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선점 정치' 시대, 더 중요해진 옥석 가리기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0.09.01 09: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습니다. 8월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던 광복절 집회가 이번 재확산 사태의 주 요인으로 꼽히면서 정치권의 공방도 가세했습니다. 감염증 확산 책임론에 '광장'이 등장하며 광복절 집회를 허가했던 법원으로까지 비난의 화살이 향합니다.

2000년대 들어 '촛불'과 '광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2002년 신효순·심미선 학생을 위한 추모 촛불,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위한 촛불,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2016·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이 광장에서 타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광장의 선점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은 각각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나누어졌고 분화와 선점의 공간이 된 광장은 그 자체로 이념화됐습니다. 이번 감염증 재확산 사태에선, 광장이 방역의 사안을 정치 쟁점화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습니다.

정치권에서 광장의 선점만큼 중요한 것이 '이슈의 선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 첫 이슈로 ‘행정수도 이전 완성'을 꺼내 들었습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를 제대로 완성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총선 참패 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미래통합당이 꺼내 든 첫 이슈는 기본소득이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이라는 진보 어젠다를 공론화한 데 이어 수해 피해가 커지자 "호남에서 수해복구를 하자"며 당 지도부를 이끌고 호남으로 향했습니다.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었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습니다.

통합당 지지율은 최근 민주당과 오차 범위에서 각축을 벌입니다. 부동산 정책 혼선 등 여권의 잇단 자충수로 인한 반사효과가 크게 작용한 탓입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 리더십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통합당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 배경에는 이슈 선점 효과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정치세력 간 진영 대립이 심화하고 사회의 전반적 이슈가 연성화되면서 공간과 이슈를 먼저 장악하는 '선점의 정치'는 계속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선점정치가 정책이나 논리보다는 감성적이고 대중 영합적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유권자의 합리적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10월 5일부터 24일까지 3주간 실시됩니다. 여의도 정가의 이슈선점 경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번 국감에선 어느 당, 어떤 의원이 '핫이슈'를 선점할까요. 의원들이 쏟아낼 수많은 메시지 가운데 어떤 것이 제대로 된 정책검증인지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야겠습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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