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 3일 당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공공기관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사진=뉴스1 |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직원 공감대 형성과 정주여건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이 균형발전의 밑거름이 되려면 지역의 기업과 대학, 기관이 함께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50여개 공공기관 지방으로…“이전이 기본 원칙”
| ▲정부세종청사 전경/사진=뉴스1 |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수도권 잔류 최소화 △집적화 △속도전을 핵심으로 추진된다. 당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반드시 남아 있어야 할 기관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하겠다”며 “청사 신축을 기다리지 않고 민간건물 임차 등의 방법으로 당장 내년부터 이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먼저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시로 옮기면서 2차 공공기관 이전을 본격화한다. 세종을 국정 운영의 중심 도시로 완성하며 균형발전의 중심에 두겠다는 것이다. 파급효과가 큰 기관부터 이전한다. 현행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인 법무부와 성평등부는 연내 법 개정을 추진해 내년 상반기부터 세종으로 이동한다는 계획이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경찰청 등은 청사 신축 후 이전하며,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개원하는 2030년 전후 여건을 고려해 외교부와 통일부 이동도 고려하고 있다.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은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배치한다. 지역별 나눠먹기식 분산배치가 아니라 지역의 핵심 산업과 유관한 기관을 모아 지역 거점의 힘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산업체와 대학, 연구단체 간 연계를 확대해 지역의 인재가 정주할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산업·기관 맞춤형 유치’ 전략 세우는 지자체
금융기관 유치에 나선 지자체는 부산시와 전북도다. 부산은 기존 금융 공공기관에 정책금융 기능을 더해 금융중심지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지난 2월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금융 분야 중점 유치 대상으로 정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 공공기관이 자리 잡은 만큼 추가 금융기관 유치를 통해 집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해양수도’ 조성에 따른 해운산업과 금융권 연계도 시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전북은 도내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중심으로 자산운용 기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약 1800조원 규모의 기금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한국투자공사와 농협중앙회, 공제회 등 금융·자산운용기관을 추가 유치해 금융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도는 주요 공제회와 금융기관을 직접 찾아 이전 수요를 파악하고 지역 금융 인프라와 정주여건을 설명하는 등 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법률상 소재지가 서울로 명시된 일부 기관과 관련한 법안 개정에도 대응 중이다.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을 발표하자 에너지 공기업 통합 본사 유치를 놓고 울산과 대구가 유치전에 나섰다. 현재 울산에는 한국석유공사 본사가, 대구에는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각각 위치해 있다.
울산은 에너지 공공기관과 관련 산업이 모여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울산에는 석유공사와 더불어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동서발전 등이 있다. 아울러 석유화학·조선·수소 산업 기반도 갖춰 통합본사까지 유치하면 국가 에너지 공급망을 한 곳에서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구는 한국가스공사의 조직 규모와 기존 공급망 운영체계를 근거로 가스공사 중심 통합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본사가 이미 위치한 데다 전국 천연가스 도입·공급망 운영 경험을 갖춘 만큼 이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업무공간부터 정주 지원까지, ‘정착 기반’이 유치 경쟁력
| ▲전국 혁신도시 소재 11개 기초지자체 관계자들이 지난 9월 16일 충북 음성군에서 열린 ‘2026년 전국혁신도시(지구)협의회 정례회’에 참석해 기존 혁신도시 중심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을 촉구했다./사진제공=나주시 |
1차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프라가 형성된 혁신도시들은 ‘즉시 입주 가능성’을 유치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강원 원주시는 혁신도시 내 50개가 넘는 건물에서 약 11만㎡ 규모의 활용 가능한 공간을 확보해 이전기관의 임시청사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 전남 나주시는 빛가람혁신도시 내 77개 동, 15만7549㎡ 규모의 업무공간을 강점으로 제시한다. 시는 해당 공간이 약 35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며 ‘즉시 활용 가능한 혁신도시’라는 점을 강조한다.
직원과 가족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남도와 강원 춘천시, 충북 제천시 등은 조례를 통해 이주정착금과 자녀 장학금·학자금, 주택자금 대출이자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전북도는 주택 특별공급과 자녀 입학 특례, 의료·교통 지원 등을 묶은 종합 지원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제주는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4개 국제학교에 정원 외 5% 범위에서 이전기관 임직원 자녀에 대한 특례입학 방안 등을 마련하고 있다.
◇‘이전 효과 미미’…1차 공공기관 이전의 명과 암
정부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원칙으로 ‘집적화’를 강조했다. 그 배경에는 투입된 예산과 시간 대비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미미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업과 고용이 늘었지만, 지속적인 인구 증가나 지역 발전 등 핵심 목표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계획이 수립된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정부소속기관과 공공기관 등 153곳의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혁신도시·세종시·개별지역 등 12개 지역으로 기관이 옮겨졌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부속기관을 제외한 본사 기준 105개 공공기관의 총 이전 비용은 9조1549억원에 달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입주기업 및 지방세 증가라는 성과를 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혁신도시 입주기업은 2018년 6월 693개에서 지난해 말 4813개로 국토교통부의 ‘제2차 혁신도시 종합발전계획(2023~2027)’상 목표치인 1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2016~2024년 동안 이전 기관이 낸 지방세는 2조5072억원에 달해 비수도권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성과는 일시적이거나 목표치를 밑돌았다. 국토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족 동반 이주율은 71%로, 주민등록 인구가 23만4684명 늘었으나 목표치인 75%(26만7869명)는 달성하지 못했다. 인구 증가세도 꺾였다. 수도권에서 혁신도시로 유입된 인구는 2014~2017년까지 늘다가 2023년부터 순유출로 전환됐다. 주중 지방에 머무는 기관 직원들이 주말이면 수도권으로 돌아가거나, 셔틀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충북혁신도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모씨는 “배우자의 직장, 아이의 나이와 양육 환경을 고려했을 때 주말부부를 하기 어려워 수도권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는 정주여건 부족이 꼽힌다. 지역 산업 간 연계 부족, 교통·교육·의료 등 정주 여건 부족 등으로 인구 순유출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2024년 시행한 혁신도시 정주여건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육 환경은 68.2점, 편의·의료서비스는 66.3점으로 주거환경(74.8점)에 못 미쳤다. 두 항목 모두 전반적 만족도(69.4점)를 밑돌았다.
◇기관 효율성 저하·지역 형평성…이전 ‘속도전’ 가능할까
이전 대상으로 언급된 350여곳의 공공기관 직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차 이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부터 공개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권 노조의 반발도 크다. 이들은 금융산업 경쟁력 훼손과 정주여건 미흡 등을 이유로 들며 지난 9월 4일 총파업에 나섰다.
◇기관 효율성 저하·지역 형평성…이전 ‘속도전’ 가능할까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9월 4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금융노동자 총파업 집회에서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와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
일각에서는 무조건적인 지방 이전이 기관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감독 기능의 특성을 고려해 서울 배치가 효율적이라는 의견이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소비자와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유관 업무를 위해 서울 출장이나 서울사무소 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정주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지방 이전이 인재 유출을 가속한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97개 이전기관을 분석한 결과, 정년퇴직자를 제외한 퇴사율은 이전 전 2.66%에서 이전 후 3.11%로 0.45% 상승했다. 부산으로 이전한 예탁결제원의 연평균 퇴사율은 이전 전 1.32%에서 이전 후 7.72%로 높아졌다.
집적화 원칙을 두고 일부 지자체는 ‘지역 소외’를 걱정하고 있다.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지자체가 2차 이전에서도 배제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을 놓고 보면 관련 기업과 대학,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에 공공기관을 모아두는 게 유리한 상황이다. 강원 원주혁신도시 중심의 추가 이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춘천·강릉·속초 등 비혁신도시 지역에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역 안배를 이유로 기관을 분산 배치할 경우 집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구교준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집적효과를 내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규모를 갖춘 성장거점을 만들어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 교수는 “긍정효과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구도심과 혁신도시의 적절한 기능 분산, 혁신도시에서 발생한 재원으로 구도심, 타 지역 재생투자 등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산업생태계 구축과 정주여건 마련이 과제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가 단순한 기관 유치를 넘어, 실질적인 지역 성장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유치한 기관을 지역 내 기존 산업 및 대학·기업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생태계 구축과 정주여건 마련이 과제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가 단순한 기관 유치를 넘어, 실질적인 지역 성장으로 이어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유치한 기관을 지역 내 기존 산업 및 대학·기업과 연계해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개별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을 넘어 초광역권 단위의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기관 하나를 가져오는 경쟁보다 권역 전체의 산업과 일자리 효과를 어떻게 키울지 먼저 설계해야 한다”며 “같은 초광역권에 속한 지자체들이 유치 희망 기관에 대해 합의를 이루고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정부의 주도적 역할도 핵심 과제로 꼽힌다. 육 원장은 “지자체는 이전 공공기관을 바탕으로 특화산업을 키우고 대학 연계 인재를 양성하는 등 지역 산업 생태계를 혁신할 방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며 “1차 이전이 중앙정부 주도의 ‘균형발전’이었다면, 이번에는 지방이 주도하는 ‘균형성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관과 임직원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기반 마련도 시급하다. 육 원장은 “대상 기관과 소속 임직원들이 안심하고 이전할 여건을 조성하고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전 기관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하면 성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