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에게 물었다…"정책지원관, 2인당 1명 배정 방식 개선돼야"

[심층리포트]지방의회 싱크탱크 정책지원관 "전문성 보완 숙제 · 기초의회는 인력난"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홍세미 신재은 기자 입력 : 2023.09.01 09:27
편집자주지난해 7월 민선 8기 지방의회 출범과 함께 시작된 ‘지방의회 정책지원관 제도’가 시행 1년을 넘기고 있다. 정책지원관은 2022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신설된 직제다. 지방의원 정수(3865명)의 50% 범위 안에서 채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각 지방의회는 조례에 따라 정책지원관을 선발, 운용하고 있다. 정책지원관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전문인력이다. 제도 신설 당시 지역의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싱크탱크 역할을 기대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배치, 채용방식 등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머니투데이 <더리더>는 전국 17곳 광역의회에서 입법활동이 우수한 의원 1명씩을 선정(여야 구분 없음), 정책지원관제도 전반에 대한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익명 요구에 따라 의원들의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

◇정책지원관 제도, ‘인력 지원’ 취지로 도입
정책지원관은 보좌관·비서관의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처럼 지방의원에도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서 시작됐다. 과거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의 민원사항 청취, 조례 개발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 발언내용 정리,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 등을 의원이 직접 처리했다. 일부 지방의회가 유급보좌관제 도입을 위한 조례를 추진했지만 대법원이 무효판결을 내렸다.

이후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의정지원은 입법전문인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광역시도의회는 상임위원회에 입법조사관을 채용하거나 시간선택제임기제공무원 형태로 의정지원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책지원 인력에 대한 지방의회의 요구가 늘어나자 현재의 정책지원관 제도가 탄생했다. 전라남도의회의 한 의원은 “지방의원의 경우 대민지원이나 현장 의견 청취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정책적인 자료 수집 등이 부족했는데 정책지원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지원관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한다. 광역의회는 6급 이하, 기초의회는 7급 이하 공무원을 선발한다. 이에 기초의회에서는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지난 3월 29일 경기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는 ‘제164차 정례회의’에서 ‘기초의회 정책지원 전문인력 직급 상향 촉구 결의(안) 채택의 건’을 가결하기도 했다.

◇“시행착오 단계, 제도 정비 덜 됐다”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전국 17곳 광역의회에서 입법활동이 우수한 의원 1명씩을 선정(여야 구분 없음),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의원 대부분 “의정활동에 도움이 된다”며 정책지원관 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지방의회 의원 17명 중 16명이 정책지원관에 대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전남도의회의 한 의원은 “통상 다른 시도의회의 사례 조사와 상위법 조사, 5분 발언 준비, 시정질문 등을 요청한다”며 “과거에는 자료조사를 직접 해 시간이 부족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의회 한 의원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다”며 “혼자 의정활동을 할 때는 의견을 교류할 사람이 없었는데 정책지원관이 도입된 이후에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라는 견해도 많았다. 17명의 의원 중 16명은 ‘정책지원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의원들은 특히 정책지원관의 체계적 관리가 법에 명확하게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책지원관의 소속 및 배치는 의회마다 다르다. 의회 사무처 소속으로 배치돼 있는가 하면 개별 상임위원회 소속으로 둔 곳도 있다. 사무처와 위원회 구분 없이 두 곳 모두 배치돼 일하는 의회도 있다.

경기도의회의 한 의원은 “법을 만들 때 정책지원관을 어떻게 다룰 건지를 명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지방의회마다 소속된 부서도, 뽑는 방식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지원관이 무작위로 배정되는데 의원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아도 별다른 방법이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지원관을 상임위 소속으로 두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인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정책지원관은 법률상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것인데 상임위원회 소속으로 있으면 사실상 행정부 소속이 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임위에 정책지원관을 둔 경우 불필요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전시의회의 한 의원은 “이른바 인기 상임위에 배치되기 위해 정책지원관 간에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구조는 건강한 지원관제도에 방해요소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 지방자치법 정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인당 1명 배정 방식’부터 개선돼야”

현재 정책지원관의 수는 지방의원 정수의 절반까지로 정해져 있다. 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원 16명은 ‘2인당 1명으로 배정되는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꼽았다. 대구시의회의 한 의원은 “의원 2명이 동시에 업무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책지원관들도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회의 한 의원은 “의원이 어떤 일을 요청하는지에 따라 정책지원관의 업무 강도가 달라진다”며 “같이 배정된 의원이 일을 어느 정도 요청하는지 알 수 없다. 정책지원관이 부담을 느낄 것 같아 일을 많이 요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역시·도 의회와 기초단위의 의회가 동일하게 의원 2인당 1명 채용하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광주광역시의회 한 의원은 “우리 시 같은 경우는 한 해 예산이 7조원이 넘는다”며 “수조원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광역시도 의원과 그보다 예산이 적은 기초단위 의원이 동일하게 2명당 1명 추가 배정되는 건 문제”라고 했다.

특정 정책지원관에게 업무가 과중되기도 한다. 울산시의회의 의원은 “맡고 있는 상임위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 질의할 때는 해당 상임위 정책지원관에게 업무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정책지원관 자신이 배정받은 의원 업무와 상임위 요청 업무를 함께할 경우 해당 정책지원관은 사실상 2~3명의 의원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정책지원관제도가 국회의원 보좌관 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정책지원관이 갖는 정치적 중립의무로 인해 사실상 의정활동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의회의 한 의원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도 교섭단체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는데도 정책지원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요청하는 일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의원 17명 중 7명은 정책지원관 채용을 의원이 직접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의 채용 방식으로는 의원들이 원하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인지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한 의원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책지원관을 뽑았는지 모르는 게 문제”라고 했고, 대구시의회의 한 의원은 “정책지원관에 대한 의원의 의견을 수렴, 이를 채용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한 의원은 “사실 필요한 건 정책지원관 제도보다 의원 보좌관 제도”라면서 “보좌관 없이 의정활동을 하는 게 역부족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지원관이 국회 보좌관처럼 운영되면 문제점이 있을 것이란 의원도 있다. 17명의 의원 중 8명은 지금처럼 의회가 뽑아야 한다고 답했다. 강원도의회의 한 의원은 “의원이 정책지원관을 직접 뽑으면 자칫 ‘자기 사람심기’로 변질될 수 있다”며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으로 이제 막 정책지원관이 도입돼 의회 위상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는데, 또 개정을 하는 것은 섣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도의회의 한 의원은 “정책지원관은 비서나 보좌관이 아니라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활동을 돕는 ‘공무원’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역시도는 경쟁률 치열한데…기초의회는 ‘인력난’ 심각

지방 기초의회의 경우 정책지원관 인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대전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5명의 정책지원관 선발에 52명이 몰려 10.4: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세종시의회 정책지원관 채용에는 4명 선발에 46명이 지원해 11.5: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6명 모집에는 47명이 지원해 7.8:1의 경쟁률이었다. 서울시의회(정원 58명)는 지난해 27명을 선발하는데 194명이 지원해 약 7: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는 28명 선발에 171명이 지원, 지난 7월 3명의 정책지원관 선발에는 69명이 지원하기도 했다.

비교적 지원자가 많은 광역의회에 비해 기초의회는 인력난에 허덕인다. 기존 인력의 이탈과 신규 채용 지원율 저조 등이 이유다. 지난 3월 대전 중구의회에서는 지난해 선발한 정책지원관 3명 중 2명이 광역의회로 이직하는 경우가 있었다. 경북 김천시의회 역시 지난해 선발한 정책지원관 4명 중 3명이 면직해 추가 채용을 진행했다. 경남 고성군의회는 3명의 정책지원관을 선발하고자 했지만 적합자를 찾을 수 없어 1명만 선발했다. 하지만 해당 정책지원관도 채용을 포기해 다시 정책지원관 공고를 올려야 하는 실정이다. 고성군의회 관계자는 “지역적으로 5개 시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고성군에는 인적자원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군의회보다는 광역의회를 선호하는 경향도 있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령군의회와 하동군의회에서도 적임자가 없어 정책지원관을 뽑지 못했다. 충남 옥천군의회는 정책지원관 선발에 어려움을 겪어 정책지원관의 임기를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전문성·배정방식 개선이 숙제
지방의회 의원들은 입법 전문성과 상임위 전문성을 갖춘 정책지원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울산시의회의 한 의원은 “의원들도 모두 입법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방향성과 전문성을 보완할 전문가 채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아무래도 조례 입법 활동이 의원의 주된 활동이다 보니 이 부분에 전문성을 갖춘 정책지원관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관련 경력이 있는 정책지원관을 원했다. 현재 정책지원관의 응시자격 요건은 지방공무원법을 따른다. 광역의회는 ‘학사학위 취득 후 1년 이상 관련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 광역의회는 ‘학사학위 취득 후 3년 이상 관련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관련분야는 국회, 지방의회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출자·출연기관, 법인, 연구소 등 다양하다.

전북도의회의 한 의원은 “정책지원관도 의원의 관심사나 조례 등을 파악해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정무적 감각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며 “관련 경력이 없는 경우 이 점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울산시의회의 한 의원은 “과거에 4급 공무원으로 변호사를 채용해 상임위 활동 등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해당 상임위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정책지원관이 많아진다면 의정활동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의 한 의원은 “과거보다 지방의회 의원의 수준이 올라갔다”며 “정책지원관도 그에 맞게 깊이 있는 제언을 해야 한다. 전문분야에 맞는 역량을 가진 분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교수는 지방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의원 1인당 1명의 보좌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정책지원관 제도가 효과적으로 집행부를 견제하는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의원 개인 보좌인력을 갖춰야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며 “지금같이 상임위로 배정되는 방식으로는 의원이 집행부를 견제하는 일을 맡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행부를 제대로 견제할 제도부터 갖추고 지방의회 의원의 역량을 평가해 보좌관제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라며 “효과적으로 정책지원관 제도가 운용되려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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