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방은 누구?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1.05.10 12:54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초패왕 항우를 물리치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에게 참모 삼걸은 장량, 한신, 소하였다. 장량은 전략, 한신은 전투, 소하는 군수물자 전공이었다. 유방은 그중 장량을 가리켜 “장막 안에서 계책을 마련해 천 리 밖의 승리를 결정짓는 나의 자방(吾之子房)”이라며 후한 평가를 내렸다. 이때부터 자신의 참모 중 독보적인 이를 가리켜 ‘나의 자방’이라 불렀는데 조조의 순욱, 주원장의 유기, 세조의 한명회가 대표적이다. <삼국지> 대표 책사 제갈량 역시 장자방이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제왕의 스승’이라 평가한 장자방은 진나라 말기 영웅호걸들이 주로 모여 살던 하비에서 의협심이 강한 협객으로 활약했다. 이 시기 여러 기록을 분석해보면 유방을 만나기 이전의 장자방은 △마음에 맞는 여러 사람을 사귀고 △병법을 깊이 공부하고 △약자를 위해 앞장서고 △언변(설득력)이 뛰어났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씀으로써 인재들이 모여 따르는 리더십과 역량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자방이 아무리 뛰어났던들 ‘유방 아래 자방’이라 <제왕의 스승 장량> 역시 유방과 항우가 자웅을 겨루는 <초한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초한지>에서 보이는 유방과 항우의 결정적 차이는 유방 스스로 자인한 ‘용인술’이다. 이때 술(術)은 기술보다는 재능으로 해석돼야 이치에 맞다. 진시황의 탄압을 피해 저잣거리 무뢰배들의 가랑이 밑을 기었던 한신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항우의 책사 범증이었다. 

그는 항우에게 “한신을 쓰든지 안 쓰려면 (남이 못 쓰도록) 죽여야 한다”고까지 했지만 항우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항우를 떠나 유방 진영에 가담한 한신을 알아본 소하 역시 유방에게 그를 천거했는데 유방은 그를 총사령관 격인 대장군으로 중용했다. 일당백 범증 역시 유방 참모들의 이간질에 걸려든 항우로 인해 그를 떠난다.

중요한 것은 유방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뒤에 장자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신을 무력화해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는 전략도 장자방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직언으로 항우를 맞받은 범증과 달리 유방이 자기 주장을 충분히 펴도록 들어주면서 사례와 논리로 자신의 의견을 유방의 심중에 녹여 넣었다. 장자방은 <논어>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실천가였다. 공자는 이에 덧붙여 “말만 뻔지르르한 사람은 중용하지 않고, 지위 낮다고 그 사람 말 무시하지 않아야 군자(君子 不以言擧人 不以人廢言)”라고도 했다.

정리하자면 장자방은 리더의 말을 끝까지 들으면서 거기에 자신의 의견을 요령껏 잘 얹는 사람이었고, 말보다 실력과 실천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장자방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나의 자방’을 찾는 것은 낫 들고 삽질하는 격이다.
▲<제왕의 스승 장량> / 위리 지음 / 더봄 펴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