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열풍(烈風)’ 과 공모주 ‘광풍(狂風)’

[김동하의 컬처 리포트] ESG, 공모주 대세 속 ‘워싱’, ‘버블’ 우려도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김동하 교수 입력 : 2022.02.03 10:29
▲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LG엔솔 (청약)하셨어요?”
이쯤 되면 ‘컬처’에 가까워진 걸까. 언제부턴가 공모주 투자가 일상 속 덕담으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청약하셨어요?”
“코인 투자하셨어요?”

라는 말의 어감과는 사뭇 다른. 떳떳하고 부담 없는 ‘인사성’ 멘트로, 필자 또한 여러 차례 주고받은 것 같다.

아마도 “당신의 돈은 (소외되지 않고)안녕하십니까?”
라는 경제적 안부를 묻는 느낌도 작용했으리라.

“A 영화 보셨나요?”
“B 공연 아세요?”

라는 말은 들어본 지 오래. 기나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마치 문화생활을 즐기듯, 공모주 투자에 큰돈을 넣어놓고 ‘따상’ 또는 ‘따상상’을 바라는 일이, 많은 사람의 반복적인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해 하이브,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SKIET 등 많은 공모기업의 청약이 잇따라 큰 히트를 쳤다.

그리고 2022년 벽두. 요즘 한창 뜨거운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적 책임–Governance: 지배구조) 테마의 단골 기업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다. 그러자 수천 개의 기관투자자에 이어 수백만 명의 국민이 뛰어들었고,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돈 뭉치들이 움직였다. 미국발(發) 금리인상과 요동치는 주식시장의 흐름 속에서 말이다.

ESG 대표주자? LG엔솔, 韓자본시장 새 역사
LG엔솔은 한국 상장기업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 썼다. 공모 전 수요예측 단계에서 기관투자자들은 2023대 1이라는 경쟁률 속에서 무려 1경5203조원의 주문을 냈다. 경(京)이라는 단위가 한 기업의 공모에 등장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자, 2000이 넘는 배수의 경쟁률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도 442만 개의 계좌로 청약에 참여했고, 증거금만 114조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LG엔솔은 친환경 배터리 생태계의 글로벌 선두주자로 꼽힌다. ESG 열풍이 한창인 주식시장에서 각종 ESG펀드나 ESG상품, ETF 등에 활용하기 위해, 기관들은 눈에 불을 켜고 LG엔솔 물량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공모주를 받을 경우, 상장 후 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시세차익’의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엔솔을 ESG의 대표기업으로 꼽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다. 핵심 배터리 사업을 물적분할하면서 이를 결정한 LG화학 회사만의 100% 자회사가 되었고, LG화학의 다른 주주들은 주가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연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에 반대했던 점도, ‘G’에 해당하는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G’보다는 ‘E’(환경)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일까. LG엔솔의 공모주 청약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약 5184만6000명) 10명 중 1명(442만 명)에 육박하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광풍’으로 막을 내렸다.

오래된 테마지만, 점점 뜨거워지는 ESG 열풍
2022년 새해에도 국내외에서 ESG의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ESG는 지난 2004년 UN에서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이 G5국가들의 투자기관장들에게 ‘사회적 책임 투자를 위한 지침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지속가능 투자’의 개념으로 등장한 뒤, 환경과 지배구조를 융합한 ESG의 형태로 정립됐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경제단체 뿐 아니라 개별기업들도 연일 ‘ESG’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선거 공약으로 ESG비전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규제 당국은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의 ESG 공시 의무화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오랜 기간 UN, EU 등 국제 연합이나 경제단체, NGO 등이 주축이 되어 발전시켜온 개념이 자본시장과 정치권까지 안착되고 있는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ESG는 단순한 기업의 비재무적 활동을 넘어서, 국제기구와 정치권, 행정부, 투자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차세대 생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ESG의 개념뿐 아니라 ESG투자 철학 역시 십수년 전 등장한 이슈인데, 왜 지금 이렇게 주목을 받는 걸까.

시장에서의 주된 이유는 물론 돈이다. 2015년 파리협정 후 탄소배출권, 탄소세 등의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활동 자체가 돈을 절감하는 일이 됐다. 영국 BP의 원유유출,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남양유업의 갑질논란 등에서처럼 기업의 평판, 여론 등 사회적 ‘S’의 중요성도 기업 성과에 직결되고 있다.

201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었던 정유 회사 엑손모빌, 2019년 세계 1위로 깜짝 올라섰던 정유회사 아람코는 모두 탄소배출과 관련된 기업으로, 세계 시가총액 순위에서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세상을 ESG적으로 바꿀 만한 기업이 자본시장에 등장한 점은 ESG로 막대한 자금이 쏠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친환경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기업인 테슬라와 LG엔솔에 서학개미와 동학개미로 불리는 투자자들이 열광한 배경에도 ESG가 존재한다. 아울러 2020년초, 유럽에 비해 ESG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투자포트폴리오의 가장 큰 원칙으로 ‘ESG’를 제시하면서, 탄소중립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에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나선 점도 시장과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

ESG, ‘워싱’, 공모주 ‘버블’ 우려도
아직도 많은 사람은 기업의 존재 목적에 대해 ‘이윤을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ies)은 그 기업의 이윤을 늘리는 것(to increase its profit)’이라고 말한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주장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ESG의 시대에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보다는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한 지속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쏠린다.
ESG활동을 표방할 경우, 투자유치나 주가상승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일까. 국내에서도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기업이 앞다퉈 친환경 식품, 친환경 소재, 플라스틱 등 탄소 절감, 전기차 전환, 다양한 사회공헌, 조직개편 활동 등을 발표하며 ESG를 앞세운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투자나 전략에 있어서 ESG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직까지 ESG는 ‘콘셉트’에 가까운 개념일 뿐, 제도화하고 평가할 보편적인 기준은 미비하다. 한 예로 테슬라의 ESG등급의 경우, MSCI에서는 최상위로 평가했지만, Sustainalitics는 중간, FTSE는 최하위로 평가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E와 S와 G의 평가기준과 가중치 등은 기관마다 천차만별이다. 아울러 ‘그린 워싱’이라 불리는, 친환경을 위장한 기업들의 과도한 ‘ESG 마케팅’이 늘어나는 것도 주의할 점이다.

ESG 트렌드와 공모주 투자는 명분과 실리가 결합된 전략적 투자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앞으로도 자본시장의 미래를 책임질 주력 투자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람에 맞서지 말고 ‘대세’에 올라타야 하는 건, 투자자에겐 숙명과도 같다. 하지만 그 바람이 맹목적인 ‘열풍’과 ‘광풍’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점도, 반드시 고려할 요소다.

“저희가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환경론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가이기 때문이고, 고객들에 대한 신의 성실 의무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ESG투자의 확산에 큰 영향을 미친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연례 서한에서 밝힌 말이다. ESG투자는 명분이 아니라 자본논리이며, 수익성을 위한 활동이라는 의미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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