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를 알면 글이 달라진다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글타래’의 ‘올’ 인트로를 잘 뽑으면, 나머지가 술술 풀린다

글쟁이(주) 백우진 대표 입력 : 2021.10.08 09:10
편집자주리더의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백우진 글쟁이(주) 대표
경영자 A는 회의 때면 종종 유머를 구사한다. 회의 참석자 대부분 웃음과 추임새로 호응한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날린 유머에 다들 박장대소하는 가운데, 김 아무개 부장만 무표정했다. A는 물었다.

“김 부장, 이 유머 전에 들었어요?”
“아닙니다.”
“그럼, 이 유머 재미없어요?”
“저 내일 퇴사합니다.”

소통은 기본적으로 어렵고, 리더의 소통은 더 난도가 높아진다. 그 요인 중 하나가 리더의 말에는 대개 ‘액면가’보다 더 큰 메아리가 돌아온다는 현상이다. 그 메아리에 길들여진 리더는 자신의 메시지에 대한 호응을 실제보다 과대 평가하게 된다.

누구나 알다시피 글은 말보다 난도가 더 높은 소통 수단이다. 말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하고, 화자는 앞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피면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다. 그에 비해 글은 보이지 않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필자는 독자들의 반응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뜻을 전하고 그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무관심한 독자를 어떻게 끌어당길까?
그래서 글을 쓰기 전 스스로에게 확실히 해야 하는 작업이 타깃 독자를 구체적으로 상정하는 것이다. 동어반복적이지만, 타깃을 염두에 두지 않은 글이 타깃의 생각과 마음에 꽂히기란 불가능하다.

그 다음 실무적으로 궁리할 대목이 ‘어떻게 말을 걸까’이다. ‘타깃 독자일지라도 기본적으로 내가 글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사실에 부합한다. 이는 요즘 미디어 환경만 둘러봐도 누구나 절감하게 된다. 지상파와 많은 케이블 채널 외에 유튜브가 다양한 콘텐츠를 빨아들이면서 제공하는 데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여러 국내외 업체들이 온라인을 통해 기존의 영상 콘텐츠는 물론이고 새롭게 제작한 작품을 유통하고 있다.

따라서 글을 쓸 때면 ‘내 글은 다른 글은 물론이요, 여러 채널의 수많은 영상 콘텐츠와 경쟁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른 콘텐츠에 눈길을 주고 있는 독자를 내 글로 당겨와야 한다. 또는 내 글에 찰나의 관심을 준 독자를 다른 콘텐츠에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도입부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독자가 도입부를 읽고 글을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도입부를 ‘첫 문장’이라고 표현한 다음 글을 읽어보자.

“첫 사위가 오면 장모는 신을 거꾸로 신고 나간다.” “최초의 일격은 그 전투의 절반이다.” 모두 처음이 소중함을 말한다.

비행기 조종사에겐 ‘마의 13분’이 있다. 이륙 5분, 착륙 8분, 사고의 고빗사위다.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첫머리가 중요하다 첫·끝 문장은 그 글의 살생부다. 짧은 문장일수록 처음이 중요하다. 단편소설이나 에세이는 첫 문장으로 결판난다. 결혼 첫날밤에 어찌 애 낳기를 바라랴만, 처음의 ‘새로움’에 거는 인간심리를 어이하랴. (중략)

“남편하고의 잠자리가 그리도 싫더란다”(어느 여승)로 수필 첫 월을 삼아 학보사에 넘겼더니, 인쇄소 직원 전원이 읽었고, “저승보다 어두운 밤이었다”를 논픽션 첫 월로 했더니 최우수 당선이었다.
 
장르 불문, 글에서 도입부가 중요하다는 지침의 방증은 도입부를 가리키는 용어가 장르마다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소설이나 에세이의 도입부는 ‘인트로(intro)’라고 불린다. 책의 서문을 가리키는 ‘인트로덕션’의 앞부분을 따서 만든 단어다. 기사의 도입부는 리드(lead)라고 한다. 글 첫머리의 매혹적인 문구는 갈고리를 뜻하는 ‘후크(hook)’라고도 불린다.

저널리즘의 리드 개념에 대해 더 살펴보자. 다음 서술은 기사 외에 수필과 칼럼 등 어필하고자 쓰는 글 전반에 그대로 통한다. 리드는 독자와 뉴스의 첫 만남으로서 기사가 독자에게 어떻게 수용되느냐를 결정짓는다. 리드가 약하면 독자는 다음에 오는 내용에 대해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기사를 더 읽지 않는다. 리드는 독자와 글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다. 또는 리드는 낚시에서 고기를 유인하는 미끼와 같은 역할을 한다. 또는 리드는 고객의 이목을 끌기 위해 대표 상품을 전시해놓은 상점 진열장과 같다. 리드는 기사가 나가는 방향을 제시하는 지도가 되기도 하고, 기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한다.

인트로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리드는 옷의 첫 단추와 같다. 또는 리드는 ‘글타래’의 ‘올’과 같아, 리드를 잘 뽑으면 기사가 술술 풀린다. 그래서 기사를 오랫동안 써온 기자들도 항상 적절한 리드를 얻기 위해 머리를 싸매곤 한다.
사례를 읽으면서 생각해보자. 인트로다운 인트로를 뽑지 않고 시간순으로 쓴 원문과 인트로를 궁리해 앉힌 대안을 비교하며 읽어보자.

[원문] 2003년 무렵이었다. 당시 내 생활은 쳇바퀴 돌리기와 다름없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길을 궁리하며 남는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나 미래는 희미했고 내 개인적인 목표는 더 어렴풋했다. 내 일상은 내면과 겉돌고 있었다.
쳇바퀴를 탈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렇게 상상했다. 당근을 눈 앞에 매달고 달리는 말. 분명한 일을 향해 달리다 보면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일이 윤곽을 드러내겠거니.
내 당근으로 마라톤은 어떨까. 마침 내가 근무하던 월간지의 대표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래, 달리자!’고 결심했다. 2003년 11월 중순이었다. 2004년 목표 중 하나로 풀코스 완주를 올렸다.

[대안] 토머스 칼라일이 말했지. “인생에 있어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것보다는 가까이 있는 분명한 일들을 먼저 해야 한다”고. 미래는 희미했고 내 개인적인 목표는 더 어렴풋했다. 난 앞으로 나아가지 않은 채 길을 궁리하며 남는 시간을 허비했다. 내 일상은 내면과 겉돌고 있었다.

쳇바퀴를 탈출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렇게 상상했다. 당근을 눈 앞에 매달고 달리는 말. 분명한 일을 향해 달리다 보면 멀리 희미하게 보이던 일이 윤곽을 드러내겠거니.

내 당근으로 마라톤은 어떨까. 마침 내가 근무하던 월간지의 대표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래, 달리자!’고 결심했다. 2003년 11월 중순이었다. 2004년 목표 중 하나로 풀코스 완주를 올렸다.

글쓰기는 생각하기와 떼려야 뗄 수 없다. 글쓰기 솜씨에 도움이 되는 생각하기는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이는 ‘이차원 독서’의 하나다. ‘일차원 독서’가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이차원 독서는 필자로서 글의 장점을 배우거나 단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런 이차원 독서를 하면 글을 읽을수록 필력도 축적할 수 있다.

이차원 독서 문제 하나를 출제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앞서 인용한 ‘첫 문장’ 글에서 인트로의 대안을 찾아보자. 내 대안은 다음 글에서 공유하겠다.

*첫 문장 (출처: 한겨레신문, 2013.01.23.)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