…돌봄과 양질의 교육을 한 번에
늘봄학교는 정규수업 외에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1학년이라면 누구나 아침 7시부터 최대 오후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분절적으로 운영되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하나로 결합한 형태로 추진한다. 초등학교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기 전까진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은 변함없이 운영한다.

늘봄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을 정해진 시간까지 돌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발표한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통해 “정규수업 외에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 아이 개개인이 미래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3월 새학기부터 시행된다. 1학기는 늘봄학교 신청 학교의 1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 1학년으로 확대된다. 추첨이나 우선순위 없이 신청 학생 모두가 돌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25년에는 1, 2학년이 대상이며, 2026년엔 6학년까지 전 학년이 늘봄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학생에게는 2시간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된다. 별도의 비용이 발생했던 방과후학교와 다른 점이다. 늘봄학교에 참여하는 1학년의 경우 오후 1시 정규수업이 끝난 후 맞춤형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3시에 하교할 수 있다. 성장발달 단계와 학부모 수요 등을 고려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체육이나 문화예술 프로그램 등이 운영될 예정이다.

맞춤형 프로그램 이후 초등학교 1학년생이나 그 외 학년 학생들은 수익자 부담 원칙하에 ‘선택형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교육부는 “3~6학년을 대상으로는 사교육과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미래역량 함양, 진로탐색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거점형 늘봄센터나 지역 돌봄기관, 도서관 등 학교 밖 지역 내 교육공간도 연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늘봄학교를 위한 전담인력도 배치된다. 교육부는 교원들의 행정부담 해소를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전담으로 운영할 인력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1학기는 과도기적이기 때문에 기간제교원 등을 학교에 배치하고, 2학기부터는 늘봄실무직원이 기존에 교사가 맡았던 방과후학교와 돌봄 업무를 포함한 모든 늘봄학교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학교에 늘봄지원실을 설치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5일 늘봄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사진=뉴스1(대통령실 제공)

◇늘봄학교 참여율 44.3% 부산·전남 100%, 서울 6.3%…지역격차 커
늘봄학교 도입 첫 학기, 교육부가 지난 2월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학기 늘봄학교 시행 초등학교는 2741곳이다. 전체 초등학교 6175개 중 44.3%에 해당한다. 교육부가 예고했던 2700개교 참여에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지역별 격차가 컸다. 부산과 전남의 참여율은 100%로, 지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운영된다. 경기도의 참여율은 73.3%로, 1330개교 중 975개교가 참여한다. 10~20%로 참여한 지역은 △울산 △전북, 20~30% 참여한 지역은 △인천 △광주 △강원 △충남이다. 참여학교 수가 많은 시도교육청은 △경기(975교) △전남(425교) △부산(304교) 순이다.

반면 서울은 608개교 중 38개교만 참여해 6.3%에 그쳤다. 10% 이하로 참여한 지역은 서울이 유일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서울이 다른 지역보다 참여가 상당히 저조하다”며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 지역의 참여 저조는 ‘서이초 사태’의 여파로 분석된다. 지난해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에 따른 돌봄 거부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참여 학교 추가모집에 나섰다. 지난 2월 21일 서울시교육청은 “늘봄학교 시행 학교를 150곳까지 확대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을 확보했다”며 “늘봄학교 운영이 확정된 38개교에 더해 희망하는 초등학교에 대한 수시 추가 모집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늘봄학교 추진 등을 안건으로 부총리-시도교육감 간담회(영상회의)가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 맞벌이 부모의 희망 vs 현장 무시한 성급한 정책
교육부는 늘봄학교 운영을 통한 사교육 감소 효과와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지만 성급한 시행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맞벌이 가정에서는 늘봄학교에 대해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교 이후 자녀를 2~3개의 학원에 보내는 소위 ‘뺑뺑이’를 돌리거나 조부모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대감이다. 기존의 방과후학교나 돌봄교실은 순위에서 밀려 참여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반면 일부 학부모는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러야 하는 아이의 정서적 부담과 늘봄학교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초등학교 3학년생을 둔 한 학부모는 “이전에 돌봄교실에 당첨됐지만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며 “아이가 학교라는 공간에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힘들어했고 생활 전반에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의 전문성이 떨어질 것 같아 학원은 포기할 수 없다’, ‘늘봄학교 대신 돌봄교실 대상을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이 게재됐다. 교육부는 지역 돌봄센터와 연계해 승마나 펜싱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한정된 예산이 문제다.

늘봄학교 시행에 가장 크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교직원단체다.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시행한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원지부는 지난 2월 20일 성명서를 통해 “새 학년 시작이 채 2주도 남지 않았는데 상식적으로 3월부터 이를 정상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돌봄 인력 수급이 가장 큰 문제다. 교사들은 전담 인력이 구해지지 않으면 기존의 수업과 행정업무에 늘봄업무 부담까지 교원에게 가중될 것을 우려한다. 교육부는 1학기에 기간제교사 2250명을 투입하고 2학기부터는 전담 실무인력 6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것이 교사들의 입장이다.

대도시 과밀지역을 제외하고는 늘봄학교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각 교육청의 학교인력채용 페이지에는 늘봄학교 관련 구인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왔다. 전국 학교로 대상이 확대되는 2학기에는 ‘구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은 지난 2월 5일 성명을 통해 “늘봄학교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리와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교감이 늘봄지원실장을 겸임할 수 있게 했는데 그 경우 늘봄학교를 교원과 분리해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22일 오후 전국시ㆍ도교육청공무원노조 소속 회원들이 “늘봄학교 지방공무원 업무전가 중단, 늘봄학교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지역 교육청 공무원들도 늘봄 업무 부담에 반발하고 있다. 시도교육청공무원노조는 “늘봄지원실장으로 지방공무원을 임명하겠다는 교육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공간 부족 문제도 있다. 일부 학교는 과밀학급으로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정규수업 이후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교사들은 늘봄을 위해 교실을 내주고 학교를 떠돌아다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민간 사회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나 지자체에 의해 설치·운영되는 ‘다함께 돌봄센터’ 등이다. 서울 구로구나 노원구, 대전 서구 등의 지자체에서는 도서관, 체육관 등의 시설을 활용해 돌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유연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는 “아이들을 가진 부모들에게 노동을 줄여주거나 고용불안을 해결해주는 등 다양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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