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를 물들인 K컬처

[김동하의 컬처 리포트]프랑스 칸 영화제 5편 초청…최강국 입증한 한국영화들

한성대 미래융합 사회과학대학 김동하 교수 입력 : 2022.06.07 16:22
▲김동하 한성대학교 자율교양학부 교수
필자는 영화 의 제작자다. 한성대학교 미래융합사회과학대학 교수와 벤처기업인 영화 제작, 투자배급사 트윈플러스파트너스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영화 제작을 시도한 지 어언 10년. 첫 제작 영화인 가 75번째 프랑스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프랑스 칸을 찾았다. 

비평가 주간 초청은 장편영화로는 한국영화 8번째, 2015년 영화 이후로 7년 만이며, 무엇보다도 칸 영화제 3대 주간에서 개폐막작은 처음 있는 일인 만큼, 영광스럽게 작은 역사를 만드는 일에 동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과 의 투자자기도 해서 영광은 더했다. 필자에 관련된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본격적으로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 제7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메인관 전경

75번째 칸 영화제… 더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
2022년 75번째 칸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5편이 초청됐다. 장편영화로는 경쟁부문의 <브로커>, <헤어질 결심>, <다음 소희>와 단편 애니메이션 각질이 초청됐다. 박찬욱 감독, 박해일, 탕웨이 주연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주연의 <브로커>는 수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75회 칸 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국가는 단연 한국이었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브로커>, <헤어질 결심>뿐 아니라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대된 영화 <헌트>는 <오징어 게임>의 주연이었던 이정재 배우가 감독으로 참여한 작품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아울러 5월 19일에는 프랑스의 국립영화영상센터(CNC)가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KOFIC)와 함께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유력한 정부지원 기관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CNC가 칸 영화제 기간 동안 특정 국가와 라운드테이블을 연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영화관계자들은 영화 공동제작 등 다양한 한국과 프랑스 영화의 협력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칸 영화제와 세계 3대 영화제

세계 3대 국제 영화제로는 프랑스의 칸 영화제와 이탈리아의 베니스 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를 꼽는다. 이는 23개국, 26개 영화제작자단체에서 구성된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FIAPF의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 FIAPF는 세계 각국 영화제작자의 권리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세계 3대 영화제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영화는 지난 62년간 3대 영화제에서 26회나 상을 수상해왔고, 2022년 칸의 모습만 봐도 한국영화가 세계 3대 국제 영화제를 호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역사가 깊은 영화제는 매년 8~9월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다. 당초 국제미술전이었던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1932년 18회 대회부터 영화부문을 도입해 시작된 행사가 세계 최초의 국제영화제였다. 하지만 파시스트 정권이 지배하던 시기인 1934년부터 1943년까지 영화제 최고상 이름이 ‘무솔리니 컵’으로 불릴 정도로 권력의 입김에 휘말렸고, 제2차 세계대전 후인 1949년부터 파시스트 시대의 잔재를 없애기 위해 최고상을 황금사자상으로 바꿨다.

매년 5월께 열리는 칸 영화제는 베니스 영화제의 개입에 대한 저항의 물결 속에서 탄생했다. 1947년부터 프랑스 정부와 영국, 미국의 지원으로 설립된 이 영화제는 감독의 재능과 창의적 시도를 중시하는 세계 최고 국제 영화제로 꼽힌다. 심사위원은 한 국가에서 최대 한 명이라는 원칙으로 공식, 감독주간, 비평가주간의 3대 섹션으로 구성된다. 

공식은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주목할 만한 시선 등의 부문으로 세분화된다. 경쟁 부문의 최고상으로는 칸의 야자수를 상징하는 ‘황금종려’상이 있으며, 2019년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1990년부터 두 번째 권위인 심사위원특별상을 최고상이란 뜻의 ‘그랑프리’라는 이름으로 수여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영화제는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로 꼽힌다. 매년 2월 비평가 중심의 예술성 높은 영화를 주로 초청하는 이 영화제는 1951년 냉전의 시기 분단된 베를린의 서베를린에서 시작되어 통일 이후에도 명맥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최우수작품상은 황금곰상, 감독상에는 은곰상을 수여하는데 2022년에는 홍상수 감독이 은곰상을 수상했다.

▲ 영화감독 정주리(왼쪽부터)와 배우 김시은, 김동하 트윈플러스파트너스 대표가 25일 오후(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에스파스 미라마르’(Espace Miramar) 극장에서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선정된 영화 <다음 소희> 시사회에 참석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아카데미 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
세계 최대 영화제로 빼놓을 수 없는 건 미국의 아카데미 영화제. 올해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윌 스미스가 진행자 크리스 록의 따귀를 날리는 바람에 망신살을 탄 이 영화제는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이 있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매년 2월 열린다.

1929년부터 100년 가까운 역사와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영화제와 맞먹는 권위를 갖고 있지만, 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로 분류되지 않는다. 한국의 대종상, 청룡영화제 처럼 국내의 영화제로 분류되며, 미국에서 만들거나 미국에서 상영되는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상을 수여한다. 약 9500명 규모의 아카데미 회원 중 투표권이 있는 8400명의 투표로 중세기사가 장검을 든 모양의 오스카 트로피를 시상한다. 

한국 회원도 40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이 영화제는 미국의 ‘로컬’영화제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외국 영화에 인색했고, 한국 영화는 거의 초청조차 받지 못했었다. 하지만 2019년 과 봉준호 감독에게 최고의 영예를 수상해 매우 파격적인 행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또한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 뉴욕필름페스티벌, 모스크바 영화제, 체코의 카를로비바리 영화제 등이 세계 최고 영화제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의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세계 4대 국제 영화제 후보군 중 하나로 꼽힌다. 칸 영화제 현지에서도 많은 관계자와 부산국제영화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 위상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기도 했다. 다만 팬데믹 이후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따라 그 위상은 세계 4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만큼은 충분해 보였다.
▲ 제75회 칸 영화제 한국 영진위 파빌리온 내부

뭐든 잘 만드는 한국의 ‘K컬처 리그’
한국은 뭐든 참 잘 만들어내는 나라다. 국가주도, 기업주도, 개인주도 뭐든 잘 만들어낸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제조업 국가 중 하나다. 철강, 정유, 화학 등 굴뚝산업의 1위였고, 차나 배, 공장, 플랜트를 만들어내는 분야도 세계 최고수준에 올랐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반도체와 같은 기술집약적인 무한경쟁도 세계 어느 나라 이상으로 참 잘 해낸다. IT로 불리는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물론이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와 사람들이다. 핵심산업 중 하나인 게임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강 수준의 게임 제품, 혹은 작품을 수도 없이 만들어냈다.

‘제조’뿐 아니라 ‘제작’에서도 세계 최고는 마찬가지다. 굳이 ‘BTS’나 ‘블랙핑크’를 꼽지 않아도 이미 세계 주류가 되어버린 K팝. 국가나 주류 사회에서 시키지도 않은 아이돌 중심 음악 제작은, 어느새 전 세계를 호령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이 됐다. 영화 드라마도 세계에서 가장 잘 만든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영화 의 parasite와 드라마 의 squid game 단어를 모르는 일반인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이처럼 잘 만들어서 수출하는 건 ‘제품’이나 ‘작품’ 모두 마찬가지지만, ‘시장’의 한계는 늘 존재해왔다. 세계를 무대로 뻗어갈 수록, 다른 큰 시장의 권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손흥민이 세계 최고 축구무대인 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고, 에 이어 한국 영화들이 줄줄이 세계 최고의 무대를 점령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K컬처의 높은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22년 프랑스 칸 현지에서, ‘K컬처 리그’의 위상도 높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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