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권 쓰셨죠?"…지하철 부정승차 잡는 '개찰구색'의 비밀

서울 지하철 5~8호선의 개찰구 LED 색깔이 기존 1종에서 4종으로 다양해졌다. 승객이 카드를 개찰구에 댈 때 각각 다른 색깔이 보이게 함으로써 부정 승차를 막겠단 취지다./사진=서울도시철도공사

#. 서울시민 A씨는 최근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경로우대권을 사용하다가 역무원에게 부정승차로 적발됐다. 경로우대권은 65세 이상부터 쓸 수 있는데 자격이 안되는 A씨가 사용하다 적발된 것. 아무도 모르게 개찰구를 통과했다는 생각에 안심했던 A씨는 자신이 경로우대권을 쓴 사실이 어떻게 발각됐는지 의아했다.

서울 지하철에서의 '비(非)양심 부정승차'가 해마다 늘면서 이를 적발하기 위한 노력도 지능화 되고 있다. 특히 경로우대권이나 청소년권을 일반 성인 승객이 사용하는 등 부정승차를 적발하기 위해 지하철 1~8호선 개찰구의 LED 색깔을 기존 1가지에서 4가지로 다양화 해 구축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서울 지하철 5~8호선 모든 역의 개찰구에 있는 할인표시 LED 장치 색깔을 기존 1종에서 4종으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표시 LED란, 경로우대권이나 청소년권 등을 개찰구에 찍었을 때 할인되었음을 색깔로 표시해주는 장치를 뜻한다.

지하철 5~8호선 개찰구의 할인표시 LED 장치는 기존엔 황색 1가지였다. 그런 까닭에 승객이 지하철에 탑승할 때 경로우대권을 사용했는지, 청소년권을 썼는지, 어린이권을 썼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의 동시 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지하철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같은 '사각지대' 속에서 지하철 부정승차는 꾸준히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지하철 1~8호선에서 적발된 부정승차는 총 2만6237건으로 금액으로는 약 10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울 지하철 운영기관이 실시한 특별단속에서는 만 65세 이상을 위한 무임승차권을 양도한 5~60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올해부터 할인표시 LED 장치 색깔을 4가지로 늘렸다. 경로우대권을 찍으면 빨강색, 청소년권은 파란색, 어린이권은 녹색, 장애인·유공자·직원권은 황색으로 표시되는 식이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은 기존에 이미 설치돼 있어 1~8호선에 모두 구축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부정승차 적발도 손쉬워질 전망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성인이 경로우대권을 쓰더라도 개찰구에 모두 황색으로 표시돼 구분하기 어려웠다"며 "청소년은 청색, 경로우대권은 적색으로 나오기 때문에 역무원이 현장서 적발하기가 쉬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