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 ‘상’ 중급 플레이어의 시험대 골프클럽 안성Q

[임윤희의 골프Pick]도전의식 자극하는 '정복해보고 싶은 구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20.12.03 15:49
편집자주골프 열정 넘치는 초보 플레이어의 골프장 탐방기다. 언젠가는 ‘싱글’이 되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독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관련 소식을 전하겠다는 직업의식이 만났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주말 골퍼들의 ‘애독코너’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편집자>

▲난이도 ‘상’ 중급 플레이어의 시험대 골프클럽 안성Q/사진=임윤희 기자
"보기플레이만 하자”
수많은 주말골퍼들의 가장 현실적인 목표이자 넘어야 할 첫 관문이 보기플레이다. 이 단계를 넘어서야 절대 고수(싱글)로 갈 수 있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도 이 정도밖에 못 하나”라는 자괴감을 수십 번 느끼고 난 뒤에야 보기플레이어 근처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80% 이상은 ‘100돌이’에 안주하거나 골프를 포기한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보기플레이어라면 어느 정도 실력자로 구분된다. 이쯤 되면 쉬운 골프장보단 도전적인 코스에서 100돌이들과 격차를 벌이고 자신의 실력을 뽐낼 구장을 찾게 된다.

12월에는 보기플레이어의 도전욕구를 자극할 만한 골프장을 찾아봤다.
안성에 위치한 골프클럽안성Q는 초보자들은 넘보지 못할 코스난이도 4 (★★★★☆)와 그린난이도 4.5(★★★★☆)의 골프장이다. 이곳에서 보기플레이에 성공한다면 ‘골프 좀 치는구나’라는 말을 듣는다. 평균 10타는 더 나오는 구장으로 알려져 있어 자존심은 챙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성Q는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18홀 골프장이다. 2010년 회원제로 문을 열었지만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면서 자금난을 겪었다. 이후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됐고 이 과정에서 아이젠인베스트먼트-라이노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안성Q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골프 전설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가 설계했다. 도전적이고 전략적인 홀이 많다. 그린의 경우 평지보다 15~45도 높다. 비기너 골퍼보다는 90대 초반부터 80대 중반 정도의 스코어를 가진 골퍼들이 도전하기 좋은 코스다.
고급화 전략과 탁월한 잔디관리로 안성Q만의 차별성을 만들어냈다. ‘정복해보고 싶은 구장’으로 중급 골퍼들을 자극한다.

‘야디지북’이 필요해…난이도 ‘상’
안성Q는 밸리코스 9개 홀과 팜파스 코스 9개 홀로 나뉜다. 둘 다 어려운 코스지만 밸리코스가 더 어렵다. 두 홀 모두 지형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해 환경 친화적이며 주변 경관이 빼어나다. 쉽게 정복하기 어려운 코스들로 구성돼 라운딩 내내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안정적인 플레이를 위해선 전략적인 코스공략이 필요하다.

골프장이 해발 300미터에 위치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산악지형 골프장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 18홀 주변을 산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어 탁 트인 뷰가 인상적이다.

페어웨이는 빽빽한 조선잔디로 12월에는 이미 누렇게 변해 있었다. 전반적으로 전장이 길고 언듈레이션(마운드의 고도차)이 심하다. 그린 주변도 언듈레이션이 있어 어프로치도 만만치 않다. 그린 역시 난이도가 높다.
▲골프클럽 안성Q 코스는 팜파스 9개 코스와 밸리 9개 코스로 나뉜다.
다양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코스가 많다. 밸리코스 3번홀은 장타라면 ‘원온’에 도전하고 싶은 홀이다. 화이트 티에서 250미터 이상 티샷을 한다면 해저드를 피해 ‘온그린’이 가능하다. 이날 라운딩에서 4명의 플레이어 중 1명이 멀리건(벌타 없이 주어지는 세컨드샷)을 약속받고 원온에 성공하기도 해 재미를 더했다.

홀 중에는 스키장에서나 볼 수 있는 모굴(울퉁불퉁한 급경사면)이 있는 곳도 있다. 도그레그홀(휘어진 홀)을 최단거리로 질러 티샷을 했더니 모굴이 페어웨이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미리 코스를 점검하고 가야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

Today’s 스코어 93
평균적으로 보기플레이를 한다는 주말골퍼 네 명이 안성Q에서 시즌 오프게임을 위해 접선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전이라 날씨는 플레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미 지난여름 같은 구장에서 거의 100돌이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재도전이었다.

샷감이 날마다 달라서 스코어 변동이 있을 수 있지만 난이도가 높은 구장은 코스 이해도가 스코어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프로선수들이 코스를 여러 번 돌고서도 야디지북(yardage book, 골프장에서 핀과의 거리와 해저드 위치 등이 정확히 나와 있는 책)을 정독하며 라운딩에 임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본적으로 초심자로 분류되는 100돌이는 골프장의 생김에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자신의 샷을 완성하는 데 100%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주변 풍경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같은 구장이라도 새로운 곳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난이도 ‘상’ 중급 플레이어의 시험대 골프클럽 안성Q/사진=임윤희 기자
보기플레이어라면 사정이 다르다. 홀마다 나름대로 전략을 세우기 때문에 머릿속에 구장의 모습이 각인된다. 그렇기에 두 번째 플레이는 달라진다. 결과적으로 이날 4명의 플레이어 모두 스코어를 줄였다. 큰 격차는 아니지만 평균 3타에서 10타까지 줄였다.

스코어가 비슷한 골퍼들이 접전을 벌이게 되면 긴장감이 높아지고 규정은 까다로워진다. 일파만파(한 사람이 파 플레이를 하면 동반자 모두가 파로 인정한다)는 쉽게 볼 수 없다. 컨시드나 멀리건도 눈치가 보인다. 빡빡한 룰 속에서 90개 이하로 스코어를 줄이려면 정확성이 필요하다.

아이언의 정교함과 그린까지 읽어낸 어프로치의 정확성 그리고 퍼터의 싸움이다. 이날 플레이에서는 그린 주변의 언듈레이션으로 어프로치가 정확하지 못했다. 장타자들과 경쟁에선 늘 힘이 들어가 페어웨이우드나 유틸리티의 방향성도 좋지 않다.

스코어는 93타. 지난달 난이도가 높지 않은 세라지오CC에서도 93타를 기록했는데 또 한번 동타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라운딩 핸디인 90타보다 3타가 더 많다. 핑계 같지만 기사를 쓰기 위해 라운딩을 나가면 사진촬영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집중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누런 잔디를 보고 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뽀송뽀송 올라온 푸른 잔디를 밟으며 티샷을 날리는 쾌감을 좋아한다. 잔디는 누렇게 변했지만 골프를 향한 열정은 여전히 푸르르다. 한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골프픽 코너는 계속된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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