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윤곽 드러낸 경항모, 5조원 가치 있나

배수량 3만톤 · 함재기 20대 경항공모함 공식화, 해군력 증강 최선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1.02.18 13:53

지난 4일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경항모 세미나에서 제시된 한국형 경항공모함 개념도 / 사진제공 = 해군
한국형 경항공모함이 윤곽을 드러냈다. 지난 4일 해군이 주최한 ‘경항모 도입 세미나’를 통해서다. 해군은 이 자리에서 경항모 개념도와 '경항모전투단' 항진도를 처음 공개했다. 해군 관계자는 "경항모는 평시 해상교통로 보호 등 전략적 유용성이 뛰어난 최적의 전력"이라며 "한국해군의 작전능력은 경항모전투단 보유를 통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경항모에 국내 기술을 80% 이상 도입해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경항모 계획은 지난해 군 당국이 공식화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1~2025년 국방 중기계획'에서 올해 경항모 기본 설계에 착수, 2030년대 초반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군은 당초 경항모 착수 예산으로 100억원 편성안을 만들어 올해 예산안에 반영하려고 했지만 사업타당성조사 미비와 도입 실효성 논란으로 기획재정부 검토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빠졌고, 연구용역비 1억원만 반영된 상태다. 이에 군 당국은 2월 안에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립하고 사업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2년 정부 예산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군이 주최한 세미나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다.

◇배수량 3만톤, 함재기 20대 공식화 = 4일 열린 세미나는 경항모 필요성에 대한 해군의 주장과 이를 뒷받침하는 세션 발표형태로 진행됐다. 한국형 경항모의 구체적 제원 및 전력체제, 경항모전단 규모 등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제시됐다. 발표자로 나선 길병옥 충남대 국가안보융합부 교수는 '경항공모함의 국가안보전략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통해 경항모의 배수량은 3만톤 길이 250m 이상, 함재기는 20대(F-35B 수직이착륙기 12대 및 헬기 8대)를 설정했다. 경항모 전단은 1~2척의 이지스 순양함, 3~4척의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프리깃함과 공격형 원자력잠수함 등 10여척으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개념설계에 따르면 함 건조에 2조원, 함재기 20대 및 해상작전헬기 8대 도입에 3조원 등 5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운용유지비는 통상 건조 비용의 10%임을 고려할 때 연 2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다. 길 교수는 "함재기로 F-35B만 선택할 경우 공대지 작전능력과 작전반경 제한이 있다"고 밝혔다. F-35B 대신 비용 대비 효과가 큰 ‘한국형 전투기(KF-X) 경항모(LAC) 사업’ 추진 방안도 고려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경항모 세미나에서 제시된 한국형 경항공모함전단 항진도 / 사진제공 = 해군

◇5조원의 가치가 있을까=군이 경항모 도입을 강력히 원하고 있지만 안보·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항공모함의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다며 항모 도입이 필요 없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3만톤급 경항모가 아닌 중형항모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항공모함은 9만톤급 이상을 ‘대형항모’, 4만~6만톤급을 ‘중형항모’, 그 아래를 ‘경항모’로 부른다. 도입 불가 논리는 작전반경이 짧은 한반도 해역에서 경항공모함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공중급유기를 도입해 작전 반경이 넓어진 상황에서 함정에 전투기를 싣고 다니는 건 중복투자라는 얘기다. 군 당국이 내세우는 해상교통로 확보, 테러억제 등의 논리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민간 안보기관 관계자는 "해상교통로가 봉쇄된다는 것은 미국과 중국간 해역 분쟁이 발생하거나 최소한 이들 중 한 나라가 관여된 국지적 분쟁상황을 의미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경항모전단을 이끌고 바닷길을 확보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 사례에서 보듯 해상교통로에서 우리 선박의 피해는 주로 해적에 의해 자행되는데 항모전단으로 해적을 막겠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면서 "테러 대책에 항모전단이 개입한다는 것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7만톤급 중형항모 필요 주장도=경항모가 아닌 중형항모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주변국 전력을 감안하면 경항모가 아닌 중형항모급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항모는 단거리 이륙 및 수직이착륙기 외에는 기동이 불가능해 다목적성 측면에서 전술적으로 제한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군이 과거 대형수송함(경함모) 계획을 확정할 당시 수행한 연구용역에서도 7만톤급 중형항모와 4만톤급 경항모 2가지 안이 제시된 바 있다. 1안은 7만톤급 중형항모로 만재배수량이 7만1400톤에 달하고 길이 298m ,넓이 75m에 이른다. 중형항모에는 승조원 134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고정익(32대)과 회전익(8대) 항공기 40대를 실을 수 있다. 예상획득비용은 5조4000억원에 달했다. 2안은 4만톤급 경항모로 만재배수량이 4만1500톤에 달한다. 길이 238m, 넓이 62m에 이른다. 경항모는 승조원 720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고정익(12대)과 회전익(8대) 항공기 20대를 실을 수 있다. 예상획득비용은 3조100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첫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 전경

◇해군력 증강 최선의 선택은…= 경항모 도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항모 도입을 통한 전력 극대화 방안이 무엇인지, 도입하지 않을 경우 어떠한 대안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전력의 조건은 당연히 전쟁 발발을 상정한다. 전면전을 고려한 군사적 대응능력을 갖추되 우리의 군사적 대응이 상대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압박이 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필요하다. 한국군이 세계 최고수준의 국가들과 견줄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은 어렵지만 그들 중 어느 국가와 연합해도 다른 강대국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준이 바람직하다. 병력 수급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 군은 61만8000여명(2017년 기준)에서 2022년 말까지 최종 50만명으로 감축된다. 이렇게 되면 육군은 36만5000명, 해군은 7만명(해병대 2만9000명 포함) 공군은 6만5000명이 된다.

경항모 대신 이지스함을 추가 건조해 배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새겨볼 만하다. 우리 해군은 현재 동해 1함대, 평택 2함대, 목포 3함대가 각각 동서남해를 관할하는 구조다. 제주에는 이지스 구축함과 한국형 구축함으로 구성된 해군 최정예 전력 제7기동전단이 배치돼 있다. 해군은 한국형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KDDX 전력화에 맞춰 7 기동전단을 확대,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기동함대사령부는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되는데 2020년대 초반 추가 건조되는 이지스 구축함(7600톤급) 3척과 KDDX 6척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우리 군이 원자력 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항모 건조비용으로 이지스함을 추가 건조해 배치할 경우 연안방어 함대를 더욱 촘촘하게 구성할 수 있다. 미래 전장에서 대규모 해상전쟁의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해양작전의 주요 영역이 대양에서 연안으로 점차 이동하는 추세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상·해상·공중·유도무기 체계 가운데 전장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해상무기체계로 불린다. 경항모 도입의 확정 이전에 세밀히 따져봐야 할 사안 들이다.


sdw70@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