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슬링락CC탐방기…휘파람 대신 “멘붕”을 외치다

[임윤희의 골프Pick]일곱손가락 꼽는 명품 코스, 라운딩 후 남은 건 ‘벙커의 기억’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10.07 10:33
편집자주골프 열정 넘치는 초보 플레이어의 골프장 탐방기다. 언젠가는 ‘싱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는 직업의식이 만났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주말 골퍼들의 ‘애독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템플 1홀 그린 앞을 가로지르는 계류/사진=휘슬링락cc 제공
골프를 시작하면서 추가되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사용하고 싶은 워너비 클럽, 달성하고 싶은 스코어, 그리고 가보고 싶은 골프장.
해마다 발표되는 우리나라 10대 골프장은 골퍼들의 관심을 끈다. 리스트를 적어놓고 라운딩할 때마다 하나씩 지워가는 골퍼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구글에 지난 3월 업데이트된 2020 국내 10대 골프장 순위를 보자.
▲구글에 지난 3월 업데이트된 2020 국내 10대 골프장 순위

골프를 시작하고 2년을 꽉 채웠지만 아직 단 한 곳도 방문해보지 못했다. 그곳에 도달하는 방법조차 알 수 없는 회원제 코스가 대부분이다.
주변에선 가끔 10대 코스 리뷰가 들려오곤 했지만 초보티를 벗어나지 못한 백순이가 넘보기에 벽이 높았다. 명품코스에선 명품 샷만 해야 한다는 촌스러운 고정관념도 한몫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는 스코어도 어느 정도 관리가 되는 데다 샷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해 이름을 걸고 골프 코너까지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명문 구장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터였다. 

우연한 기회에 나의 첫 골프장 버킷리스트 탐방기를 쓰게 됐다. 춘천에 위치한 휘슬링락CC로 올해엔 국내 골프장 순위 7위를 기록한 명문 구장이다. 2011년 9월에 오픈한 휘슬링락CC는 엄격한 회원제로 회원을 동반할 때만 라운딩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골퍼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2012 서경골프매거진에 의해 한국 10대 뉴코스 1위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골프다이제스트 베스트 뉴코스 1위, 2013 서경골프매거진 한국 10대 코스 3위, 2013년에는 개장 18개월 만에 골프매거진에 의해 세계 100대 코스 후보에 선정됐다. 또한 같은 해에는 골프장 업계 최초로 한국색채대상 대상(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그 이듬해에는 한국 디자인 연감 아이덴티티 디자인 부문 수상, 그리고 2015년에는 한국 10대 코스 2위와 2회 연속 세계 100대 코스 후보에 선정됐다.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한국 10대 코스에 상위 랭크되고 있다. 

‘가을 골프는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한다’는 말처럼 가을은 자연과 함께 힐링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이다. 더구나 버킷리스트를 지우는 날이라 더욱 감격스럽다. 다른 때보다 두 배로 공을 들였다. 의상 준비부터 시작해 아껴뒀던 타이틀리스트 볼까지 꺼냈다. 
▲7미터 높이 폭포 코쿤 7번/사진=휘슬링락CC 제공
결과부터 말하자면 라운딩 성적과 내용은 그야말로 ‘폭망’이었다. 힐링은커녕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보기플레이 정도만 하자던 목표를 뒤로하고 다시 백순이가 됐다.
“아이언이 어떻게 치는 거였지….” 하필 나의 첫 버킷리스트를 지우는 날 멘붕이 올 줄이야.
전반적으로 코스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다. 아름다운 자연과 골프장의 조화가 일품이라는 명품 코스도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여러 번 벙커에 빠져 한 번에 탈출하지 못하면서 유난히 하얗고 고운 벙커만이 기억에 남았다.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코쿤, 템플, 클라우드 27홀”

휘슬링락CC는 한국의 산악 환경을 기념하기 위해 설계됐다. 여러 골프 홀은 산속 자연적 요소들과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파르며 울창한 숲, 활기차게 흐르는 시냇물, 깎아 지른 듯한 바위의 노두들. 산이라는 장소가 주는 감각은 자연과의 웅대하고 친밀한 관계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휘슬링락의 페어웨이에 독특하게 보존돼 있다.
원래 이름은 위스퍼링파인즈(Whispering Pines, 속삭이는 소나무)였으나 공사 중간에 잘생긴 암반이 드러나자 이를 코스에 그대로 활용하면서 이름이 ‘휘슬링락(휘파람 바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코스 설계는 제주도 핀크스GC 설계자였던 테드 로빈슨의 철학을 계승한 로빈슨골프의 테드 로빈슨 주니어가 맡았다. 코스는 코쿤, 템플, 클라우드 등 총 27홀이다. 테드 로빈슨 주니어(Ted Robinson, Jr.)는 현장에 펼쳐져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산이 제공하는 자연과의 다양한 ‘연결’에 경탄했다고 한다. 가파른 경사면과 거대한 암석 노두를 두고 초기부터 디자인의 자연주의적 방법론을 택했다.

휘슬링락의 디자인 철학은 장소의 자연미, 플레이의 본질적인 유연성 및 기억에 남는 홀 디자인을 반영한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코쿤, 템플 및 클라우드의 9홀은 이러한 요소들은 자연 지형과 코스의 흐름에 맞추는 방식으로 적용됐다.
▲휘슬링락은 표고 160m에서 270m 사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템플 2홀 티 위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여러 개의 산등성이가 가로지르며, 400에서 700m 범위의 봉우리들이 수평선을 이룹니다./사진=휘슬링락cc 제공

조경은 라스베이거스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코스로 유명한 섀도크리크(Shadow Creek)의 조경 회사인 피나클디자인(Pinacle Design)에서 담당했다. 벙커 수는 27홀에 총 89개로 많은 편이다. 페어웨이와 그린 주변에 조성된 벙커에는 흰색의 베트남 백사를 깔았다. 페어웨이는 켄터키블루그라스(양잔디)다. 

코쿤 코스는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홀이 계속될수록 치밀한 전략을 요한다. 그중에서도 ‘휘슬링락’이라는 이름의 모티브가 된 바위가 있는 7번홀(파5)이 시그니처홀이다. 그 바위에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템플 코스는 3개 코스 중 가장 길고 전망이 아름다운 다이내믹한 코스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홀이 있어 고도 차이가 크고 난이도가 높다. 

클라우드 코스는 진입로의 웅장한 성문이 이색적이다. 성문을 지나면 산속에 아늑한 티잉그라운드가 돋보인다.
대체로 휘슬링락CC는 자연지형을 그대로 이용하다 보니 전장이 짧고 언듈레이션이 많다. 그린 역시 2단 3단 그린으로 난이도가 높다. 
▲클라우드 코스는 진입로의 웅장한 성문이 이색적이다. 성문을 지나면 산속에 아늑한 티잉그라운드가 돋보인다./사진=휘슬링락cc 제공

자연 경관과 더불어 휘슬링락의 프라이빗한 운영 시스템 역시 명성에 한몫한다. 이날은 티오프 시간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늘집 이용 시간까지도 동반자들과 협의해 조율이 가능했다. 티잉그라운드에 미리 도착하자 라운드 시간보다 10분여 빨리 티샷이 가능했다. 중간에 그늘집 이용도 건너뛰고 바로 후반전으로 갈 수 있었다. 주말 라운딩이었지만 대기는커녕 사람 구경도 할 수 없었다.

Today’s 스코어카드
▲27홀의 3개 코스 중 전반에는 클라우드 코스를 후반에는 코쿤 코스를 돌았다. 최종 스코어는 97.
27홀의 3개 코스 중 전반에는 클라우드 코스를 후반에는 코쿤 코스를 돌았다. 최종 스코어는 97.
첫 티샷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는 샷이 없다. 
중간중간 굿샷도 있었지만 초반에 무너지기 시작한 멘탈 때문에 마지막까지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다. 게임 내내 왜 샷이 안 되는지 분석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다 라운딩이 끝나버렸다. 
종료된 후 동반자 중 한 명이 백스윙이 너무 업라이트하다고 조언해줬다. 이를 토대로 그간 기록해왔던 나의 스윙을 분석해봤다. 아이언 클럽에서 자주 발생했던 생크를 잡아본다고 백스윙을 일직선으로 빼는 방식으로 혼자 수정했던 것이 이런 사태를 만들어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코킹 타이밍과 척추각이 흔들리는 문제 등 스윙에 문제점이 많지만 차차 고치기로 하고 다음 라운딩까지 백스윙 부분을 최대한 수정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 지난봄에 비해 몇 개월 사이 백스윙의 위치가 높아졌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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