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위주로 쓰라’는 짧은 지침이다

[리더의 글쓰기 원포인트 레슨] 단문과 장문 적재적소 구사가 정석…단문이 필요한 위치는 세 곳

글쟁이(주) 백우진 대표 입력 : 2022.04.12 09:22
편집자주많은 리더가 말하기도 어렵지만, 글쓰기는 더 어렵다고 호소한다. 고난도 소통 수단인 글을 어떻게 써야 할까? 리더가 글을 통해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노하우를 구체적인 지침과 적절한 사례로 공유한다. <백우진의 글쓰기 도구상자>와 <일하는 문장들> 등 글쓰기 책을 쓴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가 연재한다. <편집자주>
▲백우진 글쟁이㈜ 대표
유령 하나가 국내 글쓰기 분야를 배회하고 있다. ‘단문(短文)주의’라는 유령이.
단문주의는 무릇 글이란 단문 위주로 써야 한다고 가르친다. 첫째, “길게 쓰다 보면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 비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짧게 쓰라고 말한다. 둘째, “문장이 길면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셋째, “단문은 힘이 있어서 논지의 전달력이 강하다”고 강조한다.

단문주의는 짧은 견해다. 먼저 단문주의를 사례로 살펴본다. 다음 원문은 내가 가상으로 작성한 문단이다. 그러나 이렇게 ‘심한 단문주의’의 사례가 제법 있다.

[원문]의 첫 세 문장을 읽고 [대안]의 한 문장과 비교해보자. ‘그의 말의 특징과 호소력’을 한 문장에 담은 편이 낫다. 온전히 전달할 한 문장을 구태여 자투리 셋으로 분절할 이유가 없다. 그 이후 내용도 [대안]처럼 써야 한다.

[원문] 그의 말은 간결했다. 그러나 핵심을 짚었다. 열정적이었다. 그는 호소 작업에 진심을 담았다. 여러 단계를 거쳤다. 구성원의 마음이 움직였다. 다음 단계는 조직이었다.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했다. 팀에는 에이스를 선발했다. 적극적인 자원자도 받았다. 업무에 속도가 붙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일에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대안] 그의 말은 간결했지만 핵심을 짚었고 열정적이었다. 그가 진심을 담아 펼친 여러 단계 호소 작업에 구성원의 마음이 움직였다. 다음 단계로 그는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했다. 팀은 에이스와 함께 적극적인 자원자들로 구성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업무에 속도가 붙었고 일에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싸라기’ 문장보다 ‘온전한’ 문장을
이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단문주의의 둘째 주장과 셋째 주장을 검토할 수 있다.
단문이 이해하기 쉽다는 건 단견이다. 문장의 길이라는 형식은 내용에 입히는 옷이다. 문장의 길이는 내용을 담기에 적합해야 한다. 내용에 따라 짧을 때도 있고 길 때도 있다. 일부러 짧게 자른 단문은 전달이 더디 된다. 이는 위에서 제시한 [원문]과 [대안]의 사례로 확인할 수 있다.

단문이 힘이 있다는 셋째 주장은 옳다. 그러나 글을 단문으로 이어 붙일 경우, 모든 문장에 힘이 들어가다 보니 어느 문장의 힘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글을 단문 위주로 쓰면 단문의 강점이 희석되는 것이다. 단문 위주로 쓰인 글은 딱딱하다. 줄곧 스타카토만으로 연주되는 곡과 비슷하다.

마지막으로 첫째 설명, “길게 쓰다 보면 주어와 술어가 맞지 않는 비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를 생각해보자. 이를 바꾸면 “비문을 쓸 위험이 높아지니 필요한 곳에라도 장문을 구사하려고 들지 말라”가 된다. 이 설명을 믿고 따른다면 당신의 글은 결코 단조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 쓴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물론이다. 단문주의자들도 글을 단문으로만 쓰라고 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떻게’를 적절히 제시하지 못한다. 한 단문주의자는 “긴 문장을 써야 할 때면 쓰되, 장문 다음 문장은 짧게 쓰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독자는 지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장단장단’으로 문장 길이를 맞추라는 희한한 형식주의다. 다시 말하건대, 형식은 내용에 입히는 옷이다. ‘장단장단’ 형식을 정한 뒤 거기에 내용을 맞추면 이상한 글이 나온다.

글, 문단, 종결부의 첫 문장은 짧으면 좋다
나는 국내 최초로 단문이 적절한 위치 세 곳을 제시한다. 글의 첫 문장과 문단(특히 전환 문단)의 첫 문장, 종결부다. 다른 곳에서는 내용에 따라 장문도 작성하면 된다.

첫째, 글의 첫 문장은 짧은 편이 좋다. 첫 문장이 길면 독자에게 전달이 어렵다. 다음 예문을 비교해 읽어보자.

[원문] 요즘 필자는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 부서로부터 ‘저출산에 잘 대응한 해외의 모범적인 정책 사례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에 가야 할지’ 묻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대안] 요즘 필자가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정책 부서에서 자주 받는 문의가 있다. ‘저출산에 잘 대응한 해외의 모범적인 정책 사례를 배우고 싶은데 어디에 가야 할지’를 묻는 내용이다.

둘째, 문단의 첫 문장도 짧은 편이 좋다. 다음 [예문]을 살펴보자. 밑줄 그은 첫 문장에 주목하자.

[예문] 전설을 가설 삼은 과학적인 검증 시도도 나타났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와 김종일 한림대 의대 교수팀은 2004년 허왕후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김해 고분의 왕족 유골을 분석한 결과 인도 등 남방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됐다.(경향신문, 김수로왕 부인 인도인 가능성 매우 커, 2004.8.18.)

다음 [원문]은 문단의 첫 문장이 아니더라도 너무 길다. 당연히 두 문장 이상으로 저며내야 한다.

[원문]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 와요>와 이를 영화화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보고 있으면 두 매체가 너무도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두 작품은 각 매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하고 싶은 말을 무척이나 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대안] 연극과 영화가 다른 장르임을 깨닫기에 좋은 두 작품이 있다.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 와요>와 이를 영화화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다. 두 작품은 장르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해 하고 싶은 말을 무척이나 잘하고 있다.

특히 내용을 전환하는 문단의 첫 문장은 짧아야 한다. 문단의 첫 문장을 다음과 같이 저며낼 수 있다.

[원문] 문맹이 사라진 지금은 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회와 경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통계맹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안] 이제는 문맹보다 통계맹이 더 문제다. 문맹이 사라진 반면 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사회와 경제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문]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치료제가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최근 궤양성대장염 치료가 새 전기를 맞았다.

[대안] 최근 궤양성대장염 치료가 새 전기를 맞았다. 새로운 기전의 경구용 치료제가 제도권에 진입하면서다.

종결부는 압축돼야 한다. 한 칼럼의 다음과 같은 종결부 문단을 읽어보자. 첫 문장이 51자로 너무 길다. [대안]은 첫 문장을 23글자로 시작했다. 대안은 둘째 문장과 셋째 문장도 분량이 비슷하다.

[원문] 국회에서는 소수당이더라도 대통령으로서 일을 멋지게 해서 여론을 크게 얻으면(與大) 아무리 거대한 야당이라도 작아 보일 것(野小)이다. 그게 윤 당선인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여대야소다.

[대안] 윤 당선인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여대야소는 따로 있다. 대통령으로서 일을 멋지게 해서 여론을 크게 얻으면 여대(與大)가 된다. 그러면 거대한 야당이라도 힘이 작아져 야소(野小)가 된다.

글의 첫 문장, 문단의 첫 문장, 종결부. 그 외에도 힘을 주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단문을 쓰라. 그러나 절대 단문 위주로는 글을 짓지 말라.
단문 추종자들을 낳은 글쟁이 중 한 명이 이연홍 전 중앙일보 정치전문 기자다. 그러나 그는 단문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인터넷 신문 과의 인터뷰(2003.03.01.)에서 한 말을 전한다.

“난 단문이 좋다고 생각 안 해. 그냥 내가 단문을 쓰는 거지. 단문만 쓰면 너무 딱딱해져. 나 따라 한다고 기자들 사이에서 단문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그러니까 보기 안 좋더라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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