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사법부 위기의 본질은...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1.03.02 15:08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와 이를 둘러싸고 빚어진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해명’이 2월 정국을 달궜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불거진 사법부발 논란은 대법원장의 사퇴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저의 부주의한 답변으로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대법원장의 사과는 지금의 사법부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지난해 5월 정치권 탄핵 논의 등을 언급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음에도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다고 거짓말한 김 대법원장이 자초한 일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장 면담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녹취자료를 공개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 역시 보는 이를 어이없게 만듭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사법부 위기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법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대법원장의 사과는 반복됐습니다.

대법원장의 첫 대국민 사과는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 때문입니다. 당시 인천지법 집달관 사무소 전 소장과 사무원 등이 300억원에 달하는 경매 입찰 보증금을 횡령했는데 법원은 횡령 사실을 검찰 수사 착수 10개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사건을 은폐·수습하려 했습니다. 윤관 당시 대법원장이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과했습니다.

두 번째 대국민 사과는 2006년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됐을 때였습니다. 조 부장판사가 법조 브로커에게 1억3000만원을 받고 다른 재판부 사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되자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은 “전국의 모든 법관과 더불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6년 김수천 부장판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세 번의 사과 모두 대법원장 휘하 판사의 일탈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본인의 허물로 인해 대국민 사과를 한 첫 사례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습니다.

사법 불신의 근본에는 일부 법관의 일탈도 있지만 뿌리깊은 특권의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전관예우를 고리로 한 ‘검은 결탁’이 이어져왔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사태는 불신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국회의 탄핵 시도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성명에는 “대법원장이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재판개입 행위로 기소된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국회가 헌법상의 권한으로 탄핵소추한 행위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며 여전히 떨치지 못하는 특권의식을 보게 됩니다.

임 부장판사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집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인용되고 반대로 4명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은 기각됩니다. 이번 사건은 법관 탄핵의 첫 사례입니다. 헌재가 오로지 헌법 정신에 따라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을 하길 기대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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