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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사진=최현승 기자 |
지난 5월 2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국지방자치학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는 행정제도를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위기의 순간마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버팀목이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방자치의 본질이 ‘보충성의 원칙’에 있다고 강조했다. 즉, 주민과 가까운 기초자치단체가 최우선적으로 행정을 담당하고, 그 위에서 광역정부와 중앙정부가 보완적으로 기능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방자치 선진국은 모두 이 원칙에 충실한데, 우리는 여전히 중앙정부 중심의 역피라미드 구조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중앙집권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시각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효율만 따지면 모든 결정을 중앙에서 내리면 빠르다. 하지만 다양성과 창의성, 자율성은 모두 사라진다”며 “지방자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고 주민의 의사를 담아내는 민주주의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돈이 있어야 진짜 자치… 8:2 세입구조, 반드시 깨야 한다”
임 회장이 말하는 한국 지방자치의 가장 큰 한계는 ‘돈’이다. 그는 “재정이 독립되지 않으면 자치도 독립할 수 없다”며 “지방정부는 결국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며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2 수준이다.
지방정부가 쓸 수 있는 재정은 적은 반면, 감당해야 할 지출은 전체의 60%에 이른다. 그는 “수입은 적고, 써야 할 돈은 많으니 보조금이나 교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정책 결정도 중앙의 틀 안에서만 움직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스위스는 지방세 비중이 55%, 독일은 54%, 일본도 37.5% 수준인데, 우리는 아직 23%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40%는 넘어야 어느 정도 자율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고 자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목과 세율을 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지역 경쟁력도 함께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지방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꾸리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청년 일자리, 지역 특화산업 등도 현실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며 “지방분권은 곧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IMF, 탄핵, 코로나…위기 상황 속에서 지방자치는 빛났다
임 회장은 지난 30년 지방자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으로 국가 위기의 시기들을 꼽았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중앙정부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지만, 지방정부는 지역별로 자체적인 위기 극복 활동을 하며 행정의 기능을 유지했다”며 “지방자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회장도 대통령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기에도 지방자치의 역할은 유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도 “대통령 지시 없이 아무것도 못하던 관선 시절이었다면 중앙과 지방이 함께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며 “지금은 중앙정부가 위기상황에 빠져도 지방정부는 일상을 유지하며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지방자치의 효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역별로 방역 체계를 자율적으로 설계했고 성과 있는 사례는 빠르게 타 지역으로 전파됐다”며 “중앙정부 중심의 일률적인 대응보다 훨씬 유연하고 실효적인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지방자치가 국가 위기를 견디는 안전망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선언 아닌 ‘실질 자치’가 답이다”
지방의 위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다. 임 회장은 “GTX 같은 교통 인프라 확장은 겉으로는 지역균형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수도권의 확장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은 좋아졌지만 지역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실질적인 경제·문화 기능은 여전히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연결이 아닌, ‘정주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게 하려면 문화 시설, 일자리, 교육 인프라가 함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지방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율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 회장은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에 대해선 방향은 맞지만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보여주기식 개편은 효과가 없다. 자율권, 재정권, 입법권이 동반되지 않으면 ‘형식적 자치’에 불과하다”며 “실질적 자치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지방소멸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동등한 파트너…개헌으로 자치권 보장해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분명히 했다. 임 회장은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의 정신을 명시하고, 헌법 1조에 ‘지방분권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이라는 문구를 넣는 등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입법권과 자주재정권을 갖고, 중앙과의 협의 기구인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헌법기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여야 한다”며 “이를 헌법으로 명확히 해야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제도개편이 아닌, 헌법적 권한 보장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가올 30년은 과거의 연장선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시작해야 한다”며 “지방의 자율이 곧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한국지방자치학회는 8월 전주에서 하계 학술대회를 열고 ‘지방의회 30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10월에는 지방자치의 날(10월 29일)을 맞아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미래 지방자치 30년을 논의하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많이 분석했지만 지방의회 평가는 거의 없었다. 학회가 처음으로 이 작업을 한다”며 “앞으로는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역량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30년간의 성과와 한계를 꼽는다면
▶성과로는 첫째, 주민참여가 획기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예전엔 행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시민이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둘째, 지역 맞춤형 정책이 가능해졌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 추진이 많아졌고 실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셋째,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했다는 점이다.
한계로는 중앙집권 구조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자치라고 하지만 정작 권한은 여전히 중앙에 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것도 큰 문제다. 기초의회는 전문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고,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도도 아직 미흡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 분권이 안 돼 있다는 거다. 세금은 80%를 중앙정부가 가져가고 지방엔 20%밖에 안 돌아온다. 그런데 지출은 지방이 60%를 감당한다.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책임지는 구조가 되려면 최소한 세입의 비율이 40% 이상은 돼야 한다. 재정권 없이는 자치도 없다.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는 지역들이 늘고 있는데
▶취지는 좋다. 지역 맞춤형 자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적으로 권한을 받았다고 해도 대통령령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인 자율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입법권도 제한적이고 재정·인력 문제로 위임된 권한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민참여와 대표성 강화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형식적 특별함’에 그치지 않으려면, 권한 분배·재정 지원·주민 참여 확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초의회 무용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초의회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정쟁 중심이다, 주민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애자는 건 지나치다.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기초의회다. 감시와 견제 기능은 물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통로다. 제도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오히려 역량 강화와 책임성 확보가 답이다.
-일부에선 기초자치단체가 행정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야말로 주민 삶과 가장 밀접한 행정을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단위다. 교육, 복지, 환경, 생활 인프라 등 대부분의 공공서비스는 기초단위에서 이뤄진다.
효율성만 따져서 기초단체를 없애면, 결국 행정은 멀어지고 주민은 소외된다. 주민 참여도 약화되고 민주성도 후퇴한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처럼 기초단체를 없앴던 지역도 다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효율성과 민주성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의 손발 같은 존재다.
-국민들에게 지방자치의 의미를 다시 설명한다면
▶지방자치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IMF·대통령 탄핵·코로나 시기 같은 위기 속에도 대한민국이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지방자치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마비돼도 지방은 자기 역할을 해냈다.
지방자치가 있었기에 일상이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하부구조로 머물 게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다.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
1966년 8월 2일 충남 홍성 출생
건국대학교 행정학박사
성결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2025)
한국지방계약학회 회장(2022~2024)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2020)
국제지역학회 부회장(2025)
행정안전부 공유재산 정책협의회 위원
지방자치30년 평가 자문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임 회장은 “스위스는 지방세 비중이 55%, 독일은 54%, 일본도 37.5% 수준인데, 우리는 아직 23%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40%는 넘어야 어느 정도 자율성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고 자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목과 세율을 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이 높아질수록 지역 경쟁력도 함께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지방이 자체적으로 예산을 꾸리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청년 일자리, 지역 특화산업 등도 현실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며 “지방분권은 곧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IMF, 탄핵, 코로나…위기 상황 속에서 지방자치는 빛났다
임 회장은 지난 30년 지방자치 역사 속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으로 국가 위기의 시기들을 꼽았다.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중앙정부가 사실상 마비되다시피 했지만, 지방정부는 지역별로 자체적인 위기 극복 활동을 하며 행정의 기능을 유지했다”며 “지방자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 회장도 대통령 탄핵 정국 등 정치적 혼란기에도 지방자치의 역할은 유효했다고 강조했다. 그도 “대통령 지시 없이 아무것도 못하던 관선 시절이었다면 중앙과 지방이 함께 혼란에 빠졌을 것”이라며 “지금은 중앙정부가 위기상황에 빠져도 지방정부는 일상을 유지하며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지방자치의 효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지역별로 방역 체계를 자율적으로 설계했고 성과 있는 사례는 빠르게 타 지역으로 전파됐다”며 “중앙정부 중심의 일률적인 대응보다 훨씬 유연하고 실효적인 시스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지방자치가 국가 위기를 견디는 안전망이 됐다”고 덧붙였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선언 아닌 ‘실질 자치’가 답이다”
지방의 위기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게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다. 임 회장은 “GTX 같은 교통 인프라 확장은 겉으로는 지역균형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수도권의 확장성을 키우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은 좋아졌지만 지역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하고, 실질적인 경제·문화 기능은 여전히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는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임 회장은 지역이 살아남기 위해선 단순한 연결이 아닌, ‘정주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게 하려면 문화 시설, 일자리, 교육 인프라가 함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지방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자율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임 회장은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에 대해선 방향은 맞지만 여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보여주기식 개편은 효과가 없다. 자율권, 재정권, 입법권이 동반되지 않으면 ‘형식적 자치’에 불과하다”며 “실질적 자치 구조로 바뀌지 않으면 지방소멸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는 동등한 파트너…개헌으로 자치권 보장해야
지방분권 강화를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분명히 했다. 임 회장은 “헌법 전문에 지방자치의 정신을 명시하고, 헌법 1조에 ‘지방분권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이라는 문구를 넣는 등 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정부가 입법권과 자주재정권을 갖고, 중앙과의 협의 기구인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헌법기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하급기관이 아니라 동등한 파트너여야 한다”며 “이를 헌법으로 명확히 해야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제도개편이 아닌, 헌법적 권한 보장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가올 30년은 과거의 연장선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완전히 새로운 구조로 시작해야 한다”며 “지방의 자율이 곧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 지금이 바로 그 변화를 시작할 때”라고 말했다.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 30년을 맞아 한국지방자치학회는 8월 전주에서 하계 학술대회를 열고 ‘지방의회 30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10월에는 지방자치의 날(10월 29일)을 맞아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미래 지방자치 30년을 논의하는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은 많이 분석했지만 지방의회 평가는 거의 없었다. 학회가 처음으로 이 작업을 한다”며 “앞으로는 지방의회의 책임성과 역량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 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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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사진=최현승 기자 |
▶성과로는 첫째, 주민참여가 획기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예전엔 행정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면, 지금은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시민이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둘째, 지역 맞춤형 정책이 가능해졌다.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 추진이 많아졌고 실제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셋째,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했다는 점이다.
한계로는 중앙집권 구조가 여전히 공고하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자치라고 하지만 정작 권한은 여전히 중앙에 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것도 큰 문제다. 기초의회는 전문성과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고 있고,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도도 아직 미흡하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재정 분권이 안 돼 있다는 거다. 세금은 80%를 중앙정부가 가져가고 지방엔 20%밖에 안 돌아온다. 그런데 지출은 지방이 60%를 감당한다. 이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정책을 펼치고 책임지는 구조가 되려면 최소한 세입의 비율이 40% 이상은 돼야 한다. 재정권 없이는 자치도 없다.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는 지역들이 늘고 있는데
▶취지는 좋다. 지역 맞춤형 자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법적으로 권한을 받았다고 해도 대통령령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실질적인 자율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입법권도 제한적이고 재정·인력 문제로 위임된 권한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민참여와 대표성 강화도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형식적 특별함’에 그치지 않으려면, 권한 분배·재정 지원·주민 참여 확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기초의회 무용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초의회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정쟁 중심이다, 주민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없애자는 건 지나치다. 주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가 기초의회다. 감시와 견제 기능은 물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중요한 통로다. 제도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다. 오히려 역량 강화와 책임성 확보가 답이다.
-일부에선 기초자치단체가 행정 효율을 떨어뜨린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야말로 주민 삶과 가장 밀접한 행정을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단위다. 교육, 복지, 환경, 생활 인프라 등 대부분의 공공서비스는 기초단위에서 이뤄진다.
효율성만 따져서 기초단체를 없애면, 결국 행정은 멀어지고 주민은 소외된다. 주민 참여도 약화되고 민주성도 후퇴한다. 실제로 제주특별자치도처럼 기초단체를 없앴던 지역도 다시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효율성과 민주성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 기초자치단체는 주민의 손발 같은 존재다.
-국민들에게 지방자치의 의미를 다시 설명한다면
▶지방자치는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IMF·대통령 탄핵·코로나 시기 같은 위기 속에도 대한민국이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지방자치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마비돼도 지방은 자기 역할을 해냈다.
지방자치가 있었기에 일상이 무너지지 않았다. 이제는 더 이상 중앙정부의 하부구조로 머물 게 아니라, 스스로 설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의 미래 경쟁력이다.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
1966년 8월 2일 충남 홍성 출생
건국대학교 행정학박사
성결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2025)
한국지방계약학회 회장(2022~2024)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2020)
국제지역학회 부회장(2025)
행정안전부 공유재산 정책협의회 위원
지방자치30년 평가 자문위원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