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민주주의와 그 적들

리더를 위한 북(book)소리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입력 : 2022.08.08 16:33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민주주의의 뼈대는 법치, 삼권분립(견제와 균형), 다수결이다. 이 뼈대 위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를 놓고 토론을 벌여 타협점을 찾되 끝내 실패하면 다수결로 결정한다. 그런데 ‘법치주의는 법률의 내용이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를 존중해야 하고,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는다.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 체제일 뿐,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자유의 오남용이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무시하는 세력에 의해서도 파괴될 수 있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된다. 

민주주의는 정교하되 연약한데 민주주의를 왜곡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까지 참여하는 보통선거를 통해 집권세력을 결정하는 방법인 다수결에 민주주의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민주주의에 실패해 국력이 쇠망한 나라는 세계 도처에 있다.’ (『민주주의는 만능인가?』 김영평 외 지음. 2019)

민주공화국 정당은 존재이유인 권력쟁취를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다. 이때 권력은 국가보위와 발전을 위해 소신을 펼치라고 주권자 국민이 위임한 힘이지 개인의 포식과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와 언론을 포함한 추종자들이 전자가 아닌 후자에 눈독을 들이면 정치는 실종되고, 아귀다툼이 배를 산으로 끌고 간다.

50대 이상 장년 세대에게 ‘송강 정철’은 뛰어난 문호(文豪)였다. 공부 좀 하는 아이들은 교과서에 실린 ‘관동별곡’을 줄줄 외웠다. 정여립이 모반을 꾀하고 있다는 밀고로 시작된 기축옥사, 서인은 권력을 잡고 있던 동인을 몰아낼 기회로 삼아 ‘칼잽이 정철’을 전면에 세웠다. 

3년 동안 1천 명이 넘는 사람이 처형을 당했는데 그 안에는 정여립과 무관하게 평소 정철이 미워하던 사람도 다수 있었다. 그로부터 동인 쪽 여인네들이 부엌에서 도마에 칼질을 할 때면 나지막이 ‘철철철’을 읊조렸다는 설(說)이 전해진다. 기축옥사 역시 동인에게 감정이 나빴던 송익필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역사가들도 있다. 단지 문장만 수려하다고 문호는 아니라서 그 역사를 알고서는 정철의 문학을 버렸다.

고려까지 이어진 무치(武治)는 조선이 들어서면서 문치(文治)로 전환됐지만 왕권보다 신권이 강한 사림정치가 부상하면서 붕당이 시작됐다. 붕당은 왕권과 신권의 견제와 균형을 넘어 권력투쟁으로 본질이 변해 체제 자체를 공멸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영조와 정조가 고육책으로 도입한 탕평책으로 붕당정치가 와해되자 견제 없는 빈 공간을 외척세력이 파고들면서 정권은 급속히 부패했다. 안동 김씨, 풍양 조씨 가문의 물고 물리는 세도정치 와중에 ‘대원군, 고종, 민비’ 연합정권이 들어섰는데 이들 역시 국가보위보다 개인영달을 위한 권력투쟁으로 일관하다 계속되는 민란과 외세 침입에 속수무책으로 패망,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이성무의 『당쟁사 이야기 (쉽게 읽는)』는 이전에 두 권으로 출판됐던 『조선시대 당쟁사 1, 2』를 대중들이 보다 쉽게 교양서로 읽을 수 있도록 한 권으로 재편집한 책이다. 소위 리더(지도자)라는 사람들과 추종자들이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 없이 권력투쟁에만 몰입하면 끝내 나라가 망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미래는 앞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과거 속에 들어 있다. 윈스턴 처칠 경은 “모든 나라는 국민의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가지게 돼 있다”고 했다.
▲ <당쟁사 이야기 (쉽게 읽는)> 이성무 지음 / 아름다운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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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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