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규제하는 지자체…행안부는 '제동'

[지자체NOW]17개 광역 시·도지사, 정당현수막 특혜 폐지 요구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3.08.11 10:50
▲인천 연수구 관계자들이 7월 12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소금밭 사거리에서 정당현수막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가 공직선거법 개정 시한을 넘기면서 '정당 현수막'을 저지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진 가운데 일선의 지자체는 조례를 만들어 정당 현수막을 정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조례라며 대법원에 제소했다.

가장 먼저 정당 현수막 정비에 나선 지자체는 인천광역시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정당현수막 난립을 방지하는 조례인 '인천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를 지난 6월 공포했다. 정당 현수막의 설치를 지정게시대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안하고 정책이 아닌 혐오나 비방의 내용도 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행정안전부는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반되는 조례라며 지난 6월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에 인천시의회는 정당현수막 난립으로 인한 기본권과 평등권 침해를 지적하며 위헌법률 심판제청 신청서를 제출했다.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은 "무분별하게 걸리는 현수막은 주민의 기본권·평등권 등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헌 여부를 제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청이 기각될 경우, 30일 안에 '위헌심사형 헌법소원'을 제기해 끝까지 조례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시에서도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정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시는 연수구에 이어 나머지 9개 구·군으로 철거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 정비는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잇따라 정당현수막을 정비하는 조례를 발의하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광주시 옥외광고물 조례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해 오는 28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임시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수막 게시가 급증하는 올 추석 연휴부터 본격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의회에서도 지난달 28일 이승우 의원(국민의힘·기장군2)이 대표발의한 '정당현수막 설치 제도 개선을 위한 법령 정비 건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울산시는 지정 게시판에만 정당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하고 공포되면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설치된 정당 현수막은 강제 규제할 수 있다.

◇국회에서 무산된 '선거법 개정안'…17곳 시도지사, 정당현수막 특혜 폐지 요구

앞서 헌법재판소는 선거법 중 현수막 설치 등과 관련한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올해 7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시한을 정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달 13일 인쇄물, 현수막 등 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기간을 현행 선거일 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에 막히면서 보류됐고 입법 시한 전 법 개정은 무산됐다.

무분별하게 걸리는 정당현수막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자 전국 17곳의 시도지사는 지난 7월 27일 옥외광고물법상 정당현수막에 대한 특혜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는 '공동결의문'을 발표하며 정치권에 선거법 개정 합의를 요구한 바 있다. 

시도지사들은 정당 현수막 특혜 조항이 국민의 보행안전을 위협하고 공직선거법은 물론 헌법상 국민의 평등권과 환경권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간한 '이슈와 논점 : 정당 현수막 현황과 개선방안'에 따르면 개정 법 시행 전 3개월 동안 6415건이던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은 개정 법 시행 후 3개월 간 1만4197건으로 늘었다.

◇시민단체, '옥외광고물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과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정당 현수막 관련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 헌법소원심판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무분별하게 설치된 정당 현수막에 대한 각종 규제를 배제하는 옥외광고물법 제8조 제8호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 헌법소원을 제기한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은 9일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와 함께 '옥외광고물법'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조례가 옥외광고물법에 위반된다면 그 법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보자는 차원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량·장소 제한 없이 정당 현수막을 걸게 한 '옥외광고물법' 시행 후 거리가 현수막으로 뒤덮이고 있어 차량 통행 안전 문제, 도시 미관 훼손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 같은 현행 법은 헌법상 국민 기본권인 평등권, 환경권,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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