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귀하신 몸, '떡잎'부터 건강하게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고된 연습생 시절 거치며 후유증, 법적 보호조치도 마련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4.02.02 09:17
편집자주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은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11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의회 의원들은 조례 발의를 통해 정책을 제안하거나 지역 현안을 해결한다. 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매달 2건씩 1년에 걸쳐 다룬다. 서울시의회 의원 비율(국민의힘 75명·더불어민주당 35명)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엠넷은 아이돌을 꿈꾸는 101명의 연습생 프로그램인 ‘프로듀스×101’을 2019년 5월부터 7월까지 방영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홍봉진 머니투데이 기자
“아침에 채 썬 사과를 1시, 2시, 3시에 한 장씩 먹는다. 그렇게 3일 동안 사과 3개만 먹었다.”

가수 권은비는 지난해 7월 SBS <강심장리그>에 출연, 연습생 시절에 했던 ‘극한 다이어트 방법’을 설명했다. 이렇듯 ‘아이돌’은 연습생 시절부터 혹독한 생활을 거친다고 알려졌다. 어린 나이임에도 회사로부터 몸무게를 관리당하거나 불평등한 계약관계에 놓이기도 한다.

대중문화예술산업 규모는 해가 거듭될수록 커지고 있지만 그 주역인 아이돌과 연습생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부족했다. 이에 따라 관련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줄곧 제기됐다. 문화운동단체인 ‘문화연대’는 지난해 4월 불합리한 케이팝 육성 시스템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내몰린 아이돌 연습생 및 가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외신에서도 K-팝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지난해 4월 그룹 아스트로 멤버 문빈이 운명을 달리하자 논평을 통해 “수많은 젊은 K팝 스타들이 최근 몇 년간 세상을 떠났다”며 “K팝 스타들은 10대 중반 또는 더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뽑혀 엄격한 통제 속에 생활하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회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돌 연습생 보호 및 지원 조례’를 발의했다. 시의회에 따르면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송파1)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청소년 문화예술인의 권익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1월 10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서울시의 경우 2023년 9월 기준 국내 연예기획사 등록업체 4774개 중 82.3%(3930개)가 등록돼 있다. 시의회는 아이돌 발굴·육성·활동 등이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시 차원에서 연습생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근거가 부재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통과된 조례에는 성희롱·성폭력 및 체중감량·성형 강요 등에 따른 청소년 연습생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을 방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사 위험사례 발견 시 조기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청소년 아이돌 연습생 심리검사·상담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규남 서울시의회 의원 /사진제공=서울시의회
김 의원은 “K팝이 세계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 홍보와 국내관광 활성화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국내 대중문화예술산업의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7조8594억원으로 경제효과 역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그 주역인 아이돌이 성장하기까지 도사리는 위험과 불안 요소는 모두 어린 연습생 개인의 몫으로 전가됐다”며 “무방비로 노출된 연습생의 심리적·신체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조례를 발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아이돌이 고된 연습생 시절을 거쳐 아이돌로 데뷔해도 우울증, 공황장애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성장 과정’을 ‘데뷔’라는 목표와 바꿔가며 어떠한 준비도 없이 날것의 사회에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이 조례를 근거로 데뷔에 실패하거나, 계약이 만료·해지된 아이돌 연습생 중도 포기자의 진로상담을 지원할 수 있고 새로운 진로 탐색도 가능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K콘텐츠의 힘은 커지고 있다”며 “K팝뿐만 아니라 드라마, 유튜브 등 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는 것에 비해 아티스트 보호 조치가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청소년의 경우 성형이나 다이어트를 하면 건강상 큰 위험을 초래하지만 방지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이번에 발의된 조례를 시작으로 법적으로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보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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