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H의 구조혁신 방향, 공공성 높이고 핵심역량 부합하는 일 우선돼야

윤리 기강확립 별도로 주거취약계층 지원 등 주거복지사업 지속 필요

남상오 (사)주거복지연대 이사장 입력 : 2021.03.29 18:20
▲ 남상오 (사)주거복지연대 이사장
1990년 봄 폭등하는 전·월세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20여명의 세입자들이 줄줄이 목숨을 끊었던 비극이 발생했었다. 그 사건 이후 온 국민이 함께 발 딛고 살아야 할 토지와 ‘주택’에 대한 올바른 개념의 정립이 필요했다. 그래야만 무주택 서민과 삶의 보금자리로부터 쫓겨난 철거민, 비인간적인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에게 주거안정을 통한 인간해방의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했다.

주거 빈곤극복과 부동산투기근절, 주거환경개선과 공공임대확대, 주거공동체 및 사회정의실현을 외쳐 온 것이 주거권운동30년 사 이다. 그러는 사이 최저 주거기준과 주거기본법이 법제화되었고, 정부 내에서 주거복지정책과가 만들어지면서 주거복지센터와 같은 주거복지전달체계의 틀이 갖춰졌다. 하지만 망국적인 땅 투기의 부패사슬을 끊어내는 데에는 실패했다. 지금의 LH사태가 웅변한다.

​​​참여연대 등의 사전투기의혹 발표 및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 이후 정부여당이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 사건은 LH를 넘어 국회와 공직사회까지 확대되고 있다. 공공택지개발과 주택공급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이 개발 예정지 땅을 미리 사두고 개발이익을 노렸다는 사실에 분노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한편, LH에 엄청난 분노가 쏟아지는 것은 LH 직원들의 태도에서 나와 서민의 삶을 돌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민의 공기업’으로 거듭나 국민 편에 서서 국민과 함께하라고 주공과 토공을 통합해 줬는데 실은 공복임을 망각하고 특권과 반칙을 행사하며 국민 위에 군림한다는 것에 분노하는 것이다.

가령 주거복지중앙공기업으로서 누군가 노숙 위기에 놓였을 때 낮은 자세로 손을 내밀어 한 대 잠으로 부터의 위험이 없도록 해줘야 한다. 또한 주거불안에 내몰린 무주택 서민의 보금자리 역할에 충실하면서 국민 누구나 집에 대한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전화하고 사랑방과 같은 기관으로 거듭났다면 국민들이 이렇게까지 대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LH사태는 두 가지 문제를 남기고 있다. 하나는 투기대책과 문제의 출발이 된 LH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이다. 정부는 공직자의 투기를 막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이뤄지고 부동산투기세력을 철저히 수사 및 감사하여 한 점 의혹이 없도록해야 한다. 또한 공직자가 업무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사적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처벌하는 공공주택특별법 개정과 이해충돌방지법 등 투기방지를 위한 5대 관련법의 조속한 입법이 시행돼야 한다.

LH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윤리기강확립과 별도로 투기엄벌과 강력한 근절대책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 그리고 총리의 말처럼 국민의 신뢰를 많이 잃은 만큼 조직이 환골탈태하여 국민의 공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다. LH의 강력한 구조혁신의 방향은 공공성이 높고 핵심역량에 부합하는 일에 가장 우선하는 것이다.

LH공사의 설립목적이 ‘택지와 공공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통한 주거생활의 질 제고’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역량은 국민 주거안정,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공급 및 관리 등 주거복지사업의 수행에 있다. 그 외 공공성이 약하거나 설령 있을지라도 공사의 본질적인 업무와 무관한 것은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주거취약계층 지원은 차질없이 지속적으로 이행돼야 한다. 부동산투기사건과 무관한 취약계층의 주거지원 등과 같은 국민에 대한 주거복지사업은 흔들리거나 중단, 지연되어선 결코 안 될 일이다. 우리사회는 아직도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이 100만 가구 이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적인 프로젝트에 과도하게 국가공사의 참여를 강제했던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즉 정치적 사업을 지양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정책의 일방적 집행기관의 면모에서 탈피해 자율성과 전문성을 인정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급만능주의를 지양하는 것이다. 공급만능은 LH공사의 조직과 역량의 확대 관성에 기인한 것으로 도시화와 산업화가 완성되어가고 인구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 맞게 조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슬림화하는 것이다.

개발만능의 기조는 LH공사 조직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주택 및 도시발전에 제약을 주게 된다(내년 대선 주택청 또는 주거복지청 신설에 대한 공약설의 뿌리는 여기에 있다).
pyoungb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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