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23年前 사형 선고 받고 '왜' 풀려났나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인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88)이 23년만에 법정에 선다.

전두환은 11일 오전 8시33분쯤 검은색 양복에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을 나섰다. 전씨의 공판은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그가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만이다. 전씨는 1996년 8월26일 1심 재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 받았었다. 혐의는 모두 13개로, 12·12 군사반란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4개월 뒤 열린 2심 재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았다. 이어 1997년 4월 대법원 판결서 무기징역 및 추징금 2205억원으로 확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는 수감 2년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1997년 12월22일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것. 당시 김영삼 정부가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단행했다. 국민 여론도 74%가 조건 없는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23년 만에 다시 법정으로 향한 전 전대통령은 특별한 발언 없이 부인 이순자씨(80)와 함께 검은색 차량에 탑승했다. 1995년 내란혐의 수사 당시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낸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 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사망자 유가족들은 회고록 발간 즉시 고인인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전 전 씨를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수사 끝에 전 씨를 불구속기소했다.

그동안 전 씨는 알츠하이머와 독감 등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 이에 광주지법은 11일 공판기일을 못 박는 동시에 전 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고, 전 씨는 법원에 출석의사를 전달했다. 그에 대한 구인장은 광주지법에 도착하는 대로 집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