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자치]사회 진출 청년의 디딤돌, 주민참여예산

청년을 위한 공간 서울시 금천구 '청춘삘딩' … 공유주방·세미나실·코워킹공간 구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1.06.15 10:13
편집자주내 손으로 우리 동네를 바꿀 수 있을까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정책을 펼칩니다. 내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인데도 주민이 직접 참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지역에나 주민이 정책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주민참여제도입니다. 조직의 구성과 운영 방법 등은 조례를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산도 주어집니다. 2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까지 지역마다 다른데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주민참여제도를 통해 지역 공동체를 바뀐 사례를 소개합니다.
▲(왼)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청춘삘딩 외관, (오른)청춘삘딩 내부 모습/사진=더리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청년들의 보금자리 '청춘삘딩'이 있다. 청춘삘딩은 금천구 청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안해 마련된 공간이다. 지역아동센터같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 복지관과 경로당같은 어르신을 위한 공간은 있지만 '청년'을 위한 공간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게 제안 이유였다.

금천구의 1인 가구 비율은 46.0%다. 주거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교통 인프라가 좋아 1인 가구가 살기 좋다는 평이다. 금천구의 1인 가구 수 대비 청년 1인가구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지만 구에는 대학이 없어 청년들이 공공 공간이 거의 없었다. '청년을 위한 공간'을 만들자고 직접 제안한 건 지자체장이 아닌 금천구 청년들이다. 금천구 청년들은 2014년 5월 청년활동공간을 만드는 것을 구청에 제안했고 이듬해 10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에 선정돼 시비 1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2016년 4월 청춘삘딩을 운영할 민간위탁회사 꿈지락네트워크를 선정했고, 그 해 8월 청소년 독서실이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그리고 2016년 11월 청춘삘딩을 개관했다.

'내 인생의 시발점'. 청춘삘딩 앞에 써있는 문구다. 사회에 처음 나가는 청년들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4층으로 구성된 청춘삘딩은 곳곳마다 청년들이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1층에는 커뮤니티홀이 있다. 이곳에서 회의를 할 수도, 취미를 공유할 수도 있다. 청년세대를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또 1인가구의 생활 지원을 위한 셀프세탁소인 '사연 있는 세탁소'가 있다.

2층에는 청춘홀과 세미나실이 있다. 청춘홀에서는 카페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다양한 작업과 학습을 할 수 있다. 10인 이내의 회의와 작업 등이 가능한 코워킹 공간, 세미나실도 마련돼 있다. 3층에는 같이 요리하고 먹을 수 있는 공유주방이 있다. 요리에 필요한 다양한 식기와 간단한 식재료도 구비돼있다. 4층에는 청년예술문화인을 위한 연습실인 다목적 스튜디오가 있다. 또다목적 스튜디오 옆 폴딩도어를 열면 청춘삘딩의 주변 경관을 볼 수 있는 루프탑이 있다.

청춘삘딩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금은 자제하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은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상담이다. 부동산 계약에 서툰 청년을 위해 부동산 계약할 때 주거전문가와 동행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1:1 오프라인 상담이나, 카카오톡·전화로 진행하고 있다. 또 '자취 선배들이 알려주는 나만의 안식처 고르는 방법'과 '내게 맞는 주거정책 찾아보기' 등 막 자취를 시작한 청년들에게 유익한 정보도 제공한다. 
▲(왼)금천구 독산3동에 위치한 데일리로스팅 외관, (오른) 협동조합 '원두'의 채석진 이사장이 커피를 만들고 있다./사진=더리더



◇'인생의 터닝포인트'된 '데일리 로스팅'


금천구 독산동3동 도로변에 작지만 특별한 카페 '데일리 로스팅'이 있다. 학교 밖 청소년 7명이 구 주민참여 예산사업에 직접 지원해 지난해 11월 창업한 카페다. 테이블 세 개의 작은 카페지만 학교 밖 청소년이 사회에 나가기 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발판을 제공한다.

데일리 로스팅 카페는 서울시립금천청소년센터 내 비인가 대안학교 원두 졸업생과 학교 밖 청소년 7명이 모여 만든 카페다. 지난해 구 주민참여예산으로 선정, 5000만원을 지원받아 카페를 창업할 수 있었다. 이들은 창업할 장소, 시장 조사, 인테리어, 메뉴 개발, 홍보방법, 카페 이름 등 모두 직접 알아봤다. 카페 장소는 금천구 독산로 일대 보행환경개선사업 관련된 장소로 결정했다. 카페 이름은 공모를 통해 매일 볶은 신선한 원두의 커피라는 의미로 '데일리 로스팅(Daily Roasting)'이라고 지었다. 바리스타 자격증과 컨설팅 수업을 듣는 등 준비를 마친 후 카페를 개점했다.

데일리 로스팅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한다. 가장 비싼 음료도 4000원을 넘지 않는다. 로스팅 원두와 드립백을 팔며 매출을 올리는 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던 시기에 카페를 오픈해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매출을 올리지 않는다.

이들에게 데일리 로스팅 카페는 매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협동조합 '원두'의 채석진 이사장(21세)은 데일리 로스팅을 창업한 게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었던 채 이사장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와 담을 쌓고 살았다. 채 이사장은 "데일리 로스팅은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줬다"며 "내년 3월에 협동조합 이사장 임기가 끝나는데, 그 이후에 다른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채 이사장의 꿈은 프로그래머다. 내년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그는 제대 이후 프로그래머의 꿈을 도전할 계획이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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