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사를 쓰지 말라’는 억지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 ‘시’를 제외한 모든 글에는 접속사 필요

(주)글쟁이 백우진 대표 입력 : 2023.02.13 13:43
편집자주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백우진 글쟁이㈜ 대표
“서로 다른 층위에 있는 문장 간의 관계는 물론 같은 층위에 있는 문장들 간의 관계도 모호하다.”

이는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의 ‘개조식’ 비판 칼럼 중 일부다. 이 교수는 〈경향신문〉 기고문 ‘소통과 먼 국정운영 5개년 계획(2017.07.30.)’에서 “(그래서) 독자는 앞 문장에서 이어진 다음 문장이 순접인지 역접인지, 부연설명인지 제한조건인지 짐작도 못한 채 읽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 모호’는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접속사가 없다’가 될 수 있다. 분량이 193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를 접속사가 없는지 확인하면서 읽기란 단순하면서도 고된 작업이다. 대안으로 나는 검색 기능을 활용했다. ‘그러나’는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 ‘그래서’도 전혀 없다. ‘이로 인해’도 ‘그로 인해’도 없다. 다만 ‘따라서’는 단 한 번 들어갔다. 다음 대목이다.

○시장만능주의의 확산은 불평등과 격차 확대, 공공성 약화 현상을 초래
- 따라서 국가가 △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고 △ 국민의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하며 사회 구성원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 행위자로서의 역할 필요

요컨대 이 비판은 근거가 확실했다. 이 자료를 작성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관계자들은 접속사를 전혀 쓰지 않다시피 했다.

정부 핵심까지 ‘침투’한 틀린 지침
이처럼 조사한 결과, 나는 정부 조직의 개조식 글쓰기에도 황당하게도 틀린 지침이 깊숙이 뿌리내렸음을 확인했다. 황당하게도 틀린 지침이란 ‘접속사가 없는 글이 완성도가 높으니, 가능하면 접속사 없이 글을 쓰라’이다.
기자는 관심과 노력에 따라 완성도 높은 글을 작성하는 훈련을 하는 직업이다. 촉각을 세운 기자는 글쓰기의 주요 지침을 두루 접하게 된다. 나도 ‘글이란 어때야 한다’는 가르침을 많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가능하면 문단과 문단의 관계가 접속사가 없이도 설정되도록 쓰라’였다.

나는 이 지침을 가끔 떠올렸지만 동의하지 않았다. 당연히, 따르지도 않았다. 불필요한 접속사를 지우고, 부적절한 접속사는 대체했으나.
십수 년이 지나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면서 글을 본격 연구하고 글쓰기 책을 두루 참고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글쓰기에 대해 조언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저 틀린 지침을 역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심지어 정부 부처에서도 저 틀린 지침이 면면히 전수되어왔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그런 황당한 상황을 확인해줬다.
다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돌아온다. 나는 이준웅 교수의 비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접속사가 없어 답답한 자료다.

접속사 없어 답답한 자리
‘일반’은 ‘개별’을 통해 구체적으로 전달된다. 이 교수가 답답해했을 대목을 찾아봤다. 5쪽과 6쪽에 걸쳐 있는 다음 여러 문단이다. 찬찬히 읽으면서 어디에 어떤 접속사를 넣으면 좋을지 생각해보자.

3.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특징
□국정운영 패러다임 전환

○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자 새롭게 집권한 민주정부로서 국민주권시대에 맞도록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 국정운영 패러다임을 전환
국정운영의 최상위 계획으로서 향후 문재인정부의 세부 정책 수립, 정책집행, 정책평가 및 환류의 기준을 마련

□새로운 국가정책의 기본방향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 제시
○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추어 각 부문별 국가정책의 기본방향을 설계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 정책을 제시
○ 국가비전과 국정목표, 각 부문별 과제, 시기별·연도별 달성 목표, 재원, 입법계획, 주관부처 등 추진주체까지 명시하여 체계성·실행성을 조화
○ 추상적인 개념과 목표, 중범위의 국정과제만을 제시했던 이전 정부들의 국정운영 계획에 비해 구체성과 실행성을 강화

□최초의 국민참여형 국정운영 계획
○ 국민인수위에 접수된 국민들의 정책 아이디어를 체계화하여 국정과제에 반영함으로써 정부 주도의 국정계획 수립 관행에서 탈피
- 정부와 국민의 협력 거버넌스에 의한 국민참여형 국정계획 수립 시도
○ 청와대를 포함한 범정부부처, 여당,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 등 국가의 모든 정책역량을 집중

□정부와 집권당에 국민을 향한
약속과 책임 부여

○ 국민참여 속에 당·정·청이 협력하여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년 그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에 국민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책임을 부여
원문은 네 문단 중 다음 두 문단을 관계를 설정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원문]
□최초의 국민참여형 국정운영 계획

(중략)
□정부와 집권당에 국민을 향한
약속과 책임 부여

(중략)

[대안]
□최초의 국민참여형 국정운영 계획

(중략)
□따라서 정부와 집권당에 국민을 향한
약속과 책임 부여

○ 국민참여 속에 당·정·청이 협력하여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하여,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년 그 성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에 국민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할 책임을 부여

두루 높은 평가를 받는 필자의 글이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을 살펴보자. 문단의 첫머리를 건너뛰면서 찾아보자. 접속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해당 접속사가 없으면 어땠을지 상상하면서 읽어보자.

능수능란 박찬일의 접속사들
박찬일은 셰프이자 산문 작가다. 그는 문인으로부터도 인정받는 글쟁이다. 내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가 있다. 그가 소설가로부터 자신의 산문집에 추천사를 써달라고 부탁받았다는 사실이다. 박찬일은 글을 누구보다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그가 쓴 〈곱빼기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라는 작고 얇은 책이 있다. 판형은 손바닥만하고, 쪽수는 181이다. 이 책에서 접속사로 시작하는 문단의 첫 문장을 몇 개 전한다.

- 그러나 이제 짜장면은 얼추 망가졌다.
- 그래도, 내 일생을 바친 짜장면을 버릴 수는 없었다.
- 그러나 짜장의 유혹은 무서웠다.
- 그래도 힐끗 주방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 하지만 짜장면은 전분을 넣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 반면 베이징식 ‘정통’은 돼지고기와 춘장을 기름에 볶아 양념하는 게 전부다.
- 반면에 짜장면은 만만한 ‘호구’ 취급을 받는다.

진화론을 장대하고도 문예적으로, 최근 연구까지 소개한 명저 〈핀치의 부리〉는 어떤가. 20장 중 두 장에서만 다음과 같이 접속사가 들어간 문장들이 각각 문단을 이끈다.

- 그러나 그 당시에도(But even then) 가파른 절벽을 수고스럽게 기어오르는 병사, 선원, 죄수, 해적, 고래잡이들은 별로 많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러나 일단 캠프를 설치하고 나면(Once they have pitched camp however) 주변의 갈라파고스 세상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 하지만 그것은 린네가 자신의 분류체계를 바라본 방식이 아니었다. (But that is not how Linne himself saw his system.)
- 그러나 모든 사람이 린네의 이 같은 정통적인 생명관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Not everyone subscribed to this orthodox view of life.)
- 그럼에도 다윈은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Still Darwin did not waste his time ~.)

한편 이준웅 교수의 칼럼에는 독자가 오해할 수도 있는 소지가 있다. 이 교수는 ”개조식이 문장을 명사구로 대체하면서 동시에 많은 것을 갖다버린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서에 등장하는 사례만 보더라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면서 앞의 관계 부재를 비판했다. 이는 개조식 일반에 대한 비판으로 읽힐 수 있다. 개조식은 접속사를 쓰지 않는 형식이 아니다. 개조식도 필요하면 적절한 접속사를 꼭 써야 한다. 접속사를 잘 구사한 개조식 보고서도 많다.

보고서 작성자들이여, 산문 필자들이여, 논문 작성자들이여. 접속사를 꺼리지 말라. 운문이 아니라면 접속사를 써야 한다. 접속사가 없는 글을 읽는 사람은 필자가 의도했으나 감춘 문단과 문단의 관계를 추리해내야 한다. 당신들이 두려워해야 할 접속사는 불필요한 접속사, 부적절한 접속사뿐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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