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정상의 비정상화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2.09.01 09:27
윤석열 정부 100일(8월 17일)에 대한 평가는 냉담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선택했던 국민들마저 실망하고 있다는 것으로 정권 초 지지율이 이처럼 급격히 하향곡선을 그린 것은 이례적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를 하나하나 열거했습니다. 지난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폐기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바꿨다고 했으며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 노력, 대북 지원 구상도 밝혔습니다.

전셋값·집값 하락까지 새정부가 이룬 성과라고 한 것은 지나쳤지만 임금 격차를 아우른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 개혁과제에 대한 추진 약속은 그나마 국정 전반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게 합니다.

민심과 여론이 새정부 100일을 박하게 평가한 것은 검찰 출신 인사들의 요직 배치,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투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승리하고도 '비대위 체제'로 꾸려진 여당의 행보는 자멸적 막장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비전없이 졸속으로 제시된 정부 정책들은 여권의 3축(당·정·대)이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을 키웁니다.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다가 결국 박순애 장관이 취임 34일 만에 사퇴하는 참사를 겪었습니다. 5세 입학은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공론화 과정이나 사전 예고도 없이 전격 발표할 사안은 아니었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부가 주52시간제 개편 방침을 밝힌 지 하루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바 있습니다. 검찰 직접 수사범위를 6개에서 2개로 축소한 검수완박법 시행을 앞두고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 검찰 수사권 확대 장치를 마련한 것 역시 절차적 정당성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 정부는 전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공언했습니다. 100일 간의 국정운영에서 정상화된 것이 얼마나 있는지, 정상적인 것들의 비정상화는 없는지 묻게 됩니다. 쇄신의 해법을 '메시지 관리'에서만 찾지 말고 정책 오류에서부터 찾아보길 기대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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