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무능·회피·정쟁'···재난 대응 합심할때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3.08.01 09:20
7월 한달은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습니다. 이미 아열대화 된 한반도의 여름이 역대급 폭염·폭우 등에 노출된 지 오래지만, 재난에 대비하고 대처하는 행정 및 정책 당국자들의 자세는 여전히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무능과 회피, 정쟁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7월 15일 내린 폭우로 침수됐던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14명의 사망자를 낸 이 참사는 강수량 자체가 많았기 때문지만 당국의 별다른 조치가 없었기에 피해를 키웠습니다. 지하차도 침수 몇 시간 전부터 홍수가 발령되고 주변 통제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책임자 처벌을 놓고도 잡음이 일고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이 "감찰 결과 112 신고 처리 과정에서 중대한 과오가 발견됐다"며 경찰관 6명을 수사의뢰하자, 일선 경찰은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을 가장 먼저 겨냥한 의도가 무엇이냐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수해복구 현장에서 구명조끼도 입지않은 입대 4개월 차 병사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을 두고서는 군의 무리한 수해복구 작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칩니다. 실종자 시신을 찾으려 부대원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물로 들어갔는데 구명조끼조차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손쉽게 인력을 동원하는 데 급급해 장병들의 안전은 뒷전이었습니다.

참사 이후 각 기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정치권 일각에서 재난을 정쟁화 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한 행동과 말은 우리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재난 살인"이라는 말로 빈축을 샀습니다.

피해자 집중되는 주말에 골프를 친 홍준표 대구시장은 "주말에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느냐"며 설화를 자초했다가 뒤늦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재난 피해에 대한 정책적 고민 보다는 피해의 고통마저 정쟁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습니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뒤로하고 빠른 수해 복구와 수재민 위로에 합심하기를 기대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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