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위선에 대한 심판' 4·7 재보선의 경고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1.05.03 14:11

서울·부산시장을 뽑는 4·7 재보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참패로 끝났습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180석의 압승을 거두며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은 그동안 추진했던 각종 개혁과제와 정책 방향에 대해 근본적인 반성과 성찰이 불가피해졌습니다. 1년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구도는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민주당 패배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선 다양한 분석과 평가가 나옵니다. 재보선 선거 원인 제공시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당규까지 무리하게 바꾸며 선거에 나선 오만함이 첫 번째 실수입니다. 치솟은 집값과 전세대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세 부담 증가 등이 쌓이며 민주당을 지지하던 중도 성향 지지층이 대거 이탈한 점이 패배의 주된 원인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으로 누적된 민심의 분노가 표출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젊은 유권자들의 '변심'입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20대 남성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70% 넘는 지지를 보낸 것은 지금까지의 정치 관련 통계와 완전히 배치됩니다. 방송 3사 출구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택했고 여성들은 44%가 박영선 후보를, 40.9%가 오 시장을 지지했습니다.

취업문제로 인한 불안감, LH사태로 인한 공정성 문제, 문재인 정부의 페미니즘 친화 정책 등이 누적되면서, 젊은 층 그중에서도 20대 남성은 '위선에 대한 심판'으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고 봅니다. 그들에게는 독재와 권위주의 시절이 없었습니다. 민주세력의 도덕적 정당성을 체화한 기성세대의 주장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집권세력의 개혁에 대한 주장과 결과에 대해 어떠한 가중치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세대이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인정하지 않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젊은 층이 ‘보수가 옳고, 진보가 틀렸다’는 생각으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지 보수화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들을 합니다. 기존의 정치세력이 공허한 '공정'과 '내로남불'을 계속하거나 지역당, 꼰대당의 꼬리표를 떼지 못하면 표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습니다.

연령으로 대변되는 진보와 보수의 공식이 깨졌다는 것은 향후 한국 정치지형의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최초로 정권교체가 일어난 DJ 정부부터 10년 주기교체론을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5년 주기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4·7 재보선 이후 여야 각 정당에서는 너나없이 '쇄신'이 최대 화두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쇄신 없이 물고 뜯는 구태가 반복된다면 퇴출의 속도와 규모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이번 재보선이 정치권에 남긴 가장 큰 경고이자 교훈입니다.
sdw70@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