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 종결자 '유도무기', 한국산 무기 위력 어느 정도일까

[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유도로켓 '비궁' 美 테스트 통과…유도무기로는 처음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0.04.22 13:24

유도로켓 비궁 발사장면 / 사진 = 뉴스1

지난 7일 한국 방위사업청은 국산 유도로켓 '비궁'(匕弓)이 미국 국방부 주관 성능검증 프로그램인 FCT(Foreign Comparative Testing)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FCT는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동맹국의 우수 장비를 시험·평가하는 미 국방부 프로그램이다. 미국의 무기체계 조달시장에 진출하려면 FCT를 통과해야 하는데, 국산 유도무기가 이 프로그램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비궁의 FCT 비행시험은 작년 10월 국방과학연구소 종합시험장에서 미 국방부 평가단의 참관 아래 시행됐다. 시험에서 비궁은 미국 측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10발을 모두 명중시켰다. 방사청은 "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성과이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에 비궁의 수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현무 미사일 발사장면 / 사진제공 = 국방부

◇화력의 종결자, 유도무기=무기체계 분류상 유도무기는 통상 미사일을 지칭한다. 지상, 함정, 공중 및 수중 플랫폼에 탑재해 운용되며 대지·대함·대공용으로 구분된다. 가용한 정보를 활용해 표적 지역까지 유도된 후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기로 엄밀한 의미에선 '유도 미사일'(guided missile)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비궁과 같은 무기를 유도미사일이 아닌 유도로켓으로 부르는 이유는 미사일과 로켓의 차이 때문이다. 로켓은 미사일과 달리 유도성능이 없는 발사체를 뜻한다. 로켓기관의 추진력과 발사 후 활공력 만으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것이 로켓인데 여기에 유도기능이 추가되면서 유도로켓이 탄생했다. ‘비궁’은 해상 이동표적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가 2016년에 개발을 완료했다. 상륙정 등 소형고속함정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해안방어용로 운용된다. 약 7㎝의 작은 직경에 유도조종장치 등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 전장에서 유도무기는 화력의 '종결자'로 불린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진지전', '폭격전'으로 기록되는 1·2차 세계대전 이후 타격지점을 정밀 타격하는 유도무기는 전장의 지배자로 떠올랐다. 군사 강국들은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 유도무기'들을 앞다퉈 개발했다. 오폭에 의한 민간인 희생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유도무기는 사거리 연장뿐 아니라 정밀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표적 정밀도 향상을 위해 유도방식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존의 레이저나 GPS 방식을 넘어 다양한 센서를 결합한 복합모드 방식이 적용되는 추세다. 탄두 역시 도심지역 또는 민간인 밀집지역에서 표적만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기 위해 '표적집중형' 또는 '부가피해 방지용' 탄두가 개발되고 있다.

휴대용 유도무기 신궁 발사장면 / 사진 = 국방부

◇차량탑재·견착발사…'휴대용 유도무기' 효용성 여전 =지난 2014년 5월. 우크라이나 정부군 소속 헬기 1대가 분리주의 민병대 진압 과정에서 격추돼 14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역 분리주의자들에게 투항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분리주의 세력은 정부군이 먼저 진압작전을 중단하라며 결사항전 태세를 보이면서 빚어진 일이다. 당시 격추된 헬기는 휴대용 로켓포 공격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국지적 충돌이나 내전 상황인 국가에서 휴대용 유도무기로 헬기가 격추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한다. 한국군은 레드아이, 제블린, 미스트랄 등 다양한 외국산 휴대용 유도무기를 운용하다 독자기술로 '신궁'을 개발해 2006년부터 전력화했다. 병사 2명이 운용하는 신궁은 최대사거리 7km, 최대고도 3.5km로 야간에도 작전을 할 수 있다. 신궁처럼 병사들이 직접 휴대하는 견착 발사 유도무기 역시 여전히 위협적인 무기체계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정규전 가능성은 거의 사라지고 소규모 반군, 무장단체 혹은 테러조직에 의한 비정규전과 저강도분쟁 위험성이 커지면서 그 가치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북한군만 하더라도 소대마다 보병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의 고속정이나 소형보트 등 대형 미사일로 요격하기 어려 경우 휴대용 유도무기가 대안으로 꼽힌다. 대전차 유도무기는 주로 휴대용으로 운용되며 소형차량과 장갑차, 헬기에 탑재해 운용되는 경우도 있다.
함대지 유도무기 해성 / 사진 = LIG넥스원

◇한국산 유도무기 기술 수준 어느 정도=한국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탄도 미사일은 사거리 ‘800㎞ 이하’로 묶여있다. 하지만 사거리 제한이 없는 순항미사일의 경우 1500㎞급이 전력화된 상태로 지대지, 지대공, 함대지, 함대공 미사일 등을 자체 기술로 개발·운용하고 있다. 지대지는 '현무' 시리즈로 불리는 탄도미사일(현무 1, 현무 2)과 순항미사일(현무 3), 함대지(공)는 '해성', 지대공은 '천궁' 등이 대표적이다. 홍상어·청상어 등 함정에서 발사하는 대잠 유도무기도 자체 개발한다. 공대지·공대공 등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분야는 '타우러스' '사이드와인더'미사일 등 미국산 유도무기가 주로 사용된다. 한국군이 보유한 미사일의 구체적 수량, 정확한 사거리 등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미사일 전력 역시 세계 7~8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군사력 순위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유도무기의 기술 수준은 어느정도 일까. 국방기술품질원이 올해 초 발간한 '국방과학기술 조사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가별 국방과학기술 수준에서 한국은 유도무기 분야에서 이탈리아와 함께 공동 9위에 올라있다. 미국·프랑스·러시아·독일·영국·중국·일본·이스라엘이 1~8위 국가다. 한국의 기술력은 유도무기만 놓고 보면 '최고 선진국'인 미국의 82% 수준으로 파악됐다. 최근 몇 년간 함대함, 함대지 유도무기들이 전력화됐고 수직형 함대지 유도무기 등 관련 핵심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면서 격차를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국방과학기술 수준은 고정익기, 우주무기, 국방 소프트웨어 등의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미흡하지만 잠수함, 화포, 유도무기 등은 우수하다"면서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해 우수한 분야의 무기체계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