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속도전에 온 힘"…최호권 구청장의 '명품 영등포' 설계도

[구청장24시]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3.07.03 09:26
편집자주자치구(區)의 최고행정책임자인 ‘구청장’은 동네의 발전을 책임지는 작은 시장이다. 임기 1년이 지난 구청장의 하루는 어땠을까. 지역을 위해 예산은 잘 썼는지, 행정은 잘 돌보고 있는지, <구청장24시> 코너를 통해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새벽 5시에 하루를 시작한다. 30년 동안 공직에 몸담으며 밴 습관이다. 자칭 ‘아침형 인간’인 최 구청장. 그는 “저녁 시간은 낭비되기 쉬운데, 아침 시간은 그렇지 않다”며 “정신도 굉장히 맑아 일을 할 때 더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자는 사이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로 아침을 시작한다. 별다른 일이 없으면 출근 전까지 가볍게 집에서 운동하며 몸을 푼다. 오전 7시~7시 30분 사이에 집을 나선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에는 주민과 민원 면담을 진행한다.
최근 가장 많이 받는 민원은 ‘재건축·재개발’이다. 최 구청장은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 ‘영등포형 재개발·재건축 모델’을 만들고 있다. 업무가 시작되면 시간을 분, 초 단위로 나눠 진행한다. 퇴근은 6시지만 ‘칼퇴’는 힘들다고 했다. 그는 “지역 행사도 많고 경조사에 참석할 일도 많다 보니 퇴근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말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바쁘다고 전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사진=영등포구청



“영등포, 다른 자치구보다 발전 더뎌…자치시대 열어야”


최 구청장은 6월 20일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일과를 상세하게 전했다. 민선 8기는 ‘지방자치 시대의 영등포’를 여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최 구청장은 “더 이상 중앙 정부가 지역 발전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며 “지방자치는 전문행정가 공무원과 지역 정치인이 주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청장’의 역량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최 구청장은 지방자치 30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구청장은 “26년 전 IMF 외환위기가 터질 때만 해도 문래공단과 구로공단이 비슷했다”며 “그러나 지금 구로공단은 ‘구로디지털단지’로 변해 IT기업이 들어와 있는 반면, 문래공단은 그대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차이는 결국 지방자치의 시대적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우리 구의 발전이 더뎠던 만큼, 앞으로 오직 주민에게만 충성하는 ‘자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전국의 지자체가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등포구의 경우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사업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한다. 당초 서울시는 서남권 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문래동 옛 방림방적 부지인 1만2947㎡(약 4000평) 땅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유지 무상 사용에 대한 절차상 문제 등으로 최종 예정지를 여의도공원으로 변경했다. 구는 해당 부지에 구립 문화시설인 ‘영등포 예술의전당’(가칭)을 건립한다고 밝혔다.

최 구청장은 “당초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은 공유재산법상 문제가 돼 건립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구의 땅이지만, 반영구적 무상 제공을 전제로 기획된 서울시 사업”이라며 “구민에게는 사실상 혜택이 가지 않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 구청장은 “우리 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서울에서 유일한 법정문화 도시”라며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우리 구는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문래동 부지에는 구립 복합 문화시설을 확보한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문래동 구립 복합 문화시설에는 지역 예술인, 문래예술창작촌 작가에게 저비용으로 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영등포공원의 문화원이 문래동으로 이전하고 기존 자리는 녹지 확충과 지하 주차 공간이 조성된다. 또 문화원 문화학교 공간이 확장된다.

최 구청장은 문화시설이 건립되기 전 부지를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정원’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구립 복합 문화시설 건립 전에 주민 친화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꽃밭 정원, 주민 체육시설, 4계절 잔디마당, 어린이 모래놀이터 등을 구상 중이며 구립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서도 배후 정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구청장은 지난 4월 21일 순천만국제정원 박람회에 다녀왔다. 그는 “다녀오고 많은 것을 느꼈다”며 “진정한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보여준 성공 모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남 동부권의 중심 도시를 넘어 ‘대한민국 생태수도’가 됐고 입장료 수입 외 숙박업소 예약률 상승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최 구청장은 신길5동에 재개발재건축 상담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사진=영등포구청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지원…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기대”


재건축·재개발은 영등포 내 최대 현안이다. 최 구청장은 “우리 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재개발·재건축이 늦다”며 “준공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 비중이 30%로, 서울시 자치구 1위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 구청장은 민선 8기 동안 속도감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위해 역량을 집중한다고 밝혔다. 최 구청장은 취임 이후 재개발·재건축 전담 부서를 통합 운영했다. 또 신길5동 주민센터 1층에서 ‘찾아가는 재개발·재건축 상담센터’를 상설 운영한다. 관련 분야 전문가가 상주해 상담을 진행한다.

특히 여의도 16개 재건축 아파트 단지(8086세대)에 대해 최 구청장은 “부동산 가격 안정, 통합 개발 등을 이유로 역차별을 받았다”고 했다. 최 구청장은 “시범아파트의 경우 1971년에 준공돼 지은 지 40~50년이 지났다”며 “재건축은 구민의 안전과 생활환경과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 재건축은 일부 단지 정비계획안이 심의 통과됐다”며 “조합 직접 설립 지원 등 속도감 있는 재건축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집중호우로 특별재난지역 지정…재발 방지 나선다


지난해 115년 만의 집중호우로 영등포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당시 침수 신고는 6563건이었지만 인명 피해는 없었다. 최 구청장은 “성금·성품 8억원을 모아 추경 없이 반지하의 어려운 세입자 위주로 집중 지원했다”며 “문래동 공장 피해 회복 지원을 위해 ‘문래동 현장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했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침수의 가장 큰 원인으로 ‘빗물받이’를 꼽았다. 구내 빗물받이는 총 2만5516개에 달한다. 쓰레기 등 이물질이 쌓이면 침수로 이어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구는 8억5000만원을 투입해 전체 빗물받이(25,516개소) 1차 준설을 완료했다. 지난달까지 네 차례 빗물받이 청소에 직접 나섰다. 그는 “빗물받이 청소의 날을 운영해 주민이 자율적으로 정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침수 피해가 재발 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만에 돌아온 영등포구청…주민 위한 ‘지방자치’ 실현할 것”


1962년 창원시에서 태어난 최 구청장은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제34회 행정고시에 합격, 서울시 영등포구청에서 공직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최 구청장은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는데 30년 만에 구청으로 돌아와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후 최 구청장은 서울시 기획관리실, 내무국, 문화국, 복지국을 거쳐 시장실 정책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주인도대사관 총영사 등 주요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최 구청장은 “영등포구청·서울시청에서는 행정 서비스 마인드를 배웠고, 청와대에서는 국정 경험을, 외교부에서는 글로벌 감각을 익혔다”며 “공직 경험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는 구정 운영의 큰 ‘자양분’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인근 자치단체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구청장은 2004년 서울시장 정책비서관을 역임할 때 버스중앙차로제와 환승 무료 시스템 내용이 담긴 ‘버스체계 개편 사업’ 정책 기획을 맡았다. 최 구청장은 “지방자치제도에서 진행할 수 있는 가장 성공적인 정책”이라며 “서울에서 진행한 정책이 전국으로 퍼졌고, 다른 나라에 수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단체에서 잘 만든 정책 하나가 나라를 바꾼다”고 덧붙였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사진=영등포구청


다음은 최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당초 문래동에 지으려던 제2세종문화회관이 여의도공원에 짓는 것으로 결정됐다
▶문래동 제2세종문화회관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사업이다. 문래동 부지는 구유지다. 반영구적 무상 제공을 전제로 기획된 서울시 사업이다. 공유재산법상 문제를 발견했고, 결국 서울시에서 법적 요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여의도공원으로 변경했다. 당초 지역 내 다른 시유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변경한 여의도공원 부지는 시유지다. 2013년에 기본 구상이 발표됐지만 10년 동안 첫 삽도 못 떴다. 구민을 위한 설명회나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절차도 없었다. 토지 무상 사용에도 불구하고 확정된 구민의 이익도 없었다.

-문래동 부지에 문화예술 인프라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구립 복합 문화시설 건립 계획은 어떻게 되나

▶2~3년 내 착공이 목표다. 서울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2억5000만원도 확보했다. 하반기에 타당성 조사 수립 용역을 발주하면서 속도감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 문래동 주민은 집 앞에서 마음 편히 ‘복합 문화시설’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예술인, 문래예술창작촌 작가 등은 저렴한 비용으로 활동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상관없이 안정적 작품 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문화시설 착공 이전까지 텃밭, 꽃밭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주민 친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20억원을 확보했다. 꽃밭 정원과 주민 체육시설, 4계절 잔디마당, 어린이 모래놀이터, 둘레 황톳길 등을 구상하고 있다. 구립 복합 문화시설이 들어서도 배후 정원으로 활용할 것이다. 지난 4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다녀온 이후 착안한 아이디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다녀오고 어떤 것을 느꼈나

▶박람회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한 것은 물론이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의 장’으로 손색없다는 걸 느꼈다. 박람회를 개최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무소속이다. 노 시장은 후보 시절 ‘재난 지원금’ 지급 대신 ‘박람회’ 투자 공약을 걸었다. 순천시의원 대부분이 민주당인데, 시의 미래먹거리를 생각해 당은 다르지만 노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대로 보여준 성공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의 꿈'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자칭 ‘지방자치주의자’다. 현재 지방자치는 중앙정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공천 등 제도가 그렇다. 주민보다 공천에 힘써준 국회의원에 충성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오직 주민에게 충성하는 ‘생활자치’가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가 튼튼하면 중앙정치가 혼탁해도 주민의 삶이 평안하다. 또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 각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지역 특색에 맞는 정책을 발굴해야 한다. 우수 정책을 전국적으로 확산해 국가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신속한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추진 상황은 어떻게 되나

▶우리 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재개발과 재건축 진행이 늦은 편이다.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 비중이 서울시 자치구에서 1위(30%)를 차지한다. 늦은 만큼 더 많이 고민해 영등포형 재개발·재건축 모델을 만들 것이다. 현재 재건축은 34개 구역이, 재개발 지역은 10종 49개 구역이 지정돼 있다.

▲문래동 공공공지 주민친화공간 조성 조감도안/사진=영등포구청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

▶재개발·재건축 전담 부서에서 통합 운영하고 있다. 기획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신길5동 주민센터 1층, ‘찾아가는 재개발·재건축 상담센터’를 상설 운영하고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가 상주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개발 요건은 갖췄지만, 응집력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지역을 발굴하거나 저층 주거지 대상, 기초·개발여건 조사, 유형별 후보지 적정성 검토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여의도 노후 아파트 재건축은 어떻게 보고 있나

▶여의도 아파트는 16개 단지, 8086세대가 재건축 대상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 통합 개발 등을 이유로 역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구민의 안전 및 생활환경과 직결된 문제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1971년 준공돼 지은 지 40~50년이 지났다. 공용설비 노후, 주거 환경 열악, 안전사고 발생이 우려된다. 최근 여의도 재건축 높이 제한이 완화될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단지는 정비계획안이 심의 통과됐다. 속도감 있는 재건축을 지원할 것이다.

-지난해 8월 수해 피해가 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방재시설인 빗물받이를 집중 관리하고 있다. 낙엽과 쓰레기를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 8억5000만원을 투입해 전체 빗물받이 2만5516개소 1차 준설을 마쳤다. 빗물받이 청소의 날을 운영해 주민이 자율적으로 정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 민·관 5명 내외 한 팀으로 구성된 ‘동행파트너’를 운영해 침수가 났을 때 더욱 취약한 장애인 가구 등을 돌본다. 침수 또는 침수 가능성이 높은 가구를 공무원과 1:1 매칭하는 ‘돌봄공무원’도 운영해 주민을 살핀다.

-어르신을 위한 복지정책은 무엇이 있나

▶어르신이 살기 좋은 구를 만드는 게 큰 목표 중 하나다. 전국 최초로 ‘독박 간병’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담긴 ‘요양 보호 가족 휴식제도’를 만들었다.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구청장이 되고 나서 170곳의 경로당을 찾아 어떤 게 불편한지, 냉난방은 제대로 되는지 직접 확인했다. 또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을 위해 ‘늘푸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별도 검정고시 없이 수업을 이수하면 초·중등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현재 초등 65명, 중등 74명의 어르신이 만학의 꿈을 이루는 중이다.

-앞으로 구를 어떻게 이끌 예정인지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구정을 이끌 것이다. 지금 당장의 가시적 성과 창출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씨앗을 뿌리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 우리 구는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주요 사업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구가 일자리·주거·문화·녹지가 어우러진 서남권 신경제 명품도시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될 것을 확신한다.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

1962년 경남 창원 출생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34회 행정고시 합격
서울시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
서울시 본청 기획관리실
서울시 시장실 정책비서관
대통령실 행정자치비서관실 행정관
외교부 주인도한국대사관 총영사
과기정통부 국립과천과학관장 직무대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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