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포털 구축, K-매거진 시대 열 것” -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

[인터뷰]전용 플랫폼, 해외서 어필 가능성 무한…정책적 뒷받침 필수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21.11.02 09:37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사진=뉴시스 DB

“모든 잡지사가 들어와 놀 수 있는 공간인 ‘잡지 포털’이 존재한다면, ‘넷플릭스’처럼 구독경제가 가능할 것입니다.”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은 포털사이트, 유튜브, SNS 등의 등장으로 존재의 위기를 맞은 잡지 산업의 해결책으로 ‘잡지 콘텐츠 전용 플랫폼’을 제시했다.

백 회장은 잡지 산업의 위기에 대해 “과거에는 정보를 책·잡지·방송·라디오 등으로 얻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상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며 “독자가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양은 한정돼 있는데 루트는 다양하게 확장되다 보니, 기존 잡지 매체의 노출빈도는 떨어지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잡지 콘텐츠 전용 플랫폼’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잡지 콘텐츠를 한데 모아서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다. 현재는 국내 잡지사들의 매체 파급력이 작다 보니 포털 사이트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노출 빈도(클릭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받는다. 잡지 콘텐츠 전용 플랫폼은 오로지 잡지 콘텐츠만을 모아 양질의, 전문적인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백 회장은 “정기 구독료를 내고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잡지를 볼 수 있다면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경제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나라 잡지 콘텐츠의 해외진출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백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증폭되고 있다”며 “K-팝, K-드라마, K-푸드, K-컬처와 함께 K-매거진 역시 해외에서 어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백 회장은 지난 2019년 협회 회장 선거에 처음 출마해 한 차례 고배를 마시고, 올해 초 재도전해 당선됐다. 그는 “잡지 산업의 위기감을 느꼈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속된 말로 ‘총대를 매자’는 생각으로 회장직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백 회장은 “잡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도 필요하고, 잡지진흥법 개정 등 국회의 법률적 뒷받침도 돼야 해서 과제가 많다”며 “여러 공약을 내걸었지만 그중에서도 앞서 이야기한 ‘잡지 콘텐츠 전용 플랫폼’의 시운전을 임기 중에 제대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협회 회원사들이 겪는 경영 어려움을 타개하고, 잡지 발행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국잡지협회가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잡지협회는 어떤 기관인가
▶한국잡지협회는 1962년에 잡지 발행인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만든 사단법인 단체다.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잡지 <소년> 창간호/사진=편승민 기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잡지는 1908년 11월 육당 최남선에 의해 창간된 <소년(少年)>이다. 잡지협회는 1965년 <소년> 창간일인 11월 1일을 ‘잡지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잡지협회는 한국잡지계의 발전을 추구하고, 나아가 잡지 발행인들의 친목과 권익신장, 문화 창달에 기여 등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초창기 종로구 청진동에 사옥이 있다가 재개발이 되면서 여의도로 2002년 이전했다.
잡지협회는 현재 350개 회사가 정회원으로 있으며, 약 90%이상은 협회를 통해 정기간행물을 납본하고 있다. 잡지는 발행 혹은 제작한 자가 법령에서 정한 기관인 국립중앙도서관에 일정 부수를 제출(납본)할 의무가 있는데 그 일을 잡지협회가 위탁하고 있다. 또한 우수콘텐츠 잡지 선정, 해외진출 번역 지원 등 연간 20억원 규모의 국고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잡지회관 지하 1층에는 한국잡지박물관, 잡지종합전시관, M미술관, 납본실을 운영하고 있다. 7층에는 한국잡지교육원을 부설기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잡지교육원은 40명씩 4개월 단위 교육을 연간 3번 진행해 1년에 잡지기자 120명을 배출하고 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잡지 산업이 다른 인쇄매체물 산업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대체 플랫폼이 다양화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책· 잡지·방송·라디오를 통해 얻었다면 지금은 인터넷상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독자가 콘텐츠를 받아들이는 양은 한정돼 있는데 루트는 다양하게 확장되다 보니, 기존 잡지 매체의 노출빈도는 떨어지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잡지만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 독점력이 깨진 것이다. 잡지가 맡아왔던 영역을 유튜브, 블로그, SNS 등이 대체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매체 전성시대가 되면서 기존 잡지의 속성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해결방안으로 ‘잡지 콘텐츠 전용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현재 잡지 콘텐츠 공급자는 개개의 잡지사인데 파급력이나 작다 보니 대형 포털사이트에 콘텐츠를 실어 나르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수입은 없고, 노출빈도(클릭수)에 따라 포털사로부터 수익을 배분받는다.
‘잡지 콘텐츠 전용 플랫폼’은 오로지 잡지 콘텐츠만을 모아 양질의, 전문적인 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기 구독료를 내고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잡지를 볼 수 있다면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경제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환경은 잡지사들이 현재 포털에 제공하는 콘텐츠 공급을 중단해야만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정치·법률적인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플랫폼이 구현될 디지털 기기와의 융합도 중요한데 어떻게 돼야 할까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해야 할 텐데, 사용자의 임의적인 설치보다는 휴대폰 생산단계에서부터 기본적으로 설치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휴대폰 기본 애플리케이션 중에 이와 유사한 형태가 있기도 하지만 잡지나 신문 등 모든 걸 포함하고 있지는 못해서 이용률이 낮을 뿐이다. 제 꿈은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잡지를 모으는 작업, 그 단초를 열고 싶다.

한국잡지협회 잡지박물관/사진=편승민 기자
잡지박물관 명예의 전당에 현재 500호 이상 발행되고 있는 잡지 중 해당 잡지의 통권 500호 발행기념 표지가 전시돼 있다./사진=편승민 기자

-우리나라 잡지 산업이나 잡지 콘텐츠의 해외시장 진출 전망은 어떻게 보나
▶최근 붐을 일으키고 있는 K-팝, K-드라마, K-푸드, K-컬처와 함께 K-매거진 역시 해외에서 어필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국내에서 느끼는 것보다 해외에서 ‘한국’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훨씬 상승돼 있고, 관심도 증폭되고 있다. 한국 문화와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특히 한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우리말을 외국어로 가공·번역하지 않아도 한글 콘텐츠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 잡지의 해외시장 진출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해외잡지와 다른 우리나라 잡지만의 특징이나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잡지의 특징은 역동성과 다양성이다. 우리나라는 잡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과 문화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리나라 잡지와 해외잡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문지가 굉장히 발달돼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경우 과거부터 몇백 년 동안 계속 이어지고 있는 전통과 삶의 방식이 있다. 물론 현대화·산업화된 것은 비슷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민 자체가 새로운 것에 좀 더 도전적이고 모험적이다. 그런 역동성을 가지면서 해외에는 없는 새로운 형태의 잡지들이 탄생하고 있다. 인쇄매체 산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잡지 콘텐츠의 종류는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반대로 해외 잡지나 콘텐츠 중 ‘꼭 벤치마킹하고 싶다’ 하는 것이 있다면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잡지는 언론에서 항상 인용되는 잡지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 잡지인 <네이처>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네이처>에 실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권위 있고, 신뢰성이 보장된다. 과학자들에게 있어 <네이처>에 논문이 실린다는 것은 노벨상 수상과 마찬가지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저명하고 권위 있는 잡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9년 잡지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한 차례 고배를 마시고 재도전해 올해 회장으로 당선됐다. 출마한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9년 첫 출마는 정말 준비 없이 선거를 40일 남기고 갑자기 결정됐다. 이 상태로 협회나 잡지 산업을 방치하면 모두 다 죽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주변에서 저를 지지해주는 발행인, 동료들이 있었기에 속된 말로 ‘내가 한번 총대를 매보자’는 마음으로 출마했다.
한 차례 고배를 마셨지만 짧은 시간에 성원해준 분들을 뒤로하고 ‘나는 편하게 살래’가 안 되더라. 그래서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준비해 올해 초에 재도전해 당선됐다.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사진=뉴시스 DB

-이번 출마할 때 18가지 공약을 내걸었는데 그중 가장 먼저 이루고자 한 공약은 무엇인가
▶사실 너무 많아서 동시 다발적으로 하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부의 협조도 필요하고, 국회의 법률적 뒷받침도 돼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되어 있다.
제가 협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잡지전용 플랫폼 개발이다. 임기 중에 시운전을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데모버전을 통해 회원사 위주로 운영하다가 점차 확대해가는 과정을 제대로 시작해보고 싶다. 현재 미디어정책연구소를 통해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플랫폼의 완성은 내년 2분기 정도에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인 부분이다. 50개 정도의 매체만 들어와서 하다가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어설프게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 모든 콘텐츠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작업해야 한다. 그 작업이 어렵지, 문 열어놓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

-한국방송출판(주) 대표이사로도 재직 중으로 월간 <굿모닝 팝스>를 발행하고 있는데
▶<굿모닝 팝스>는 KBS 2FM에서 32년째 방송되고 있는 KBS 내 라디오 프로그램 중 최장수 프로그램이다. 월간 <굿모닝 팝스>는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전단지 형태로 만들어졌었다. 음반사에 갖다 놓으면 청취자들이 가져가서 볼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책으로 만들게 됐다. 1991년에 9월·10월호 합본, 11월·12월호 합본 이렇게 두 번 냈는데 폭발적인 인기가 있으니까 1992년 1월부터 월간으로 발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굿모닝 팝스>는 전 세계에 있는 교민들이 오랜 기간 구독해오고 있으며, 연세 많으신 노인부터 10대 청소년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독자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우수 콘텐츠 잡지 선정은 어떤 기준으로 이뤄지나
▶문체부 심사 기준에 따라서 콘텐츠 내용, 디자인, 기타 여러 가지 반영되는 점수들이 있다. 매년 1월에 신청을 받고 1월 말~2월 초에 심사가 이뤄진다. 문체부에 심사위원풀이 있다. 사실 협회에서 심사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잡지협회 회원이면 1점 가산점이 있다.
다만 심사 부분에서 개선될 점이 몇 가지 있다고 본다. 먼저 카테고리 분류가 개선돼야 할 것 같다. 어떤 경우 잡지 카테고리가 모호해서 정치, 경제, 학술, 어학, 교육 등 겹쳐서 신청하기도 한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카테고리별로 선정 쿼터가 있기 때문이다. 분류에 따라 경쟁률이 높고 어디는 낮을 수 있다. 이걸 공정하고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쿼터를 재조정하고 분류체계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 한 가지는 심사를 할 때 평가를 위해 제출하는 잡지가 심사 직전 발행한 1~2개월치다. 1년 치를 놓고 평균을 심사해야 한다고 본다. 우수 콘텐츠 선정을 위해 한두 달만 보여주기 식으로 발행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협회를 어떻게 이끌 계획인가
▶우선 잡지협회 회원들이 직접 뽑은 회장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일을 해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 다음으로는 잡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잡지진흥법 개정, 소득제한 특례법 개정 등 법률 개선에 힘쓰고 싶다.
잡지협회 회원사들이 겪는 경영 어려움을 타개하고, 잡지 발행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국잡지협회가 하겠다.


백종운 한국잡지협회 회장
1963년 충북 괴산 출생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한국잡지협회 제39대 잡지연구소운영위원회 위원
제41대, 43대 한국잡지협회 이사
現 한국방송출판(주) 대표이사(월간 <굿모닝 팝스> 발행)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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