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에 뿔난 개미…시행 목전(目前)서 유예되나

[법으로 보는 세상] “여유 갖고 세법 정교화 필요” 제언도

머니투데이 더리더 이하정 기자 입력 : 2022.12.05 10:27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원들이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유예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 개인투자자들이 결성한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 60여 명이 11월 13일 저녁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모였다. 이들은 ‘금투세 주가폭락’, ‘주식시장 대재앙’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민주당을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간헐적으로 민주당사 앞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이 민주당을 규탄한 건 금융투자소득세 때문이다. 이들은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의 유예를 주장하며,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음 총선에서 낙선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정태호(가운데) 국회 기재위 예결심사소위 위원장이 11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1월 21일 조세소위원회를 열었다. 257건의 법안이 심사에 들어갔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안건은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방침이 담긴 정부의 소득세법 개정안. 지난 정부에서 통과돼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 한 달을 남기고 재논의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금투세 도입 유예는 ‘개미들의 생존’과 관련된 절박한 문제”라며 민주당을 압박했고, 민주당은 “유예의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버티고 있다.

◇ ‘금투세’ 담긴 개정 소득세법

▲ 표=신한금융투자

현행 소득세법상 세금은 3가지다. 종합소득세, 퇴직소득세, 양도소득세. 개정된 소득세법은 여기에 금융투자소득세를 더해 소득세를 4가지로 늘렸다. 종합소득세에 있던 배당소득 일부, 양도소득세에 있던 주식 양도소득과 파생결합증권 이익, 파생상품 소득, 비과세 소득이던 상장 주식 양도소득 등이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됐다.

주식 매매와 관련한 세금은 현행은 대주주에 대해서만 국내 상장 주식에 대해 양도소득세로 부과한다. 대주주의 요건은 지분율 1% 이상 또는 평가액 10억원 이상이다. 과표 3억원 이하에 대해 20%,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금융투자소득세는 대주주와 상관없이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 전체에 대해 과세한다. 5년간 금융투자 이월결손금을 공제하고 국내 상장 주식 등에 대해서는 5000만원, 기타 금융투자 소득 금액은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뒤 과표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를 과세한다.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형평 차원에서 추진됐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가 합의하면서 도입됐다. 주식 매매로 큰 수익을 낸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대신 모든 주식투자자가 내던 거래세는 단계별로 폐지하기로 한 내용이다. 금투세 논의가 시작된 건 박근혜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복합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은 세금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오다 2013년 주식 매매로 얻는 소득에 대한 세금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했다. 논의 끝에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금투세는 현실화됐다.

금투세는 여야 합의로 통과됐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아직 시행되지도 않은 금투세의 폐지를 공약했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 7월,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적용을 원래 예정된 2023년에서 2025년까지 2년 더 유예하는 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당초 금투세를 예정대로 내년에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최근 한발 물러났다. 개인투자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금투세 도입 2년 유예안을 수용하는 대신, 증권거래세 추가 인하와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을 철회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 금투세 시행되면 세금은 얼마나 느나

▲ 이복현 금감원장이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투자권역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자는 지금의 10배가 넘고, 내는 세금도 2배로 증가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10여 년 동안의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금투세 과세 대상자를 15만 명으로 추산했다. 현재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는 1만5000명으로 금투세가 시행되면 과세 대상은 10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 금융상품 투자자가 더해지면 실제 과세 인원은 더 많아진다. 과세액은 3조원으로 추산되는데, 대주주의 상장 주식에 대한 양도세 과세액이 1조5000억원이어서 세금도 2배로 늘어나게 된다.

다만 ‘개미’에 속하는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계양갑)이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주요 5개 증권사에서 금투세 면세점인 수익 5000만원 초과 1억 미만을 거둔 투자자는 전체 투자자의 0.8%인 9만9662명이었다. 수익 1억원을 넘긴 투자자는 8만667명으로 전체 투자자 중 0.6%였다. 유 의원은 금투세법이 예정대로 2023년에 시행되더라도 수익을 낸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5개 증권사 실현 손익 금액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수익이 5000만원 이상인 투자자는 20만1843명으로 전체 투자자 2309만4832명의 0.9%로 나타났다. 수익 1억원을 초과한 투자자는 16만8881명으로 0.7%다. 연평균 분석으로는 5000만원 초과 6만7281명(0.9%), 1억원 초과는 5만6294명(0.7%)이었다.

5000만원 초과 이익을 거둔 투자자의 투자원금은 1인당 평균 2억8749만원, 수익이 1억원을 초과한 경우 원금은 12억1100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매고객 1인당 평균 투자액은 약 3800만원에 불과해 금투세 시행이나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 금투세 찬성-반대는 왜?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11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현재는 주식을 매매하면 수익을 내든 손해를 보든 거래세를 징수한다. 반면 금투세는 연간 손익의 총액이 기준이 된다. 손해를 보고 매도해도 거래세를 내야 하고, 10억원을 투자해 대주주가 된 투자자가 소액 수익에도 세금을 내야 하는 현재의 상황보다는 금융투자소득세가 합리적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것. 금투세는 결손금 이월공제가 가능해 한 해 동안 주식투자로 손실을 봤으면 그만큼 다음 해 공제 규모가 커진다.

금투세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어 오히려 국내 거주자와의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찬성 측은 기관투자자들은 법인세로 이미 매매차익에 대해 모두 세금을 내고 있고, 외국인들 또한 이미 거주지국 과세 원칙에 따라 매매차익에 대해 모두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반박한다.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개미 투자자는 손익통산과 증권거래세 인하를 통해 감세 혜택을 보고, 정작 금융투자소득세는 전혀 과세되지 않는 반면, 극소수의 거액자산가는 그동안 남몰래 주식·채권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을 누리던 것이 세원으로 포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안 그래도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더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금투세 시행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 사태로 폭락했던 주식시장은 이후 회복세를 넘어 ‘불장’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 들어 글로벌 유동성 축소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일 큰 하락폭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이 취약한 상태에서 금투세가 도입되면 새로운 조세저항으로 주식 매도세가 거세지고 이는 주식시장에 큰 충격으로 이어질 거라는 관측이다. 1989년 대만이 주식양도소득세를 도입했을 당시 한 달 동안 주가지수가 40% 가까이 급락하자 과세를 철회한 사례를 꼽기도 한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큰손들이 한국 시장에서 탈출해 미국 시장으로 옮겨가 지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세금 대상자가 1% 미만이라 강조하지만 그 1%가 빠져나가면 99% 투자자가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년 전 여야가 금투세 도입에 합의했을 때 과연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와 개인투자자의 입장을 얼마나 고민했는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지금은 미국의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인상)을 밟는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때여서 새로운 과세 방식을 도입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증권업계도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가 어렵고, 미국발 긴축에 따른 국내 투자자금 이탈 등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태에서 금투세가 도입돼 이른바 ‘큰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리적으로는 과세 인프라 구축 문제도 혼선을 겪고 있는데,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과세를 위한 시스템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기국회 9일까지…금투세는 유예될까

▲ 11월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주당은 금투세 시행 2년 유예의 조건으로 증권거래세를 0.15%로 추가 인하하고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100억원) 철회를 조건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는 민주당의 이 같은 절충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금투세 시행은 2년 미루되 증권거래세는 0.2%로 낮추고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은 100억원으로 올리는 기존 정부안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를 추가로 인하하면 세수 감소액이 두 배 이상 줄어들어 재정 운용에 문제가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상향으로 줄어드는 초부자 감세는 왜 얘기하지 않느냐”고 맞서고 있다. 현재 민주당 소속 기재위 위원 대다수는 정부가 증권거래세 인하 등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금투세의 내년 시행을 강행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올해 정기국회는 9일까지. 증권 업계와 세무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주주 기준을 빨리 정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울러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가족 합산 대주주 기준 대신 인별로 기준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예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기존 금투세를 보다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행 거래에 따른 과세에서 소득별 과세 체계 전환은 조세 정의나 글로벌 과세 체계에 부합하는 만큼 궁극적으로는 방향이 맞지만, 여유를 갖고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 특히, 현시점에서 금투세가 시행되면 서둘러 수익을 정리하는 투자자들이 속출할 수 있어 ‘장기 투자’를 독려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금투세 도입은 국내 자본시장의 대대적인 변화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준비하고 시행해야 한다”며 “정쟁의 대상이 아닌 시장 선진화와 투자 활성화, 국민 자산 형성 측면에서 신중하게 보안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hj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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