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중대재해법 논란, '개정추진 vs 개악'

[법으로 보는 세상]여당, 윤 대통령 ‘친기업’ 발맞춰 개정 추진…노동계는 “개악”

머니투데이 더리더 이하정 기자 입력 : 2022.07.04 09:25
▲ 지난 1월 29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소재 삼표산업 골재 채취장에서 토사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 1월 29일 경기도 양주에 있는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토사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근로자 3명이 20m 높이 토사에 매몰돼 숨졌다. 고용노동부는 2월 9일 삼표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적법하게 구축하지 않은 정황을 확인하고,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입건해 수사했다. 이후 지난달 13일 삼표산업 대표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현장소장에 대해 산업안전법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사고 발생 136일 만.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한 첫 사건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달 13일 기준, 법 적용 대상 사건은 모두 83건이다. 이 중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37건이 입건됐고, 삼표산업을 비롯한 10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법이 시행된 후 넉 달 동안 50인 이상 기업에서 일어난 산재 사고는 70건, 사망자 수는 79명으로 집계됐다. 법 시행 1년 전과 비교해 사고 건수는 21건, 사망자 수는 13명 줄었다.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사고 외에도 여천NCC 열교환기 폭발사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고, 에쓰오일 울산공장 폭발사고 등이 법 시행 이후 발생했다.

▲ 2월 10일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열린 고(故) 김용균(당시 24세) 노동자 사망 사건 원·하청 관련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고 김용균재단 이사장인 어머니 김미숙 씨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재판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스1

◇ 故 김용균이 쏘아 올린 ‘중대재해처벌법’

2018년 12월 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 외함 점검을 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작업 중 목숨을 잃었다. 한국발전기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 김용균 씨의 당시 나이는 24살이었다. 사고 이후 故 김용균 씨 유족은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청원을 국회에 올렸다. 이에 대해 10만 명이 넘게 동의했고, 본격적인 입법 논의가 시작됐다.

2020년 6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유해·위험 방지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하면 강력히 형사처벌하고, 재해사고의 입증 책임을 사업주나 법인 등이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년 뒤인 지난해 1월 7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다음 날인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은 근로자의 사망 원인이 안전 관리 소홀로 판명 나면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적용 대상은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인 건설현장이다. 시행은 1년이 지난 올해 1월 27일부터였다. 2024년부터는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 서울 시내 한 건설현장에서 한 건설노동자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기업 현장선 “대응 어렵다”…경제전문가 “개선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잇따랐다. 법조계와 학계, 경영계에서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정이 애매모호해 산업 현장 내 혼란을 부추기고 경영자 처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기업 경영 위축으로 국내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인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인천 117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를 조사해보니, 조사 기업의 62%가 ‘법에 대한 이해가 낮아 대응이 어렵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현재 법 적용 대상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의 41%가, 2024년부터 법 적용을 받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기업의 81%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어려움으로는 ‘안전 관련 법 준수사항 방대’, ‘근로자의 안전 인식 관리’, ‘안전 관련 인력 확보’, ‘과도한 비용 부담 발생’ 등이 꼽혔다.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에 대한 면책 규정 신설’, ‘근로자의 안전 지침 준수에 대한 법적 의무 부과’, ‘경영책임자 개념과 원청 책임 범위 명확화’ 등이 언급됐다.

새 정부 규제개혁과 관련, 중대재해법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가 지난달 경제전문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새 정부에서 기업의 규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개선돼야 할 규제로는 ‘상속세’(49.5%), ‘중대재해처벌법’(37%), ‘근로시간제도’(34.5%) 등이 꼽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부터 중대재해법을 반(反)기업 규제로 인식하고 개선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토론 때 ‘구속 요건이 애매하다’, ‘형사 기소할 경우 여러 법적 문제에 걸릴 수 있다’, ‘기업인들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나타냈다. 인수위원회 당시에는 “올해 안에 중대재해법 하위 법령 개정과 지침·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업 하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기조다.

▲ 박대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 與 법 개정 추진 “처벌로 재해 예방 한계”

윤 대통령의 ‘친(親)기업’ 기조에 여당은 즉각 발을 맞췄다. 21대 국회 전반기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지난달 10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 배경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선량하고 억울한 피해가 생길 수 있으며, 엄중 처벌을 받더라도 재해 예방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이 중대재해 예방 기준을 고시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이를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고시에 따라 작업환경에 대한 표준 적용, 중대재해 예방 감지와 조치 지능화 등을 하기 위한 정보통신 시설 설치 등을 이행하고, 이를 인증받은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정진석 의원 등이 포함됐는데, 가족 건설사의 특혜 수주 의혹으로 ‘이해 충돌’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박덕흠 의원이 명단에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이후 17일 발의자 명단에서 박 의원이 빠진 개정안이 재발의됐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 제정 과정을 보면 정의당이 단식농성을 통해 압박을 가하고 여론이 압박을 가하니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여론에 밀려 들어간 측면이 굉장히 강하다. 그러다 보니 졸속으로 법을 만들었다”며 법 제정 과정을 비판했다. 또, “불명확하고 과잉 금지 원칙에도 반한다”며 “처벌보다는 예방, 책임주의 원칙에 의해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로 이것을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3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중대재해 예방 산업안전 포럼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일단 환영” 경영계…“추가 절차 필요?” 의문도

여당의 중대재해법 개정 추진에 경영계는 환영이다. 그동안 모호했던 중대재해처벌의 기준이 개정을 통해 일정부분 명확해질 거라는 기대다.

개정안이 발의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법에 대한 회원사들의 건의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전경련은 중대산업재해의 정의,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 경영책임자 등 처벌, 손해배상의 책임 등 총 9가지에 대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현행법의 가장 큰 문제로는 경영책임자 등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꼽았다. 특히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처벌 대상에 올라 조사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전경련은 “안전보건과 관련해 인력, 예산 등의 최종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있을 경우 대표이사 책임이 면책 가능한지 묻는 기업이 많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각기 다르다”며 “법이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고 있는 만큼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높다”고 지적했다.
처벌 수위도 개선할 점으로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은 안전 규정을 고의로 위반해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6개월 미만 징역, 독일은 고의·반복적으로 안전 규정을 위반해 근로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경우 징역 1년 이하 징역 등으로 처벌하고 있다. 주요국 대비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경총 역시 주요 선진국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통해 “산재 사망 시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음에도 사고사망자 비중이 낮은 주요선진국의 실태 파악을 통해 우리나라 산재예방 행정운영 체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에 담긴 내용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 방지가 목표인데 자칫 인증 절차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요식 절차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인증 기준을 정하기까지 현 중대재해법이 유지되면 리스크 또한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환경에 대한 표준 적용 등을 인증받은 경우 사업주의 처벌 형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

▲ 민주노총이 4월 28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전면 적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노동계 “개악 저지 투쟁”

노동계는 즉각 성명을 내고 비판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광주 학동 참사와 화정동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인 안전인증 제도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기업이었고, 산업안전공단이 인증제도의 전면 개편 방침을 밝혔다”며 개정안 발의는 “황당하다”고 밝혔다. 또, “안전인증 제도의 부실 사례는 널려 있다”며 “산업안전공단의 인증이 안전경영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법 준수 여부를 걸러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광주 학동과 화정동 참사 현장을 찾아 재발 방지 대책을 운운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가족과 동료를 잃은 광주 시민에게 부끄럽지도 않나”며 “국민의힘은 기업 대표이사의 형사처벌 면제에 급급해 노동자 시민의 생명안전을 내팽개치는 후안무치한 법 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도 “여당 의원들은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충성 경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미준수와 중대재해라는 결과 발생의 인과관계가 성립할 때만 처벌하는 법으로, 사용자들은 시행령을 잘 지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준수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핵관’을 필두로 한 여당 국회의원들은 법률개정을 통해 사용자들이 책임을 회피하고 형의 감경이나 면제 빌미를 주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이미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인증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인증을 추가하는 건 산재예방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여소야대 국회서 개정안 처리 난망…“시간 두고 보완”에 무게

더불어민주당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발의에 “개악 시도”라며 즉각 반대하고 나선 만큼 여소야대의 현 국회 상황에서 개정안이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은 낮다. 다만, 법을 일부 손질하는 수준의 정비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도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법률적 미비점을 조속히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도입 취지에 비해 법률 자체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재해를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들이 먼저 세밀히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첫 고용노동부 장관인 이정식 장관은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으로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잇따랐다. 한국노총은 대선 기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 공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 후인 지난 4월 한국노총을 찾아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만났고, 노동부 장관에 노동계 출신 인사를 발탁했다. 노동계에 손을 내민 인사였던 만큼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움직임에 고용노동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j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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