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분석]심상정, 어느덧 네 번째…‘존재감’ 다시 알려라

‘심상정 피로감’ 해소 최우선 과제…차별화 성공하느냐가 관건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2.01.03 10:25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내 인생의 진로를 밝히는 등불”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대학시절 <전태일 평전>을 접하면서 노동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심 후보는 훗날 <전태일 평전>을 자신의 ‘인생 등불’이었다고 말한다.

10여 년을 노동운동과 수배생활을 이어가며 노동운동사의 중심에 섰던 그는, 2003년 금속노조의 노동조건 개선 및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그때부터 ‘철의 여인’이라 불렸다.

심 후보는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진보대통합과 통합진보당 내홍을 겪으면서 지금의 그를 대표하는 정의당을 창당했다.

20대 대선에 심 후보가 다시 도전했다. 그의 도전은 경선을 포함해 이번이 네 번째다. 처음으로 선거를 완주했던 지난 2017년 선거에서 심 후보는 6%를 득표하며 민주화 이후 진보계열 인물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율을 얻었다.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두고 제3지대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심 후보는 거대 양당을 모두 ‘적폐’로 규정하면서 “34년 양당 정치와 단절하고 정치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며 “승자독식 양당체제를 종식하고 다원주의 책임 연정을 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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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과 대학생이 철의 여인, 대통령 후보가 되다


심 후보는 1959년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에서 2남 2녀 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교사인 아버지와 언니의 영향으로 역사 선생님의 꿈을 안고 서울대 사범대 역사교육과에 진학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심 후보는 도서관에서 <전태일 평전>을 만났다. 책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청년 전태일은 심 후보를 노동운동의 길로 이끈 등불이 됐다.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심 후보는 구로공단으로 달려가 미싱사로 위장취업했다. ‘김혜란’이라는 가명도 그때 정했다. 하루 13시간을 일하고 받은 월급은 고작 8만원, 여공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며 심 후보의 ‘역사 선생님’에 대한 꿈도 막을 내렸다.

심 후보는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1985년 구로동맹 파업의 주동자로 지목돼 1993년 체포될 때까지 10년간 수배자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의 노동운동에 대한 열정은 꺼지지 않았다.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심 후보는 전국노동조합협의회에서 쟁의국장과 조직국장을 역임했고, 1996년부터 2002년까지는 민주금속연맹, 금속산업연맹, 금속노조에 몸담았다.

2003년 심 후보는 전국금속노동조합의 대한민국 최초 노동조건 개선 및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가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계기였다.

2003년 9월 심 후보가 감옥에 있던 단병호 금속노조 위원장 면회를 갔을 때 그는 심 후보에게 “정치를 하면 아주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단 위원장은 심 후보에게 2004년 17대 총선에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강력하게 권했다.

통합진보당 유시민,심상정,조준호 공동대표가 2012년 5월 14일 대표직 사퇴의사를 밝히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 들어서고 있다./사진=뉴스1

그는 당 비례대표 후보 선거에서 여성 후보 최다 득표로 1번을 배정받으며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이후 심 후보는 1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19대와 20대, 21대까지 내리 당선되면서 ‘진보정당 지역구 의원’이자 4선 중진으로 자리 잡았다.

국회의원 자리에서 그의 행보도 노동운동 시절처럼 거침없었다. 그는 성역이라고 불렸던 삼성의 편법·탈법·불법 행위들을 파헤쳤고, 국정감사에서는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임금피크제 관련 질의를 하며 사자후 하는 ‘강골’의 모습을 보여줬다.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카드수수료 인하, 대형마트 입점 규제 등 서민들을 위한 법안들도 끊임없이 발의했다.

그의 이번 대권 도전은 네 번째다. 2007년 대선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고, 2012년에는 진보정의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중도 사퇴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완주하며 201만7458표를 얻어 6.1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심 후보는 “34년 묵은 낡은 양당 체제의 불판을 갈아야 한다”며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1700만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모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 수 있었던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좋은 기회를 허비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정권이 아니라 정치를 교체해달라”고 강조했다.



핵심 키워드
노동과 젠더 선진국


심 후보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성별, 지역, 세대 간의 차별을 없애 노동과 젠더 선진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2월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선승리 전진대회’ 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 11월 8일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그는 신노동법과 주4일제를 통해 노동선진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심 후보는 “부동산 투기공화국은 심상정 정부에서는 해체될 것”이라며 “돈이 돈을 버는 사회가 아니라, 땀이 돈을 버는 사회를 복원하고 우리 국민 모두가 집 걱정하지 않는 주거안심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다양한 계층, 다양한 젠더, 다양한 삶들이 존중되는 가운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사회’로 대한민국을 대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의당은 지난달 17일 이번 대선에서 사용할 당의 새로운 서브 컬러 3가지를 공개했다. 심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의당 PI(Party Identity) 서브컬러 발표회’를 열고 “정의당의 색깔이 다양해졌다”며 “노란색은 더 맑고 더 넓은 품이 됐다. 여기에 녹색과 빨간색이 손잡고 보라색을 품어 미래의 색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기존의 색인 노랑은 ‘연대, 공존’의 의미다. 이날 공개한 빨강(피땀빨강)은 ‘노동’을, 초촉(산들초록)은 ‘기후위기 대응과 환경’을, 보라(평등보라)는 ‘젠더와 성평등’을 의미한다. 심 후보는 “다양한 색들이 연대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바로 저 심상정이 달려가고자 하는 미래이고, 제가 제시한 다당제 책임연정의 색깔”이라며 “남은 82일 동안에 빨강, 녹색, 보라색이 모두 손잡을 수 있도록 노란 희망의 원을 더 넓게 그리겠다”고 강조했다.



공약 점검
1호 공약, 주4일제 시행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11월 24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보건의료노조 주4일제 연구용역 발표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대선 도전 선언 직후 심 후보는 ‘주 4일제’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심 후보는 ‘주 4일제 로드맵과 신노동법 비전’을 발표하며 “한국은 자유 시간이나 여가 시간이 결핍된 대표적인 시간빈곤 국가”라고 밝혔다.

또 “유럽연합은 1993년 주 35시간(노동)이라는 지침을 정했고, 일본은 지난 4월 집권 자민당이 주 4일제 추진을 공식화했으며, 미국에서는 기업 4곳 중 1곳 이상(27%)이 주 4일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시기상조론이 나오는데 대해 심 후보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우선 2022년 1단계에서는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를 위한 추진 본부를 구성한다. 심 후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양대 노총과 특수고용직 등이 참여하는 시민본부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2단계에서는 병원과 같이 교대제나 야간노동을 하는 사업장과 산재 및 스트레스 고위험 유발 사업장, 탄소배출 다량 사업장 등에서 주 4일제를 시범운영하겠다고 했다. 2025년 마지막 3단계에서는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해 단계적 입법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성주 정의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임금하락 우려에 대해서는 “최소 주 15시간 이상의 노동을 보장하는 ‘최소노동시간 보장제’와, 기간제·단시간 노동자에게도 퇴직금과 추가 수당 등을 지급하는 ‘평등수당’을 도입해 임금 감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상정의 사람들


정의당 선대위 명칭은 심 후보가 연상되는 ‘심상찮은 선대위’로 지었다. 총괄 상임 선대위원장은 여영국 정의당 대표가 맡았다. 여 대표는 “내 삶을 지키는 정치 교체 대전환을 이루자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고 했다.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이정미 전 대표, 배진교 원내대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나경채 전 공동대표도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와 남편 이승배씨, 여영국 총괄상임선대위원장 등이 12월 7일 국회에서 열린 '심상찮은 버스 6411' 출정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심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하며 ‘돌봄 대통령’을 내걸었던 이 전 대표는 ‘따뜻한 돌봄국가’ 위원장을, 배 원내대표는 ‘신노동·주4일제 추진본부장’을 함께 맡았다. 이은주 의원은 세입자주거보장 추진본부장, 류호정 의원은 플랫폼경제민주화 추진본부장, 장혜영 의원은 차별금지법 추진본부장을 맡았다.

선대위는 1월에는 불평등, 기후위기 문제 등과 관련된 외부인사를 영입해 2차 확대 선대위를 발족할 예정이다.



심상정의 리스크


진보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심상정 의원이 2012년 10월 14일 오후 서울 청계6가 전태일다리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심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사진=뉴스1

정치 전문가들은 심 후보의 약세에 대해 정의당의 자체 정치 기반이 협소하다는 것과 네 번째 대권 도전인 만큼 참신함이 떨어지면서 ‘심상정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개혁이 이슈로 떠오르며 민주당이 이를 상당 부분 흡수하자 정의당은 한때 민주당 2중대로 불릴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2019년 일명 ‘조국 사태’ 당시 침묵하는 대응은 정의당 내부 분열로 이어졌으며 지지층 이탈 현상까지 일어났다.

이후 정의당은 약해진 입지 속에 선거제 개편에도 불구하고 20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을 비롯해 전체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심 후보는 이로 인해 당시 당대표에서 조기 사퇴하기도 했다. 한때 데스노트(장관 후보자에 대한 정의당의 부적격 판단이 낙마로 이어진다는 뜻)라 불렸던 정의당의 정치적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상황에서 존재감을 선보여야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지난 정의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심 후보가 과반 득표에 실패하고, 결선 투표에서도 이정미 전 대표에게 근소한 차로 이긴 데 대해 당내 ‘심상정 피로감’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있다. 또, 세대 교체가 화두인 정치권에서 진보정당 대선 후보로 심 후보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현재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가족 리스크 직격탄을 맞으며 지지율이 잇따라 동반 하락하고 있어 반사이익 효과가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

심 후보는 이번 대선 출마에 나서면서 “마지막 정치적 소임”이라고 했다. 그가 지난 19대 대선때처럼 진보 이슈로 얼마나 차별화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대선 정국은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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