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편견의 세상 살아가기 

머니투데이 더리더 서동욱 기자 입력 : 2021.06.01 09:48
"빌 클린턴 52% · 다이애나 왕비 60% · 마이클 조던 65% · 테레사 수녀 79%"

1997년 미국의 한 언론사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천국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마이클 셔머가 쓴 <스켑틱(회의주의>에 있는 내용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질문 응답자의 87%는 자신이 천국에 갈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스스로에게는 관대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그래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귀인편견(attribution bias)은 인간의 오랜 습성으로 불립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 사망한 대학생 손모씨 사건이 많은 이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사망 당일의 행적과 시신 발견 과정에서의 의문점들은 경찰 수사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맞물리며 확대 재생산됩니다. 손씨 사건을 이용하는 유튜버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면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여론의 관심이 증폭되자 이를 이용하고 나선 것인데 의심스러운 정황만으로 실종 당일 같이 술 마신 친구를 살인범으로 단정합니다. 

심지어 무속인이 나와 손씨 사건을 타살로 추정하는 영상까지 등장했습니다. 관련자들의 관상을 언급하며 이런저런 음모론을 이야기합니다. 이 같은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자 '용한 점집 후기'라는 유사 영상들이 우후죽순 쏟아집니다. 

듣고 싶은 내용의 콘텐츠만 소비하며 나 이외의 주장은 틀린 것으로 치부하는 편견의 습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믿음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은 정치적 문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진영논리는 그 근본에 '상대방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편견의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은 여론을 '조국 편'과 '검찰 편'으로 양분했었고 이어진 추미애-운석열 갈등에서도 서로 다른 편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뉴스 생산과 소비의 편향성은 코로나 백신 접종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대부분의 백신에서 나타나는 문제일 수 있는데, 마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으로 인한 것으로만 인식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의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근거 없는 백신 공포 조성이나 접종 기피현상은 접종률 저하로 이어지고 집단 면역 실현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이클 셔머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해독제로 회의주의를 주장합니다. "회의주의는 무조건적 의심이 아니라 합리적인 수준의 의심과 충분한 근거에 대한 신뢰 사이의 열린 마음"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의 추론이나 주장이 오류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며 이성과 감성의 균형 속에서 심리적 왜곡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점점 더 진실과 허위를 구분하기 힘든 세상이 돼가는 듯 합니다. 마음속 안전장치 '회의주의'로 사고를 단련하는 것, 편견의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sdw7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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