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vs 예술, ‘금기의 베일’ 벗을까

문신, 대법 판결에 30년간 ‘음지’로…연간 1.2조원 시장 양성화 채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2.02.03 10:31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6월 16일 SNS를 통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민주노총 타투 유니온 조합원들과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류호정 의원 SNS 캡처

# 2021년 6월 11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문신이나 타투 합법화를 골자로 하는 ‘타투업법’ 제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대표 발의했다.
이어 같은 달 16일 류 의원은 타투유니온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투는 그 사람의 외모”라며 “나를 가꾸고, 보여주고 싶은 욕구는 사사로운 멋 부림이 아니라, 우리 헌법이 표현의 자유로 보호해야 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타투를 한 자신의 등이 훤히 드러나는 보랏빛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그의 타투는 영구적인 것은 아니고 스티커를 이용했다. 타투업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 2022년 1월 12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눈썹 문신, 합법일까요? 불법일까요?”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 후보는 “의료인에게 시술받으면 합법, 타투이스트에게 받으면 불법”이라며 “우리나라 타투 인구는 300만 명에 달하지만 의료법으로 문신을 불법화하다 보니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45번째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에서 “타투이스트들이 합법적으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국회에 계류 중인 타투(문신)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 4월 16일 한국사진기자협회가 선정한 제87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portrait 부문에 선정된 '이랑 대한타투협회 회장'/사진=중앙일보 신인섭 기자

타투는 과거 조직폭력배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개인의 멋의 표현이자 하나의 예술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은 여전히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미디어에서는 여전히 타투를 드러낼 수 없어 테이프 등으로 가리거나 가려지지 않는 타투의 경우 모자이크 처리되고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와 제44조에 따르면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표현을 해선 안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모방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다룰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규정에 ‘타투 금지’라는 단어가 없음에도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타투가 여전히 금기의 대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타투 합법화에 대해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류호정 의원에 이어 최근 이재명 대선 후보까지 법제화를 주장하며 타투 합법화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과 예술의 기로에 선 타투, 현실과 법 제도 간 괴리를 좁힐 수 있을까?



타투, 불법과 예술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1992년 대법원이 타투와 반영구 화장은 잉크와 바늘로 인한 감염 위험 때문에 의사만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어기면 최소 2년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한다. 이후 30년간 타투는 음지에서 이뤄졌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타투 경험자는 300만 명, 반영구화장 경험자까지 합치면 13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활동하고 있는 타투이스트는 약 20만 명, 한 해 타투 시술은 50만 건이 이뤄지며 타투시장 규모는 연간 1조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릴리 콜린스 등에게 타투 시술을 한,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타투이스트 중 한 명인 김도윤 씨는 2019년 12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모 연예인에게 문신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도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지회장이 지난 9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부는 “의료행위에는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보건위생상 위해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문신시술 과정에서 피부염, 화상 등 질병이 발병할 위험이 있어 이는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장을 제출하고 타투 금지 규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고,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기각됐다. 김씨는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다.

김씨는 “한국의 유명 타투이스트들이 모두 한국을 떠나고 있다. 수요가 많은 뉴욕이나 캐나다의 대형 스튜디오에서 이들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젊고 재능 있는 타투이스트들이 평범한 회사원처럼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자유롭게 일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 전 세계 유일한 ‘타투 불법국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일정을 마친 그룹 방탄소년단(BTS) 정국이 지난 9월 2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재 전 세계에서 비의료인의 타투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러나 2018년 일본 오사카 고등법원이 의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타투이스트의 시술 행위에 대해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실상 한국이 유일한 타투 불법 국가가 됐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타투 시술을 상업·예술적 문화로 보고 있어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타투 시술이 가능하도록 하는 면허·허가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영국은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타투 시술을 하기 위해서는 타투 시술 자격증을 부여받아야 하고, 지역별로 등록된 시술자가 위생·안전·기술 관련 교육을 1년 이상 이수하면 타투이스트 자격을 준다.

미국은 41개 주가 위생과 감염 교육을 이수한 타투이스트에게 타투 관련 자격증 또는 면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도 21시간의 위생·보건 교육을 마치고 지역 보건청에 신고하면 타투 업소 운영이 가능하다. 중국 역시 자격제도를 통해 타투 시술을 부분 합법화하고 있다.

한국타투협회는 “타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한국만의 후진적인 인식이며, 법률적으로도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법제화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신 있어도 경찰, 군인 복무 가능해


과거에는 온몸에 과도한 문신이 있는 경우 병역판정검사에서 4급으로 판단해 사회복무요원 등 보충역으로 복무하게 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전면 폐지됐다.

현재는 온몸에 타투가 있어도 현역(1급~3급) 판정을 받는다. 국방부는 “사회적으로 문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감소했고, 정상적인 군 복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공무원 신규채용 시 기존에 있던 ‘문신 금지’ 기준 역시 지난해부터 완화됐다. 경찰청은 합리적 채용제도 마련과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문신 금지 기준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신체검사 규정의 개정을 진행해 지난해 2월 작업을 마무리하고 상반기 채용부터는 개정된 규정에 따라 문신 관련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선안에 따르면 △혐오성-폭력적·공격적이거나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내용 △음란성-성적 수치심을 야기할 수 있는 내용 △차별성-특정 인종·종교·성별·국적·정치적 신념 등에 대한 차별적 내용 △경찰관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는 내용 △노출-제복 착용 시 외부에 노출돼 경찰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일 경우 불합격 처리된다.

지난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 공무원의 업무수행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문신으로 인한 경찰 공무원 임용 제한은 용모에 의한 차별로 행복추구권과 평등권의 과도한 제한이라고 판단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류호정 의원 이어 다수의 타투 합법화 법안 국회 계류 중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들이 2021년 4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반영구화장·문신사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6월 류효정 의원이 발의한 ‘타투업법안’은 신고된 업소에서 자격이 인정된 타투이스트들이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타투이스트 면허 발급 요건 및 결격 사유도 함께 규정했다.

류 의원의 법안은 시민 건강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타투업법의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로 정했고, 타투업자에게는 위생과 안전관리의 의무, 관련 교육을 이수할 책임을 부여했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타투 합법화 공약을 발표한 데 이어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타투를 문화예술산업으로 육성하고,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안전하게 시술받을 권리를 제도화하는 ‘신체예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률안’을 1월 12일 발의했다.

송 의원은 “타투를 규제 샌드박스로서 안전성 검증 필요시 규제 적용을 배제하는 실증특례로 시범운영하고 제도화할 것을 제안한다”며 “지난 23년간 혐오와 불법의 영역에서 당당하게 표현되지 못한 신체예술과 범법자로 낙인찍힌 타투이스트의 명예가(달려 있는 만큼) 법안 통과로 우리나라의 타투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도록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문신사’법안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의 ‘반영구화장문신사’ 법안 등도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비의료인 타투 시술 자격 허용, 국민 51% 찬성


지난해 6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일반인도 자격을 갖추면 타투를 시술할 수 있는 타투업법과 관련해 51%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40%, 답변 유보는 9%였다.

연령대별로 18~29세에서는 타투업 법안 찬성 응답이 81%로, 반대 응답 13%를 압도했다. 찬성 응답은 30대(64%)·40대(60%)에서도 높았다. 반대 응답이 더 높게 나온 연령층은 60대 이상이 유일했으며 반대 59%, 찬성 25%로 나타났다.

타투업법에 대한 국민 관심도 높았다. ‘현행법상 비의료인의 문신·타투 시술이 불법인 사실을 여론조사 시점에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66%가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조합원과 타투공대위 회원들이 지난 9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타투이스트 인권침해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눈썹·아이라인 등 반영구 화장 문신을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28%로 조사됐다. 남성의 10%, 여성의 45%가 반영구 화장 문신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갤럽은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시적 타투까지 포함하면, 이제 타투는 일상적 패션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 여론조사는 2021년 6월 22일~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00명을 조사한 결과로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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