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로 존중”…제2의 메이 사라질까

[법으로 보는 세상]동물 보호 민법 개정안 입법예고…수의법의학 필요성도 커져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1.08.03 10:47

2019년 4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비글종 복제견 메이의 추모제가 열렸다./이미지=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2021년 4월 17일

2012년 복제견으로 태어난 메이는 훈련을 받아 2013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은퇴 후 실험실로 돌아간 메이는 2019년 2월 폐사하고 말았다.
조사결과 2018년 9월부터 7개월간 연구팀 사육사로 근무한 A씨가 주 3회에 걸쳐 사료를 지급하지 않는 방법 등으로 메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메이 외에도 다른 실험견의 머리를 가격하거나 목을 조르는 등 학대 행위를 일삼았고, 실험견을 청소용 대걸레 자루로 찌르거나 청소용 고압수를 방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7단독 남신향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2021년 7월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양이 입양 후 가정에서 학대하여 척추 골절상을 입힌 입양 가족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강동구청 고양이 보호 쉼터에서 2021년 2월 아기고양이를 입양해간 경기도 광주 소재 가정에서 입양자의 남편이 아기고양이를 지속적으로 학대했고 최근에 고양이를 집어던져서 척추를 골절시켜 하반신 마비를 갖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 검사 결과 척추 골절뿐 아니라 이전 학대로 발생한 다발성 골절로 인하여 갈비뼈 13개가 골절되어 있으며 이 중 하나가 폐를 찌르고 있었다”며 “척추 골절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현재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있으며 어려운 척추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회복 가능성이 많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동물을 좋아한다는 가면을 쓰고 아기고양이를 입양한 후 심각한 학대를 지속적으로 일삼은 가정을 엄벌해주시기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회원이 7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동물학대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1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반려 가구는 604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1명꼴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동물보호나 동물복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0년 29건, 2011년 108건에 그쳤던 신고 건수는 2019년 1070건, 2020년 1125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에서 4월까지 신고건수는 232건을 기록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동물학대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피해 배상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30년 동안 동물권은 제자리걸음


전북 임실군 오수면 오수의견관광지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는 차박 캠핑 페스티벌 '눈치 보지 마시개(犬)가 열린 6월 5일 애완견이 캠핑을 즐기고 있다./사진=뉴시스
동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여 생명존중 등 국민의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한 동물보호법은 1991년 처음 만들어졌다. 당초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 학대 등을 저지른 이들을 2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했다.

이후 2007년 1월 법률 제8282호로 전면 개정된 후 2010년 5월 일부 개정되어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 등의 금지’를 위반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 동안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돼, 동물보호법을 적용할 수 있음에도 대부분 가해자는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마저도 가해자 측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재물손괴로조차 처벌하기 어렵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독자적 법적지위 인정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지난달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물을 물건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이달 3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인 조항을 제98조2로 신설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이 7월 19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반려동물의 법적지위를 개선하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 입법예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동물을 생명체로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국민의 인식 변화를 법제도에 반영한 것”이라며 “지난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89.2%)이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상 물건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은 물건의 정의 중 유체물로 취급받고 있다.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동물학대 등이 발생했을 때 형법상 재물손괴죄 적용 외에는 별다른 처벌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정 심의관은 “그동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이 충분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동물이 법체계상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동물의 법적지위 적용은)동물보호법상 동물(개·고양이·토끼·페럿·기니피그·햄스터)에만 한정되지 않고 모든 동물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이 개정되면 처벌·배상 수위가 국민의 인식에 보다 부합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동물 보호나 생명 존중을 위한 다양하고 창의적인 제도들이 추가로 제안될 것이라고 본다”며 “사법의 기본법인 ‘민법’의 지위를 고려할 때 동물 보호 강화는 물론 동물과 사람을 막론하고 우리 사회가 생명을 보다 존중하게 돼 사회적 공존의 범위가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선주자들도 동물보호에 한목소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확행위원회 반려동물 동행시설 안내서비스 협약식에서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반려견 ‘심쿵’을 안고 있다./사진=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이제는 동물보호법을 넘어 동물복지법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반려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커질 것”이라며 “동물을 재산 압류 대상에 포함시키는 일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려가족 공약으로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공시 △반려견 놀이터 확보 △반려동물 입양인 교육지원 등을 내걸었다. 이와 함께 이 전 대표는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6월 22일 국회에서 ‘개식용·반려동물 매매관련 제도개선’ 국회토론회에서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인간의 생명을 존중할 수 없다”며 “동물생명 존중과 동물권 보호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새로운 법률과 국가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개 식용과 관련해서는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영양이 문제되는 시대도 지났기 때문에 개식용 금지 관련 법률을 사회적 공론에 부치고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 6월 29일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하면서 프로필을 통해 자신을 ‘애처가’, ‘국민 마당쇠’, ‘아메리칸 파이를?’, ‘토리아빠 나비집사’, ‘엉덩이 탐정 닮았다고 함’이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8일 자정 무렵에는 페이스북에 유기묘 출신의 반려묘 나비의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실시간 나비입니다”라며 집 안 벽 옆에 붙어 바라보는 반려묘 사진을 게시하면서 #지금꾹꾹이하러갑니다 #유기묘입양은사랑입니다 라는 해시태그도 함께 달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반려묘/사진=윤석열 전 검찰총장 페이스북
윤 전 총장 부부는 유기견 2마리, 유기묘 3마리, 반려견 2마리 등 총 7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동물학대 시 처벌은?


미국의 대다수 주는 동물학대를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 살해의 경우 최대 10년에서 최소 6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심진아웃제’를 적용하는 주는 종신형까지도 처벌이 가능하다.

반려견을 잔혹 살해한 혐의자에게 종신형, 여자 친구의 강아지를 내던져 죽게 한 혐의자에 징역 3년형, 강아지를 트럭에 매달고 도로를 질주한 혐의자에게 법정 최고형인 10년 6개월이 선고되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부터 전국사건기반보고시스템(NIBRS)에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테네시와 캔자스 등 미국 일부 주는 동물 학대 신상공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1911년 동물학대 방지법을 마련했는데 올해 동물학대에 대한 최고형량을 6개월에서 5년으로 강화했다. 또한 미수에 그친 동물학대, 부주의로 인한 동물학대, 동물유기 등에 대해 최고 약 30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알려져 있는 독일은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물 학대 시 최대 3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특히 동물을 살해한 행위로 처벌될 경우에는 향후 동물사육이 금지된다. 하루 2~3회 반려동물을 산책시키지 않아도 동물학대로 간주돼 벌금이 부과된다.



수의법의학 국내 도입 시급해


지난 6월 21일 동물자유연대는 ‘이슈리포트’를 통해 동물학대 사건의 입증 등을 위해 수의법의학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학대 사건의 수사는 학대행위를 입증하는 영상 증거,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대다수”라며 “동물이 사망한 경우는 사체가 가장 큰 증거인데 수의법의학적 진단체계의 부재와 일선 경찰의 낮은 인지도로 부검 등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동물학대 규명을 위해서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질병진단과 동물위생시험소, 수의대학 병리실험실 등에 의뢰해 부검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상해나 질병 감염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사인을 규명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이 단체의 주장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소속 회원들이 6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동물학대 강력처벌 촉구’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사진=뉴스1
영국은 1980년대 후반 법의학 연구에 있어 수의학적 참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후 동물 사건과 관련해 법정에서 신뢰도 있는 증거를 제시하기 위한 수의법의학 인식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후반 동물학대 관련 수의법의학 기초 마련을 시작으로 동물학대 사건 수사와 기소 절차가 구축돼 있다. 지난 2014년부터는 비영리단체 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ASPCA)에 과학수사팀을 둬서 동물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뉴욕경찰에 법의학적 평가를 제공해왔다. 이후 동물학대범 체포와 동물 치료 사례가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전문역량을 갖춘 수의법의학 인력을 양성하고 사건 대응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