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길 한국行 언급한 의원 잘못"…북한, 어떻게 반응할까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10.08 11:10
▲북한 조성길 전 이탈리아 대사대리/사진=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북한의 고위공무원인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국내에 입국한 것이 확인됐다. 국회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밤 자신의 SNS에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작년 7월 한국에 입국해서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되었다'고 밝혔다. 또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고 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북한 내 엘리트 인사다. 외교관 집안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했다.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뒤 이탈리아 정부가 유엔 제재를 이유로 문정남 당시 대사를 추방하자 대리대사를 맡았다. 잠적 당시 직급은 '1등 서기관'이었다.   

조 전 대리대사는 귀임을 앞둔 2018년 11월10일부터 부인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 알려진 것에 따르면 조 전 대사는 8개월 동안 스위스, 프랑스, 동유럽 국가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국내에 들어왔다. 조 전 대사대리는 처음 이탈리아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지만 안전이 우려돼 스위스로 도피했다. 이후 프랑스 망명을 시도했지만 좌절됐다. CIA를 통해 미국행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국정감사 업무보고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뉴시스


탈북민 정보 공개 않는 정부…'가족이 위험 처할 수 있어'



정부는 조 전 대리대사의 한국행 여부에 대해 말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 전 대리대사의 행국행 보도에 대해 "기사가 나와서 놀랐다"며 "(보도) 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어 조성길의 한국행에 대한 외교부의 역할에 대해 "외교부가 할 역할은 충분히 했지만 상세 내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 전 대리대사의 입국 후 정부 조치를 묻는 말에는 "개인의 신변 이슈에 있어 정부로서는 안전을 위주로 본인의 바람에 따라 처리하는 게 최우선 원칙"이라며 "그렇게 해 왔고 그렇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은 특정 탈북민의 한국 거주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특정 탈북민의 정보가 공개되면 가족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조 전 대사대리 부부의 한국 정착 관련 정보를 공개한 한국 국회의원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이어 "이들의 발언이 조 전 대사대리 부부와 북한에 있는 이들의 딸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사진=뉴시스



북한 강하게 비판할까, 조용히 넘어갈까



북한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다룰지, 예측은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우리나라 정부와 이탈리아, 조 전 대리대사를 맹비난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제삼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이다.

우선 조 전 대사대리에 대해 범죄 혐의를 제기하거나 자국민의 탈북을 사실상 도운 한국과 이탈리아 등 관련국을 비판할 수 있다. 지난 1997년 황장엽 노동당 비서가 탈북했을 때 북한은 처음에는 '납치극'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탈북을 도왔다는 의심을 제기한 바 있다. 

또 2016년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망명할 때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태 전 공사가 국가자금 횡령하고 미성년 강간 범죄를 범하고 도주했다고 맹비난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현재 내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고위공무원의 탈북을 상기시키는 것이 북한 주민에게 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RFA에서 "이미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정착한 후 시간이 다소 지났고 북한 고위층이 한국행을 선택한 것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나 남북한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emi4094@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