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정치·전략적 가치와 의미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차동길 교수 입력 : 2018.03.02 08:56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한미동맹의 현시전략(exposure strategy)
한미동맹은 한국의 생존이익이자 한반도 정치구조의 핵(core)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촉발된 한반도 전쟁 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듯하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한 돌발적이고 적극적인 대남 개선 의지와 김여정(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당 제1부부장)을 포함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백악관 선임고문 이방카 트럼프(Ivanka Trump),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등 주변국 정상급 지도자들의 방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반도 정치외교의 장으로 변화시켰다. 더욱이 김여정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친서 전달과 문재인 대통령 평양 초청 등은 향후 한반도 정치구조의 틀을 바꾸어보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엿보인다. 그리고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올림픽 이후로 예정된 키리졸브/폴 이글(KE/FE)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따라서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을 정치·전략적 관점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겠다. 

먼저 정치적 관점이다.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단순히 북한의 전쟁 도발 억제를 넘어선 한미동맹의 현시전략(exposure strategy)이고, 한미동맹은 미·중·일·러 열강에 포위된 한반도 정치구조에서 핵심 역량으로서 북중동맹과 대척점에 있다. 19세기 말 조선이 열강들의 침략에 직면했을 때 청(淸)나라 외교관 황준헌은「조선책략(朝鮮策略)」에서 조선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청나라와 친하고(親淸), 일본과 결탁하며(結日), 미국과 연합하여(聯美), 러시아를 견제하는(防俄)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즉 청나라와는 다툼 없이 친하게 지내고, 일본과는 마음으로 의지하며, 미국과는 합하여 하나의 조직체를 만들어서,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황준헌의 말대로라면 조선은 생존전략이 부재하여 남북으로 분단됐고, 앞으로 남북이 통일된다 해도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열강의 영향권 내에서 생존을 위해서는 강대국과의 동맹관계 및 우호협력관계 유지가 국가 생존이익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강 중 어느 나라와 동맹관계를 유지함이 유익할까. 동맹이론에 따르면 동맹관계는 가능한 한 먼 곳에 위치하면서, 상호 국가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존재하고, 동맹공약을 이행할 수 있는 의지와 충분한 군사력을 보유한 나라와 맺는 것이 유익하다고 했다. 이러한 점에서 국가이익을 고려한 21세기 동맹파트너로서 미국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하다. 미국이 동맹파트너로서 유익한 데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필수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①한국과 인접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나라라는 점이다. 인접한 나라는 언젠가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세계 외교사에서 허다하게 볼 수 있는 사실이고, 한국의 역사에서도 이미 경험한 사실이다. ②미국은 한반도에서 한국과의 동맹공약을 성실히 이행할 만한 충분한 국가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즉 북한의 전쟁 도발을 억제하고, 지역 패권국가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도전을 봉쇄하며,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전보장과 대량파괴무기 확산 방지, 자유무역에 기초한 시장경제체제 확산 등의 국가이익을 위해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③미국은 동맹공약을 이행할 의지뿐만 아니라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강력한 군사투사력(power projection capability)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한미가 공유하고 있는 동맹의 가치와 양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공약의 힘(power)을 현시하는 것으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겠다.

다음으로 전략적 관점에서 보겠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남 개선 의지 표명과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은 문재인 정부의 ‘대화로써 비핵화 전략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즉 전쟁만은 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조급함을 이용하여 한미동맹의 균열과 남남갈등을 꾀하고, 유엔 주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력화하며, 남한 국민의 대북 경계심을 이완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 결과 보고를 받은 후 대남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지시하였다는 보도를 볼 때,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개한 통남봉미(通南封美) 전략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향후 다양한 방법과 방향으로의 대남 접근을 더욱 확산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올림픽 이후로 예정된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또 다른 논쟁거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의 여건 조성을 위해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의 취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향후 한미동맹 구조 속에서 고도화된 전략적 대안이 요구된다.

첫째,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는 조급함으로 주도권을 상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밝혔듯이 북한의 대남 개선을 위한 전략은 분명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전략의 성공적인 면이 있다. 그렇다면 조급한 것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 따라서 한미연합연습 및 훈련은 북한으로 하여금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 대화에 나와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가 될 수 있고, 북한의 조급함을 이용할 수 있는 지혜라는 점에서 반드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과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전략적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 즉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미 전략대화를 통해 최종 상태에 이르기까지 로드맵을 구체화하고, 전략적 접근법에 대해 공유한 후, 미국의 지원 아래 한국이 주도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즉 대북제재, 억제력 및 방위력, 대북 협상 방안, 군사옵션의 범위와 위험성 그리고 시행조건, 북한 비핵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법, 평화협정 논의 개시 조건과 내용, 비핵화 유도 실패 시 대응방안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전략적 접근법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이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은 양국이 공유하지 않은 언동이나, 대북 비밀 접촉 등 상호 신뢰를 깨는 일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셋째, 중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사회개방을 위한 문화적 유입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잉글하트(Inglehart)는 그의 저서「민주주의는 어떻게 오는가?」에서 문화적 유입은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에 민주주의를 출현시킨다고 했다. 북한의 예술단과 응원단 방남 활동은 북한의 정치적 효과 이상으로 개방적 문화와 외부 정보 유입의 부담을 갖게 하였고, 북한을 변화의 길로 유인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금강산에서의 남북 예술단 공연 계획이 갑자기 취소된 것은 남한의 K-POP 한류열풍의 유입을 차단할 목적이 아닌지도 모른다.

차동길 교수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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