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정책지연의 청구서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3.05.02 09:03
4월 임시국회에서 선거제도 개선을 논의한 '전원회의'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국회의원 모두가 논의에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는 2003년 '이라크전 파병' 이후 20년 만입니다. 선거제도라는 단일 주제를 놓고 나흘 동안 100명의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의원들의 나열식 발표에 그쳤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진지한 논의 자체가 반갑습니다.

지금의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안고있는 문제점은 적지 않습니다. ‘표의 등가성’과 비례대표의 기능 문제가 대표적입니다. 여야는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치 세력의 진입을 돕는다는 취지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오히려 비례성이 더 나빠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21대 총선 후 3년이 흘렀지만 이제서야 논의가 본격화됐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선거제도 뿐만 아니라 수도권 쏠림과 균형발전, 대학구조조정, 의대정원 확대 문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해묵은 과제입니다.

극에 달한 수도권 쏠림 현상은 '균형 발전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도 한몫 했습니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노무현 정부가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유야무야 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균형발전 정책은 속도를 내지 못했습니다. 민간의 동참을 이끌어내야 어려운 과제이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과감하게 펼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연간 출생인구가 100만명에서 24만명까지 떨어진 지난 50년 동안 대학 수와 대학 정원은 거의 줄지 않았습니다. 대학 구조조정은 학령인구 감소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였지만 정책 담당자들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 반발로 의대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습니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7월 10년간 의대정원을 4000명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었습니다. 그러나 전공의 파업과 의대생 국가고시 거부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굴복해 추진을 보류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정원 문제를 “코로나19 안정 이후 논의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유행 규모가 줄고 있고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 상황에 진입한 만큼 의료계도 더이상 논의를 미룰 명분이 사라졌습니다.

제도와 정책이 개선의 적기를 놓치면 고스란히 미래세대의 청구서로 되돌아 옵니다.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더는 결단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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