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가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

[김동하의 컬처리포트] 70% 줄고, 5000억 묶인 韓영화…민관 합동 2년 만에 부활 시도, 파급효과도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김동하 교수 입력 : 2021.07.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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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모가디슈>, <방법: 재차의>, <씽크홀>, <인질> 등.
올여름 극장가(街)가 2년 만에 일찌감치 달아올랐다. 코로나19 위기로 꽁꽁 숨겨놓았던 대작 한국영화들이 드디어 하나 둘 뚜껑을 열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극장가엔 10명 오던 관객들이 3명도 오지 않았다. 대작 영화들은 두려움에 개봉을 미뤘고, 여전히 극장을 찾는 사람들은 볼만한 영화가 부족한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무려 60여 편의 한국영화가 만들어놓은 채 개봉 시기를 잡지 못했다. 약 50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도 발이 동동 묶인 상태다. <기생충>과 <미나리>로 연출가와 배우까지 아카데미 상을 거머쥔 한국영화의 위상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한국영화계의 부활은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여름 극장가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민관 합동’으로 머리를 맞댄, 사실상 ‘히든 카드’라는 점이다. 생존의 위기를 맞은 투자배급업계의 지원 요청에, 늦은 감은 있지만 영화진흥위원회가 중재자로 나섰고, 상대적 ‘갑’의 위치에 있었던 극장과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통의 해법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극장가의 부활이, 다른 공연업계의 회복으로 번져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막힌 공간’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이동이 거의 없는 극장, 공연업계가 치른 희생은 너무나도 컸다. 한 예로 사상 유례없는 인구가 실내외, 사우나까지 오가며 쉴 새 없이 이동하는 초호황 골프 산업에 비하면 말이다.

200억 <모가디슈>, 100억 <씽크홀>…50% 회수 보장 ‘파격’

여름 성수기를 앞둔 6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는 영화 <모가디슈>와 <씽크홀>의 총제작비 중 50% 회수를 보장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영화 티켓 가격의 50%를 극장이 가져가는데, 영화 총제작비가 50% 회수될 때까지는 극장이 돈을 가져가지 않고 배급사에 모두 주겠다고 한 것. 또 한국IPTV방송협회(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와 홈초이스도 배급사 측에 매출의 80%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대작 유인책’을 내놓았다.

지원작 선정을 위해 협회와 영진위는 5편 정도의 후보작을 받았고, 이들 작품 중 총제작비가 가장 큰 <모가디슈>(약 24억원)와 <씽크홀>(약 150억원)을 지원 영화로 선정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재로 이뤄진 이번 조치는, ‘1000원 할인’ 등 관객들에게 주어지던 유인책을 업계 내부로 돌려서 본격적인 합의를 시도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시장이 다시 관객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할인’과 같은 가격정책보다는, 볼만한 영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식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일부 진영의 ‘리스크 테이킹’은 불가피하다는 선택의 결과다.

한국 IP <방법: 재차의>, 中 리메이크 <인질>도 가세
예상을 뒤엎고 이번 여름 극장가 전쟁의 첫 포문을 연 건 CJ ENM의 <방법: 재차의>였다. 6.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tvn 드라마 <방법>의 영화판 작품으로 가장 먼저 여름 영화 극성수기 ‘7말8초’인 7월 28일 개봉을 발표했다. 방법은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웹툰 기반의 오컬트 장르물이다. 

기존 좀비와는 다른 공포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준 ‘한국 IP’로 미국 할리우드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손잡고 시리즈물로 리메이크할 예정이다.

8월 중순 개봉을 예정하고 있는 <인질>은 유덕화 주연의 중국 영화 'saving mr woo 우선생 구하기'의 리메이크 영화로 배우 황정민이 주연을 맡았다. <모가디슈>와 같은 제작사 외유내강의 작품으로 <모가디슈> 개봉이 1년 미뤄지면서 같은 시기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두 영화 모두 제작비 100억원에 육박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다. 이로써 이번 여름 한국영화 시장은 7월 말 <모가디슈> VS <방법: 재차의>, 8월 중순 <씽크홀> VS <인질> 대결구도로 흥미롭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배우, 감독 중심 VS 팬덤 중심, 극장가 변화 ‘주목’
‘배우, 감독 중심의 영화인가, 팬덤 중심 장르물인가.’
이번 여름 영화 시장의 경쟁구도가 주목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2년 만의 성수기 경쟁’의 결과가 미칠 영화계의 판도 변화 때문이다. 오랜 기간 1000만 관객을 목표로 여러 특급 배우들을 겹쳐 캐스팅하는 트렌드가 한국 상업영화의 주류였다면, 최근 들어 팬덤 중심 장르물이 극장 시장의 주류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모가디슈>는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김소진 등이 <씽크홀>은 차승원, 이광수, 김성균, 김혜준 등 여러 명의 주연급 배우가 참여했다. <인질>은 특급배우 황정민 원톱 주연 영화다. <방법: 재차의>는 엄지원, 정지소 주연으로 배우들의 중량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웹툰과 드라마에서 탄탄하게 쌓은 팬덤과 장르물로 도전한다.

올해 상반기 극장가에 가장 파란을 일으켰던 작품은 1월 27일 개봉 후 5개월 넘게 꾸준히 상영되며 215만 명의 관객을 모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다.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귀멸의 칼날>은 전 세계 극장과 TV를 오가며 큰 수익을 거뒀다. <방법: 재차의> 극장판은 귀멸의 칼날과 유사한 방식으로 TV시리즈와 극장판을 오가며 세계관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물론 여름 성수기에도 1000만 관객이 주기적으로 나오던 한국 극장가의 대호황은 끝났다는 분석도 많다. 표면적으로 극장 플랫폼의 성장세는 꺾인 게 사실이다. 지난해 극장이 문을 닫으면서 총 극장의 수는 474개(-7.6%)나 줄었고, 스크린 수도 2% 넘게 줄면서 3000개를 턱걸이하고 있다. 투자수익률이 줄면서 30억 이상의 규모로 개봉한 상업영화의 수는 29편으로 34% 줄었고, 60여 편의 영화는 개봉이 미뤄오는 동안, 회수와 신규투자 역시 미뤄져온 게 사실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겪는 동안, 일부 특급 배우들은 드라마와 OTT시리즈 등으로 무대를 옮기며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었지만, 제작, 투자, 배급, 상영 진영의 피해는 불가피했다.
‘대작의 귀환’으로 이번 여름 성수기 극장가는 부활할 수 있을까. ‘배우, 감독, 팬덤, 장르’를 놓고 저울질하는 제작자들과 투자자들의 무게중심은 어떻게 변화할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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