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영원한 덕목 노블레스 오블리주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2.04.05 14:47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거물 정치인과 나란히 찍은 대형 사진 액자가 걸려 있다. 박제된 동물이 있다. 성조기와 태극기, 또는 만국기가 책상에 놓여 있다. 초대형 어항이 있다. 

어떤 심리학자가 연구한 결과 실패한 사업가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학문적 근거나 합리적 이유가 없는 결과므로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겠지만 얼핏 진실성, 인간성 등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옛날옛적에 ‘이발소 그림’이라는 말이 있었다. 사람의 머리를 단장하는 곳이라 일반 점포와 달리 그럴싸한 인테리어가 필요했던지 이발소마다 벽면에 수준 낮은 품질로 인쇄된 그림 액자를 걸어두었다. 

출처나 화가를 알 수 없는 그림에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푸슈킨의 시도 함께 적혀 있었다. ‘오늘도 무사히!’가 적힌 ‘기도하는 소녀’ 그림 역시 약방의 감초였다.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이발소 그림이라고 해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더 나았다는 것이다. 평소 그림과 시에 관심 없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잠시 잠깐 마음의 평화를 얻었으니까.

그림은 이렇게 사람의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순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3년 전 <빈센트 반 고흐 갤러리북 시리즈>로 유명세를 탔던 유화컴퍼니는 고품질로 인쇄한 명화집에 특화된 출판사다. 유화의 신간 <마이 리틀 갤러리> 역시 아트 포스터북 시리즈인데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 초기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집이 1차로 나왔다. 화가별로 가로 35cm, 세로 50cm 크기의 대표작 8개와 미술사 전문가 김영숙 씨의 별도 해설판으로 구성됐다. 

강점은 역시 인쇄 품질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제지와 인쇄 기술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라 미술 애호가들에 따르면 “이태리 우피치 미술관에서 원화를 보는 듯한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난다”고들 한다. 투명 플라스틱 상자로 깔끔하게 포장돼 있어 사무실 벽에 그대로 세워두거나 걸어두는 즉시 딱딱한 사무실에서 미술관 ‘마이 리틀 갤러리’로 변신하는 데 손색이 없다. 이렇게 두고 시절마다 어울리는 그림으로 바꾸거나 8장을 분리해 사무실 곳곳에 전시도 가능하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단테 등 수많은 문화예술가를 후원함으로써 중세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를 가능케 했던, 위대한 메디치 가문의 상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공공을 위한 헌신이다. 시공을 초월해 지도력을 발휘하는 리더의 기본 덕목이 이것이다. ‘마리갤’(마이 리틀 갤러리)은 미술 애호가들의 예약 펀딩이 있었기에 출판이 가능했다.

이제 ‘리더라면 메디치처럼’ 고품질 명화 출판을 애써 이어가는 출판사를 후원함으로써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한편, 사무실을 짱짱한 갤러리로 변신시켜 본인은 물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마음에 훈풍을 불어넣음으로써 예술이 영감(Inspiration)이나 통찰(Insight)을 불러 조직의 획기적 발전을 이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해보길 권장한다. 애플 신화 스티브 잡스처럼 영감을 얻기 위해 몇 년간 명상의 나라 인도로 여행을 떠나는 정도까지는 못 하더라도.

▲<마이 리틀 갤러리> / 김영숙 해설 / 유화컴퍼니 펴냄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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