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정의당 의원 “이민정책 큰 그림, 컨트롤타워 필요”

[심층리포트-③]법무부보다 행안부 소속 바람직, 이주민 정주 문턱도 낮춰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현승 기자 입력 : 2024.05.03 10:09
편집자주“2023년 기준 0.72명” 우리나라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외국인’이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농업, 제조업, 건설업 등의 분야는 외국인 노동자 없이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이 미래 대한민국의 필수 과제가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민청 설립에 관심이 쏠린다. 이민청 설립법은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임기 만료로 폐기될 처지에 놓여 있다.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이민청 설립법안의 처리다. 일선 지자체는 벌써부터 이민청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민청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민 관련 업무가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어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그간 추진돼온 이민정책을 점검하고 이민청 유치에 뛰어든 지자체의 움직임을 취재했다. 이민정책에 큰 목소리를 내온 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을 만나 관련 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사진=홍세미 기자

국민의힘은 이민청 설립을 추진할 법안인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지난 2월 발의했다. 이민청 설립 법안은 21대 국회에만 세 번째, 20대 국회까지 포함하면 네 번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번갈아서 발의했으니, 정당을 가리지 않고 이민청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앞선 세 번의 발의안 모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한 달여 남은 가운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도 사실상 자동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이민 관련 정책에 큰 목소리를 내온 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을 인터뷰했다. 이 의원은 “2016년에 이민사회기본법을 발의했을 때도 시기상조라는 말을 들었다”며 “국내 거주 이주민이 250만 명이 넘는데 국회에서 이민 관련 법안 심사 때마다 법적 규정 미비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사진=홍세미 기자

다음은 이 의원과의 일문일답.

Q 국회에 입성하면서 이민사회기본법을 다시 발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안은 이미 준비됐고 동료 의원들 서명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말에 다시 갑작스럽게 국회에서 일하게 됐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건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과 이민사회기본법이다. 19대 때는 많이 조심스러워 과감하게 추진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Q 21대 국회 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법안 통과가 가능할 거라고 보나
냉정하게 판단하면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지만 그래도 발의할 생각이다.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도 19대 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지만, 그중 몇몇 조항들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을 위한 교육정책으로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번 이민사회기본법도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정책 연구자들의 연구 기반이 되고 정책에도 반영될 거라 믿는다.

Q 이민청 설립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된 바 있다. 그럼에도 매번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는데
이민청 관련 법안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최근 6년 새 네 번이나 발의됐다. 모두가 이민정책의 컨트롤타워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법안을 내더라도 항상 이주민 관련 법안들은 뒷전이다 보니 임기 만료 폐기된다. 이민정책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나서서 총대 메기가 부담스러운 거다.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시기상조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저출생을 넘어 인구 소멸이 현실화되고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5만~6만 명이었던 외국인력 쿼터가 올해 16만5000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이민정책이 없다.

Q 현재 비자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는
예를 들면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E-8) 비자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예술흥행(E-6) 비자를 발급한다. 두 비자로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고용노동부 소관이 아니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적용받지 않는다. 그래서 E-6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여성이 인신매매나 성매매에 희생되고, E-8 비자로 들어온 계절 근로자들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등 인권침해를 당하는 일이 생긴다. 비자 업무가 분산돼 있으니,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Q 이민청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큰 그림을 보고 이민정책을 수립하고 비자, 외국인 지원 정책 등을 한곳에서 통합 관리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컨트롤타워가 없으니 각 부처에서 비슷한 정책을 중복해서 운영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법무부에서는 외국인 사회통합교육을 한다. 비슷한 정책에 세금을 두 번 쓰는 셈이다.

Q 이번 이민청 법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민정책을 전담할 부처가 생긴다는 점에 환영하지만 통제·규제기관인 법무부 밑에 이민청을 신설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만약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 미등록외국인임을 알면 법무부 산하의 이민청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출국시킬 것이다. 외국인 보호 및 지원 기관이어야 할 이민청은 법무부와 성격이 맞지 않는다.

Q 그러면 어느 부처가 이민청을 담당해야 하나
행정안전부 소속이 적합하다. 앞으로 이민정책은 지자체 주도하에 추진될 거라고 본다. 이미 중앙정부에서 이민자에 대해 세밀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동안, 지자체들이 각 지역 특성과 산업에 맞게 비자를 발급하고 이주민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OECD 대부분 국가의 이민 담당 기관도 우리나라의 행안부인 내무부 소관이다.

▲의원 선서하는 비례대표 승계 의원들/사진제공=뉴시스

Q 이민정책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이민자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민자들에게 정주할 수 있는 문턱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잠시 돈 벌고 떠날 나라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주 가능성이 있다면 이들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 한국어도 배우고 교육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외국인을 내쫓는 정책을 펴고 있다.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오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우리 세금으로 취업 기술을 교육시킨다. 이후 한국에서 근무하면서 우리 말도 잘하는 숙련 기술자가 되는데, 지금의 고용허가제에서 이들은 39세가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 이렇게 떠나는 숙련 노동자들은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호주로 가고, 우리는 다시 미숙련 노동자를 데려와서 또 세금 들여 기술을 교육시킨다. 세금 들여서 다른 나라 좋은 일만 하는 거다. 여기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은 아무도 계산하지 않는다.

Q 외국인 혐오 정서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주민이 30년 새 50배 이상 증가했다. 급격하게 늘어나다 보니 겁나는 것이다. 여기에 이민청을 설립한다거나 이민정책을 실시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민국가가 되는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 이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인식 개선 사업이다. 우리나라에 이주민이 어떤 이익을 주는지는 아무도 말 안 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이주민이나 해외 난민 폭동처럼 부정적인 내용만이 보도되니 이주민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늘어날 뿐이다.

Q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자국으로 보내기 때문에 재정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의견도 있는
이주민들은 생산 가능 연령대에 한국에 온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나라에서 세금 들여 교육하고 교통지원금 등 각종 지원금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주민들은 자기 나라에서 이미 교육받고 왔으니 이 세금이 들어가지 않는다. 또 한국에서 일하면서 한국인과 똑같이 세금을 내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험료도 낸다. 하지만 이들이 혜택받기 전에 대부분 자국으로 돌아간다. 세금만 내고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 실제로 2023년 세계은행에서 발간한 세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이유로 이민자들의 재정 기여도가 내국인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이런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Q 이민정책을 참고할 만한 나라가 있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앞서 이민정책을 펼쳤던 독일, 캐나다, 호주 등 많은 나라의 정책을 항상 참고해왔다. 문제는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가 문화, 산업, 정서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멀리 보고 만든 우리만의 이민정책, 코리안 스탠더드 이민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민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 다문화의 아이콘, 이자스민 의원


▲외국인 돌봄노동 최저임금 차등적용 제외 규탄 발언 중인 이자스민 의원/사진제공=이자스민의원실

1977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난 이자스민 의원은 항해사였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1995년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1998년 귀화했다. 2009년 KBS1 프로그램인 <러브 인 아시아>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 이레샤 씨와 함께 이주여성들의 봉사단체이자 문화네트워크인 물방울나눔회를 결성, 사무총장으로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1호 외국인 출신 공무원으로 서울특별시 외국인생활지원과 주무관으로 일하기도 했던 이자스민 의원은 이후 영화 <의형제>(2010), <완득이>(2011)에 배우로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

2012년 새누리당에 영입되며 19대 총선에 비례대표 15번으로 출마,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최초의 귀화인 출신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대표 발의한 법안이 42건이나 될 정도로 활발한 입법활동을 펼쳤던 이자스민 의원은 동료 국회의원들과 시민사회로부터 성실한 의정활동을 했다고 평가를 받으며 2014년에는 ‘제6회 공동선 의정활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정의당에 입당하며 이주민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21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후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분과위원,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등 250만 이주민들이 차별 없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활동을 했다.

2024년 1월 29일, 21대 국회 종료 넉 달을 남기고 비례대표 승계로 21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자스민 정의당 의원/사진=홍세미 기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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