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은 ‘통합’ 열풍인데…경기도·제주는 ‘분도·분구’ 바람

[심층리포트-묶거나 쪼개거나…대한민국 ‘지각변동’ 예고 ⑥]

머니투데이 더리더 신재은, 최현승 기자 입력 : 2024.07.02 11:09
편집자주대한민국 지도를 새로 그리는 행정구역 개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인구감소·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소멸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메가시티’ 논의가 더해지며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의 개편안이 도출될지 주목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움직임을 짚어본다.
▲지난해 9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 선포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사진제공=경기도청

행정구역을 통합하는 ‘메가시티’가 전국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경기도는 이와 반대로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이하 특자도)’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특자도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지난 5월 1일 특자도 새 이름 공모전 결과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선정되자 반대하는 여론이 일었다. 경기도민 청원 홈페이지에는 ‘평화누리자치도(경기북도 분도)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반대 청원이 올라왔다. 새 이름이 이념주의를 보여주며 분도에 따른 비용, 경기북부 발전에 대한 확신 부족 등의 이유에서다.

이에 김 지사는 경기도청원 답변에서 “경기도가 추진하는 것은 ‘분도’가 아니라 ‘특별자치도’라며 “특별자치도는 ‘행정·재정·규제 특례’를 보장받는 것이 핵심으로 경기북부의 발전과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법이며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장까지 견인하는 국가 발전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수도권규제와 개발제한구역 등 중첩규제를 특자도 설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특자도의 정식 명칭은 특별법 제정 과정을 통해 국회의 심의와 도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철도 기본계획 및 지방도로 조기 확충, 청년 일자리 창출, 4대 관광벨트 조성 및 재원 마련 등을 통해 경기북부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경기북부 지자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접경지역의 시군은 특자도를 계기로 지역발전을 기대하지만, 서울 인접 지자체는 ‘서울편입’을 꾀한다. 고양시와 구리시가 대표적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지난 1월 “경기북도 신설은 반드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며 “군사안보 등 지역적인 특성이 고려된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포천, 동두천, 연천, 가평도 규제완화를 통한 지역발전 측면에서 특자도 설치를 지지하고 있다.

남양주시 신도시인 다산동은 반대 목소리가 높다. ‘다산신도시 총연합회’는 지난 5월 9일 성명서를 내고 “문제의 해결 없는 분도 추진은 사실상 경기북부 축출 정책일 뿐이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상황에서의 경기북부 지자체들은 재정적 어려움 속에 자멸할 것”이라 강조했다.

찬반논란에도 특자도 설립 움직임은 계속된다.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법안은 경기 북부 10개 시군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고 △자치권 강화와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계정 설치 △규제 자유화 △지역인재 우선채용 △수도권 규제 특례 △군사 보호 및 미활용 군용지 특례 등의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 포함된 지자체는 △고양시 △남양주시 △파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이며, 김포시는 제외됐다.

도는 후반기에도 특자도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도민과 도의회, 국회의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대토론회 등 공론화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는 22대 국회를 찾아 특자도 특별법 통과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도 관계자는 “다양한 계층의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특별자치도를 주제로 100여명의 도민들, 단체들과 함께 대규모 원탁토론회와 릴레이 찬반토론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인구 과밀화, 생활권 변화에 따른 분구 움직임


▲유정복 인천광역시장이 지난해 12월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방문해 김교흥 위원장과 위원들을 만나 인천형 행정체제 개편 관련 법률안 연내 처리에 협조를 요청했다./사진제공=인천광역시청

수도권 곳곳에서도 ‘분구’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도시 개발 등 인구 유입에 따른 행정수요 증가, 행정서비스 질 저하 문제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역은 △고양시 덕양구 △인천시 송도구이다. 지방자치법 등에 따르면 구별 평균 인구가 20만 명 이상일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 승인을 받아 분구할 수 있다.

고양시 덕양구에서는 분구 논의와 더불어 행정동 개편이 진행된다. 덕양구는 인근 구에 비해 주민 수가 월등히 많고, 수년 안에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기준 덕양구의 인구는 49만3517명으로 고양시 전체 인구의 50% 가까이 차지한다. 고양시 일산서구(28만5001명), 일산동구(29만2754명)보다 월등히 많다. 특히 덕양구에는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지구가 들어설 예정으로 2029년에는 인구가 6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지난 1월 진행된 신년 기자회견에서 “덕양구 분구를 재추진하겠다”며 “올해는 행정구역 조정을 검토하고 주민의견이 담긴 분구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분구는 2019년 논의가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잠정 중단됐다. 시는 2023년부터 행정구역 획정 및 선호 명칭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덕양구 21개 동을 순회하는 주민간담회와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덕양구는 현재 분구에 앞서 행정동 개편을 우선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양시 덕양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한 간담회와 분구안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주민들이 있었다”며 “분구에 앞서 동 행정구역 개편을 원하는 주민의견이 있어 현재 고양시정연구원에 관련한 정책과제를 의뢰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구는 주민반대가 있으면 어렵기 때문에 동 행정구역 개편 진행 후 분구를 재논의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국제송도신도시를 ‘특별자치구’로 독립시키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연수구 을)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송도국제도시를 연수구에서 분리하는 ‘송도특별자치구 설치법’을 대표발의했다. 송도동을 인천 연수구에서 분구하고, 특별자치구로 신설해 송도의 미개발 부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이다.

4월 기준 송도국제신도시의 인구는 20만4944명이다. 정 의원은 경제자유구역인 2030년에는 3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법안에 대해 “현재 송도국제신도시가 속한 연수구는 송도와 연수구 구도심으로 구분되는데, 송도에 인구가 과밀되면 원도심 내 행정체계가 열악해질 것이라는 문제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행정구역과 행정업무 불일치에 따른 비효율 문제도 있다. 현재 송도국제신도시의 현안사업 추진과 행정업무가 △인천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연수구청으로 분산돼 도시개발계획에 차질을 빚는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송도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관할하며 대규모 부지개발이나 신산업 유치 등을 맡고 있다. 정 의원은 “송도가 특별자치구가 돼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인구 증가로 인한 분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도시발전과 국가의 미래 경쟁력 확보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천시는 지난해 9월 30년 만에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생활권 불일치에 따른 주민 불편 해소 차원에서다. 2026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제물포구, 영종구, 검단구가 신설되고 중구와 동구는 사라진다. 영종도, 용유도 등 중구 도서지역은 영종구를 신설해 포함하고, 생활권을 공유하는 중구 내륙과 동구는 제물포구로 신설했다. 인구와 면적이 과다한 서구는 검단구와 서구로 분구했다. 아라뱃길 북부 지역과 남부 지역의 생활권 단절도 이유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역주민들이 이번 행정구역 개편에 큰 기대를 하는 만큼 신속한 법률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입법과정에서도 주민의 의견에 관심을 가지겠다”며 “다른 지방자치단체에도 모범이 되는 행정구역 개편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 부활될까…행정체제 개편 추진


▲2024년 1월 17일 박경숙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 위원장이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대안 최종 권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 최초의 특별자치도인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는 전국적인 지자체 통합 분위기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006년 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없앴던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시키는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0일 제주도가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공론화 용역의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행정구역 조정안’에서 ‘3개 시’ 체제가 1순위 대안으로 제시됐다. 현행 제주시와 서귀포시인 2개 행정시를 국회의원 선거구와 동일하게 3개 행정구역(서제주시, 동제주시, 서귀포시)으로 재편한다.

올해 2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행개위의 개편안을 수용하면서 행정체제 개편은 급물살을 탔다. 도지사가 행안부 장관과 협의되면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행정체제 개편 근거를 마련한 제주특별법 개정안도 올해 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초자치단체를 부활의 필수 과정인 주민투표에 대한 윤곽이 7월 중에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 6월 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한 오 지사는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추진이 메가시티 등 다른 지역의 도시 통합 광역화 흐름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에 대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당 통합 도시 내 수도라 불리는 곳만 발전하지 지역소멸은 해결이 안 될 것”이라며 “우리 모형이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enny09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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