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지름길은 ‘필사’보다 ‘편집’이다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남의 글 고치기의 힘…편집자 안목 갖춰 자기 원고도 잘 쓰게 돼

글쟁이(주) 백우진 대표 입력 : 2022.02.11 15:22
편집자주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와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백우진 글쟁이㈜ 대표
“기자를 글쓰기 측면에서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지. 자기 기사만 쓴 기자와, 간부로 일하면서 다른 기자들 원고를 고쳐본 기자로. 전자와 후자를 비교하면 대체로 후자가 글을 더 정확하고 조리 있게 구사하더군.”

한 활자매체 간부 출신 인사가 내게 들려준 경험이다. 다른 사람 글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글쓰기 역량도 강화된다는 말이다. 나는 일리가 있는 경험칙이라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 다른 기자들의 원고를 수정하는 간부 기자는 편집자의 안목을 상당히 갖추게 되고, 그 안목을 자신이 쓰는 글에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안목은 무엇인가? 자기가 쓴 글의 부족한 부분을 자신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러나 편집자에게 원고는 남이 쓴 글이다. 자기 눈에 든 들보는 보이지 않아도 남의 눈에 든 티끌은 보인다. 편집자는 기자들이 의식하지 못한 채 쓴 미흡한 대목을 속속 잡아내 정돈한다.

편집 작업을 공들여 해온 간부 기자는 자신의 글도 어느 정도 편집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가 글을 쓰는 과정은 내면에서 필자와 편집자가 대화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그가 작성하는 원고는 구성이 성기거나 전개가 오락가락할 위험이 줄어든다.

이를 응용하면 다음과 같은 글쓰기 조언이 나온다.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는 실습은 남의 글을 고쳐서 써보는 작업이다.’ 좋은 글을 필사하기(베껴 쓰기)가 작문 역량을 키우는 데 좋다는 권고가 많고 책도 여러 종 나왔지만, 필사보다 몇 차원 더 효율적인 방법이 편집이다.

출사표 일부 구성과 전개를 고쳐보자
옥에도 티가 있다. 이번에 편집할 글은 한자 문화권에서 천하의 명문으로 꼽히는 제갈량의 ‘출사표’다. 출사표란 ‘군대를 일으키며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뜻한다. 제갈량은 유비의 유지를 받들어 위나라를 정벌하러 나서면서 촉한의 2대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렸다.

원문과 대안을 비교해보시라. 세 가지 측면에서 편집했음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첫째, 원문의 세 문단을 다섯 문단으로 나눴다.(한자 원문은 문단이 나뉘지 않았다. 인용한 번역문의 문단은 편역자가 나눈 것이다.) 둘째, 둘째 문단부터 넷째 문단까지의 전개를 ‘일반’과 ‘예시’의 순서로 바꿨다.

셋째, 논지를 다시 강조하는 다섯째 문단에 앞에서 거명된 신하들의 이름을 다 열거한 뒤 이름을 추가했다.(진진, 장예, 장완은 각각 상서, 장사, 참군을 맡고 있던 신하들이다.)

문단은 가능하면 나눠야 한다. 단락 나누기는 시각적으로도 필요하다. 책 〈The Elements of Style〉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번역은 내가 했다.


한 문단에 한 가지씩, 문신과 무신을 나누어 서술한다는 측면에서 장군 상총한테는 별도의 단락을 부여하는 대안이 합당하다. 또 양괄식으로 충신을 중용해야만 나라가 강성해진다는 주장을 다시 강조하는 문단도 독립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한 왕실의 부흥’이라는 목적이 제대로 강조된다. 양괄식은 앞에서 제시한 논지를 다시 받아서 서술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앞에서 거명된 신하들의 이름을 다시 한번 열거해야 한다.

문단의 정석은 ‘일반-예시’ 구성
이제 ‘일반’과 ‘예시’의 순서를 설명할 차례다. 두괄식의 주요 유형인 ‘일반-예시’는 문단을 구성하는 방법에서도, 문단을 전개하는 순서에서도 정석이다. 이를 다음 문단을 통해 살펴보자.


글은 문단 단위로 쓰고, 문단 단위로 전개한다. 이는 간단한 지침이지만 능숙히 실행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실습을 거쳐야 한다. 효과적인 실습 방법은 다른 사람의 글을 편집해보는 작업이다. 스티븐 킹이 말한 것처럼 편집자는 신이다. 신의 시선으로 남의 글을 고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안목이 높아졌음을 깨닫게 된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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