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설계한 ‘K컬처 게임의 룰’

[김동하의 컬처 리포트]‘세계 최강’ K컬처의 플랫폼 활용 방정식, 기회부터 착취까지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김동하 교수 입력 : 2021.11.04 09:12
▲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강남 스타일, <기생충>, BTS, <오징어 게임>. 한국이 만든 이 킬러 콘텐츠들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점이다. 

강남 스타일과 BTS의 K팝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글로벌 SNS를 통해서 세계로 확산됐다면, <기생충>은 프랑스의 칸 영화제,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제라는 전통 플랫폼을 통해 자랑스럽게 세계로 알려졌다. 드라마 시리즈 <오징어 게임> 역시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OTT플랫폼을 통해서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한 문화적 후폭풍을 낳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활용방정식이 달라서일까. 강남 스타일이나 BTS, <기생충>의 성공과는 달리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는 곧잘 넷플릭스를 둘러싼 ‘논란’이 따라붙는다. <오징어 게임>은 플랫폼과 일종의 '통 큰 매절계약'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전 세계 약 1억4200만 가구가, 약 14억 시간 동안, 오직 넷플릭스만으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면서, 1조원 넘는 경제효과를 누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오징어 게임> 제작진은 253억원의 제작비만 받고 흥행수익은 전혀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게임의 법칙’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설계한 ‘게임의 룰’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밝게 빛나는 건 K팝과 K영화, 드라마로 이어지는 K컬처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이 두 글로벌 플랫폼의 K컬처 활용전략, 또는 K컬처의 글로벌 플랫폼 활용전략은 어떻게 전개되어왔을까.


‘저작권 방임’ K팝과 유튜브의 상생
K팝과 유튜브는 성장 초기부터 공생관계로 성장하면서 이른바 ‘윈윈 전략’을 펼쳐왔다. 유튜브가 K팝을 통해서 얻은 효익은 간과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2005년 탄생한 유튜브는 이듬해인 2006년부터 K팝을 적극적으로 서비스하면서 유튜브 플랫폼을 글로벌화시키는 데 큰 성과를 얻었다. 영미권 중심 유튜브 콘텐츠만으론 글로벌화에 한계가 있었던 동남아시아와 중국 지역, 중동과 남아메리카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에서 오로지 K팝을 듣기 위한 목적으로 음반이나 복잡한 음원서비스 대신 유튜브를 활용하는 일이 많았다는 얘기다.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처럼, 과거 유튜브 역시 한국 콘텐츠에 직접 투자를 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직접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한 건 K팝 아이돌이 유튜브 역사상 최초였다. 유튜브는 2016년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현재 프리미엄)를 론칭하면서 빅뱅과 BTS의 다큐멘터리에 직접 투자했고, 이를 유튜브 유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대표적 ‘킬러 콘텐츠’이자 ‘미끼 상품’으로 활용했다.

K팝이 유튜브를 활용한 전략 중 차별점은 저작권을 포기했다는 점이다. 대표적 K팝 히트곡인 강남 스타일은 저작권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지 않는 원곡을 포함한 패러디와 리액션까지 모두 허용했다. 저작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대신, 미흡하나마 유튜브가 특별히 K팝에 분배율을 높여 준 광고수익만을 취했다.

하지만 K팝은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수익원이 다양한 편이다. 음원수익을 포기하고 이를 마케팅으로 활용하면서 다른 형태의 수익화에는 엄청난 효과를 얻었다. 음악과 브랜드, 밴드를 알린 이후에 파생되는 공연, 음반, 굿즈(Goods)로 불리는 다양한 MD상품을 통해 수익을 취하는 전략을 펼쳤고, 그 성과는 지금까지 K팝 아이돌과 제작사들에게로 이어지고 있다.
▲ 유튜브 오리지널 BTS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캡처

넷플릭스의 K컬처 활용, ‘통 큰 매절계약’
넷플릭스가 제시하고 제작진이 동의한 <오징어 게임>과 넷플릭스의 게임의 룰은 일종의 ‘통 큰 매절계약’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콘텐츠의 경우, 일반적으로 제작비용의 5~10% 정도의 마진을 제작사에 주고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의 전부를 넷플릭스가 갖는다. <오징어 게임>의 각본, 연출, 연기뿐 아니라 미술, 콘셉트, 리메이크, 2차적저작권, MD 제작권 등 모두가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전권’(Master Right)의 형태다.

때문에 <오징어 게임>이 흥행했지만, 제작사 측의 추가 수익은 없다. 물론 배우나 감독의 인지도 상승, 한국 콘텐츠 전반의 관심 제고 및 위상 증가 등의 효익은 있겠지만, 작품 자체로는 흥행에 따르는 추가수익이 ‘제로’라는 의미다. 물론 작품이 넷플릭스 안에서 형편없는 트래픽과 흥행성적을 거뒀다고 하더라도 제작사나 제작자들이 안아야 할 부담은 없다. 출연료나 제작비용을 토해낼 필요도 없다.

말하자면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로 리스크 제로 리턴’에 가까운 구조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곱씹게 되는 점은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에 건 리스크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그리 높지(high) 않았고, 리턴은 넷플릭스 서비스 역사상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한 예로 <오징어 게임>의 편당 제작비는 28억원 정도로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흥행작 <브리저튼>(약 84억원) <기묘한 이야기>(약 142억원) <위쳐>(약 118억원)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낮은 수준이다.

넷플릭스 ‘게임의 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넷플릭스가 제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계약 형태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이 같은 ‘통 큰 매절계약’의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다는 데 있다.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줄을 서는 이유는 제작사들 상당 수가 큰 IP 수익보다는 창작을 통한 최소한의 경제활동에 목표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제작자는 한국의 영화 및 방송투자 생태계에서 제시되는 제작비와 마진율 등 제작환경에 비하면, 넷플릭스의 ‘게임의 룰’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한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로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점도, 수익구조와는 다른 장점이다.

한국 창작진영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반영하는 문제도 곱씹어볼 포인트다.
대기업이 주도하고 사실상 ‘마이너 리그’가 없는 한국 영화계에서, 영화감독 황동혁의 독특하고 도발적인 <오징어 게임> 시나리오는 선택을 받지 못했다.

번번이 거절당하던 <오징어 게임> 시나리오를 건져낸 건 미국기업 넷플릭스였고, 황동혁 감독의 빈손을 잡은 것도 넷플릭스였다. 아울러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 한국 자본으로 만든 한국 영화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황동혁 감독의 기량을 권리금 하나 없이 건져 올리며, 역대급의 경제효과를 얻어낸 것도 넷플릭스였다.
두 가지 모순된 질문이 떠오른다. 황동혁 감독을 세계적 거장으로 만든 건 한국일까 넷플릭스일까. 독자 여러분이 제작자라면, 넷플릭스 게임의 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본 칼럼은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 칼럼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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