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정치 인생 마치는 문희상, "가장 기쁜 순간 DJ당선·슬픈 순간 盧서거"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 입력 : 2020.05.21 17:42
▲퇴임 소회 밝히는 문희상 국회의장/사진=뉴시스
20대 국회 후반기를 이끈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퇴임식을 가졌다. 1988년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한 문 의장은 33년 정치 사(史)에서 '가장 기쁜 순간'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당선일을, 반대로 가장 슬픈 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일을 꼽았다.

문 의장은 "1979년 동교동 지하서재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 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있다"며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그 말씀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 모든 것을 걸고 이뤄야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졌다. 그리고 1997년 12월19일 김대중 대통령님이 당선됐다"며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현실이 됐고 이로써 저의 목표는 모두 다 이뤄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문 의장은 DJ당선 이후의 정치 인생을 '덤'이었다고 표현하면서도 "그런데 돌아보니 덤치고는 너무 후한 정치인생을 걸어왔다"고 언급했다.

문 의장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당시 문 대통령이 전화를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그 말 한 마디에 어떻게 할지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고 했다.

이어 "이루 말할 수 없는 회한과 자책이, 결국 우리가 지키지 못한것 아닌가 하는 애환이 지금도 내 가슴에 서려있다. 가장 슬프고 가슴 쓰린 날"이라고 회고했다.

문 의장은 21대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21대 국회가 과감히 통합의 관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중에는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상당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모든 집권자들이 초장에 대개 적폐청산을 갖고 시작한다"며 "그런데 시종일관 적폐청산만 주장하면 정치보복의 연장이라는 세력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면 개혁 자체의 동력이 상실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문 의장은 "그것(사면)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 판단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그런데 그분(문 대통령)의 성격을 미뤄 짐작컨대 아마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 의장은 여야정협의체에 대해 "왜 못만들겠나. 이럴 때일수록 더 만들어야 한다"며 "밀어붙일 생각하지 않고 합의를 도출하려는 생각을 하면 이럴 때보다 통합의 적기는 없다"고 언급했다. 

문 의장은 '책임 총리제'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으려면 내각제 뿐인데 국민이 권력을 전부 국회가 가져간다고 불신해서 불가능하다"며 "그래서 국무총리의 권한을 보완하면서 책임총리로 가자는 게 내 주장이다. 총리를 국회에서 2명을 뽑아 대통령이 1명 고르게 하고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임건의건와 임명제청권을 헌법에 있는 그대로 시행하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지난 총선에서 아들 문석균씨의 의정부 출마가 '지역구 세습'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어떻게든 아들을 출세시키려고 내 위치를 이용한다는 말을 들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쓰라림을 느꼈다"며 "우리 아들은 어느 순간 애비 덕이나 보려는 사람이 됐다. 그러면 그 당은 애비를 생각해 아들 공천을 주는 당이냐. 공당이 스스로를 모멸하는 것인데 동지인 사람들도 그 논리에 함몰되더라"고 언급했다.

문 의장은 1945년 경기 의정부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6·3학생운동 등의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에서 탈락되기도 했다. 1988년 평화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정계에 몸담은 문 의장은 15대 총선서 낙선한 것을 제외하고 20대 국회까지 6선을 달성했다. 2005년 열리우리당 의장, 2008년 18대 전반기 국회에서 부의장직을 지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 참패한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았다. 20대 국회 후반기 의장 경선에 재도전해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다.
semi4094@mt.co.kr

많이 본 기사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